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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중 물가에서 즐거워 하는 사람들
▲ 산책 중 산책 중 물가에서 즐거워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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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답니다
▲ 주말마다 산나물축제 주말마다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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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원 촌장인 제가 산나물축제를 6년째 진행하면서 실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골골마다 열리는 여러 축제와 잔치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주말마다 힘들면 보름에 한 번 해도 좋겠습니다. - 기자 말

내가 촌장으로 있는 산채원에서는 주말마다 산나물축제를 연다. 주민 스스로 여는 전국축제다. 그렇다고 거창한 건 아니다. 마이크도, 공연도 없다. 그래도 서울에서 부산에서 다들 알고 오신다. 가만히 여기 산 속에 있어도 은근히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이 얼마나 기쁜가. 곧 오신 분과 친구가 되니 외롭지 않다. '나 홀로 집에'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평일에는 산나물을 돌보고 논밭을 가꾸면서 바쁘게 보낸다. 금요일 오후부턴 토·일요일에 오실 손님맞이 준비를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나물 뜯고 삶고 무치고 지지고 볶으면 토요일 오전까지 땀이 뻘뻘 난다. 사람들 올라오는 소리는 우리 강아지가 제일 먼저 알아듣고 몇 번 짖어준다. 그때부터 산채원 촌장인 나는 손님을 모시고 어울리지도 않은 색바랜 생활한복을 입고 산으로 간다. 백아산은 촌장의 농장이다.

산채원 촌장 김규환이 주말마다 오신이에게 설명해드리고 같이 놀아드립니다
▲ 산채원 촌장 산채원 촌장 김규환이 주말마다 오신이에게 설명해드리고 같이 놀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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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산나물축제든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주민이 개최하는 축제는 특정 기간에 단 한 회로 끝난다. 대략 3~4일에서 길면 5~6일 하고 만다. 행사가 겹치면 낭패를 보는 수도 있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피해가 막대하다. 더구나 한꺼번에 온갖 시설과 대량의 음식을 만들게 되면 일손도 많이 필요하다. 며칠 거창하게 치르고 나면 일꾼들은 그야말로 며칠 앓아누울 정도로 기진맥진해진다.

차량도 일시에 몰리니 좁은 길에서 서로 비키기가 수월하지 않다. 일반적인 축제장을 연상해보자. 사람과 차가 많은 곳을 벗어나 조금은 마음을 놓고 싶지만 그게 아니다. 오히려 사람에 치이고 차가 몇 시간 밀려 정작 그 자리에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오기가 부지기수다. 확성기 소리에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가는지 모르고, 조용한 대화 한 번 하기 쉽지 않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 힘들다. 우리나라 대부분 축제는 왜 이리 시끌벅적한가 말이다.

대동소이한 볼거리에 어느 것 하나 다를 바 없는 축제, 요란하기 그지없는 잔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작지만 알찬 마당을 원한다. 산채원은 '걷고 싶은 산나물공원'을 한 시간 반 동안 한 바퀴 돌아야 밥을 내준다. 등짝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산책을 하고 나면 밥 맛·산나물 맛이 절로 나게 하기 위함이다.

거닐며 주변에 있는 곰취·취나물·두릅·개두릅·고춧잎나무·머위·더덕·도라지 등 아는 만큼 눈으로 느낀다. 한두 잎 뜯어서 향기에 취한다. 계곡물 돌돌 흐르는 소리에 머릿속마저 정화되는 느낌이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얼굴이 깨어난다. 편백나무와 여러 활엽수가 어우러져 몸이 파다닥 깨어난다. 피톤치트가 온몸에 퍼진다.

