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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토박이였던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2년 경남에 내려왔다. 내가 경남에 처음와 처음으로 놀랐던 때는 교복을 입은 앳된 남학생들의 머리 스타일이 모두 똑같은 풍경을 본 순간이었다.

거의 대부분 학생들의 머리카락은 삭발 수준으로 잘려있었다. 충격적이었다. '빡빡이'를 태어나서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생소했다. '저 머리는 분명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머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경기도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머리카락 길이에 대해서 뭐라 강요를 받지 않았다. 경기도에서는 2011년에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발효됐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머리 단속도 하고 체벌도 당연히 이뤄졌지만, 언제서부터인가 머리 단속 받지 않게 됐고, 체벌도 없었다.

경남은 2014년인 지금도 여전히 학생인권조례가 발효되지 않은 지역이다.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발효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1년 당시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경남본부는 2011년 5월 12일 경남교육청에 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대표자 등록을 한 뒤 5월 27일부터 11월 26일까지 6개월 동안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청구인 서명을 받았다.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경남본부에 따르면 총 서명자 수는 3만7010명이었다. 2008년부터 추진되던 학생인권조례가 2009년 경남 교육위원회 청원에 뒤이어 2011년에 경남도민들의 주민 발의 청원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시 경남교육청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반대 입장이 두드러졌다. 결국, 2012년 5월 22일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에서 5-4로 경남학생인권조례가 부결됐다. 이유는 "학생들이 아직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바르게 지도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남 교육감은 이번 6∙4지방선거에 교육감 후보로 나선 고영진 후보였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들
ⓒ 마산제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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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역에 소재한 고등학교에서 학교의 학생에 대한 규제 사례는 두드러진다. 한 예로, 창원에 있는 마산제일고등학교의 학칙 중 두발에 대한 규정은 "학생은 스포츠형으로 항상 단정해야 한다, 앞머리는 3cm이내(눈썹 위), 옆머리, 뒷머리는 맨살이 보이는 스포츠형"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도 "삭발은 금지한다"라고 정해놨다. 실제로 이 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서 찍은 단체사진을 보면 학생들이 획일적으로 머리카락을 바짝 깎은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학교의 교장은 "매년 교직원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도 함께 학칙을 정하고 있다"라면서 학칙에 대해 "학교 내부 질서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학칙에 문제제기를 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학생 인권과 같은 외부적인 잣대를 학칙에 들이대는 것이 옳은 건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장은 "학생들도 학칙에 만족스러워 한다"라면서 "외부에서 왈가불가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마산제일고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2011년 당시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가 경남 지역의 모든 학교의 학칙을 분류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두발에 대한 제한규정을 둔 학교는 76.5%(328개 학교)에 이른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에 이미 학생의 두발자유를 기본권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지난 1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창원지부가 개최한 학생인권 토론회에서는 20대와 40대뿐만이 아니라 고등학생들이 참석해 인권침해에 대한 성토를 하기도 했다.

창원 소재 C고등학교를 졸업한 피비(22)씨는 "백일장에 나가는 것을 비롯해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것조차 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라면서 "학교가 규제에만 관심이 있고 학생들의 권리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S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ㅇ(19)씨는 "학내에 '안녕 대자보'를 붙였다가 학교에서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친구가 학교 이사장실을 청소하다가 책상에서 내 SNS를 학교가 사찰한 문서를 발견해 그것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여줬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학교가 ㅇ씨의 SNS를 캡처한 문서가 학교 이사장의 책상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학교가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3일에도 한 학생이 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학내 봉사)를 받았다며 기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왔다.

 경남 지역의 S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ㅇ'씨는 학교 이사장실 책상 위에서 학교가 자신의 SNS를 캡처한 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남 지역의 S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ㅇ'씨는 학교 이사장실 책상 위에서 학교가 자신의 SNS를 캡처한 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 ㅇ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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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6·4지방선거에 나선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고영진 후보 측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학생인권을 보호하는 조례보다는 교권도 보호하는 내용도 포괄하는 조례가 필요하다"라면서 "교육공동체 헌장 제정 및 조례화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권정호 후보 측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 "조건부로 찬성한다"라면서 "학생들이 통제과 감시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학생인권조례가 교실에서 교육이 이뤄지지 않게 한다는 사회 인식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권도 포괄하는 조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종훈 후보 측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야 한다"라면서 "학생은 성인이 아닌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더욱 인권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을 교육에 있어서 주체로 봐야 한다"라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인식도 있지만 학생인권과 교권은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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