죽순 요리인데 홍어랑 무쳤답니다. 제철이 중요합니다. 들깨국물에 달달 볶아도 좋아요.
▲ 죽순 죽순 요리인데 홍어랑 무쳤답니다. 제철이 중요합니다. 들깨국물에 달달 볶아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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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나물을 뜯고 싶으면 체험비를 내야 한다. 마루에 앉든, 멍석에 걸터앉든, 계곡 평상에서 자유롭게 쉴 수 있다. 배불리 먹어도 금세 꺼지고 마는 산나물쌈에 산채비빔밥이 한꺼번에 나온다. 막걸리도 곁들여진다. 부침개를 차려도 좋다. 세상사를 잊고 자연에 파묻히는 것이니 이게 무릉도원 아닌가. 백아산 깊은 골짜기는 이래서 늘 주말마다 좋은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봄엔 산나물과 봄꽃, 여름엔 캠핑, 가을엔 산나물꽃, 겨울엔 눈꽃과 정월대보름 말린 나물을 접할 수 있다. 따라서 매주 열리는 작은 축제는 그때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손님맞이 하느라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다시 회복할 기회를 얻는다.

2012년에는 여수박람회 때문에 셋째 날부터 사람이 오지 않았다. 2013년 초대권이나 안내장 그리고 현수막 없이 매 주말마다 산나물 축제를 열기로 전격 결정했다.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기우와는 달리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긋하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서로 정을 나누며 산나물과 산과 음식, 건강, 자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옳다구나. 이것도 한 방법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름엔 아이들이 백아산 골짜기 계곡에 푹 빠져서 나올 줄을 모릅니다
▲ 물놀이 여름엔 아이들이 백아산 골짜기 계곡에 푹 빠져서 나올 줄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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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을 기준으로 15일마다 절기가 있다. 매 절기는 생산하는 날이다. 음력으로는 보름마다 잔치가 열렸다. 음력은 소비하는 날이다. 일하는 사람 처지에서도 주중에 준비해 주말에 바로 소비하는 체계이니 시들지 않은 싱싱한 산나물을 바로 앞에서 거래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두 배나 오른 택배비를 서로 물지 않으니 한 줌 더 나눠가져도 손해가 없는 상생의 길이다.

어차피 주말에는 손님이 오기 마련이다. 이런 방식은 분산효과까지 탁월하다. 사람이 몰리고 차량마저 막히면 옴짝달싹 못 하지만 염려할 건 없다. 더구나 준비하는 사람도 소수정예로 운영할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시설물 최소화, 음식물과 쓰레기 최소화로 얻는 이득은 몇 곱절이다.

시기마다 나오는 농산물과 산나물이 다름에 따라 뜯고 캐고 먹어보는 게 각기 다르니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사계절 제철에 나오는 것을 맛보니 소비자 역시 얻을 게 충분하다. 당연히 행사 오가는 사람 사이 깊은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철마다 다른 풍경을 감상한다는 것 자체가 덤으로 달려오니 어떤 이는 두 달 동안 네 번을 다녀갔다.

산책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한 바퀴 돌면 제자리로 옵니다. 갈 생각들을 하지 않아요.
▲ 산책로 산책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한 바퀴 돌면 제자리로 옵니다. 갈 생각들을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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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즐거웠던 모양입니다. 다시 오신 분들 많답니다.
▲ 싱그러운 산 속에서 다들 즐거웠던 모양입니다. 다시 오신 분들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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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3일 연휴가 있다면 판을 조금 키워도 좋다. 집중과 분산 효과 극대화는 이런 데서 나오는 거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한창일 때는 눈물에 절어 살았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엿새 동안 산나물 축제를 조용히 잘 치렀다.

지난해 7주 동안 치른 경험을 토대로 올핸 행사가 끝난 뒤로도 매주 적게는 20여 분, 조금 많으면 100여 분을 모시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밥그릇과 나물 뜯을 양을 맞추려면 금요일까지 예약은 필수가 아니겠는가.

작년부터 2년 간은 어깨도 안 아프고 목도 덜 쉬어 밀린 일을 바로 할 수 있었다. 바빠서 못 왔다는 변명도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산나물 향기 가득한 산채원(cafe.daum.net/sanchaewon)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급하시면 산채원 촌장 김규환에게 전화주세요. 성심껏 알려드리겠습니다.



태그:#산채원 산나물, #산나물축제, #산채원 촌장, #화순 백아산, #주말마다 산나물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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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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