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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 시위대가 행진을 하고 있다
▲ 침묵 행진을 하고 있는 '가만히 있으라' 지난 18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 시위대가 행진을 하고 있다
ⓒ '가만히 있으라'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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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여성 유치인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을 두고 진실 공방이 오갔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성동서 관계자와 성동서에 유치된 10인을 모두 취재해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쟁점 별로 재구성했다.

김세정(22, 여) 씨는 18일 오후 10시, 광화문 네거리에 있었다. 그녀는 검은 소복을 입었다. 한 손에는 '가만히 있으라'고 적힌 피켓, 다른 손에는 국화꽃을 들었다.

국화꽃에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었다. 침묵 행진을 하고 있던 그녀를 경찰들이 에워쌌다. 김씨는 순간 무서웠다. 함께 온 사람들과 팔짱을 끼고 버텨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는 경찰버스에 실려 왔다.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인도를 따라 걷고 있던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난리 중에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국화꽃이 떨어졌다. 국화꽃과 노란 리본 위로 경찰들의 발자국만 남았다.

이 때 김세정씨를 포함하여 성동경찰서에 유치된 사람은 고준우(20, 남), 김성빈(26, 남), 김연우(23, 남), 배동한(42, 남), 이가현(23, 여), 이진경(45, 여), 주용서(39, 남), 황용운(35, 남)씨와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는 한아무개씨 등 총 10명이었다. 이 중 이가현씨는 동대문경찰서로 이송된 다른 이가현씨와 동명이인이다.

유치장 내 화장실은 무엇이 문제였나

김세정씨를 포함한 여성들은 오전 6시 30분부터 유치장 밖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규정을 근거로 이 요구를 묵살했다. 여성들이 수감되었던 6호실 내에도 화장실이 있었다.

<한국일보>는 이 화장실의 한쪽 벽이 성인 허리 높이까지만 있다고 보도했다. 성동경찰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6호실의 화장실은 밀폐형이어서 사용을 거부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반박했다. 6호실 화장실이 밀폐형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화장실 벽의 재질은 바닥으로부터 120cm까지만 나무였고, 그 위로는 투명한 유리였다. 유치인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유치장 밖에서도 감시할 수 있게끔 고안된 구조다.

성동서 관계자는 문고리가 뚫려있고, 벽의 상단부가 투명하게 설계된 이유는 자살·자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6호실 유치인들은 수치심을 근거로 여경 동행 하에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성동서 관계자는 "소리와 냄새가 밖으로 새지 않기 때문에 인권침해 요소는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관 "X까는 소리 하고 있네" 했나 안했나

오전 7시 30분, 박아무개 경찰관은 출근길에 외부 화장실을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여성 유치인들을 지나쳤다. 여성 유치인들은 이 과정에서 박아무개 경찰관이 조용히 "X 까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가현씨와 이진경씨는 분명히 욕설을 들었다고 말했으며, 김세정씨는 "입모양까지 분명히 봤다"고 밝혔다.

이 욕설을 들었다는 사람은 6호실에 있던 여성 유치인 3명뿐이다. 맞은편 1호실에 있던 남성 유치인들 중에는 이 욕설을 들은 사람이 없었다. 성동서 관계자는 "CCTV 확인 결과, 경찰관이 7시 30분에 지나간 것은 맞지만 여성 유치인들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며, "만약 욕설을 들었다면 그 즉시 항의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가현씨는 "욕설을 듣는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잃고 있는 사이에 경찰관이 안으로 들어갔다"며, "그 경찰관이 나오면 바로 항의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6호실에 있던 이진경씨는 "분명히 욕설을 들었는데, 어떻게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동경찰서가 낸 보도자료에는 "다른 유치인들이 욕설을 한 것을 경찰관이 한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김세정씨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성동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들(김세정-이진경씨)은 A씨(이가현씨)와 함께 시위현장에서 체포되어 유치장 내에서도 함께 소란을 피운 사람들이어서 그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18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 시위대가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며 대치 중이다
▲ 경찰과 대치 중인 침묵 시위대 지난 18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 시위대가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며 대치 중이다
ⓒ '가만히 있으라'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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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45분, 유치장이 소란해지자 수사과장이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6호실 앞으로 향했다. 성동서 관계자 역시, 수사과장이 6호실 유치인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음을 확인해주었다. 수사과장은 "만약 7시 30분에 실제로 욕설을 들었다면, 7시 45분에 상황을 파악하러 온 나에게 바로 항의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당시 6호실 유치인들은 외부 화장실 이용에 대해서만 요구했고, 욕설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수사과장은 "욕설에 대해서는 그 후에 보고를 받고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6호실 유치인들 역시 수사과장에게 욕설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6호실 유치인들은 당시에 그가 수사과장인지도 몰랐다. 이가현씨는 "관등성명도 안 대고 다짜고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본래 우리가 항의를 시작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 수사과장이 우리에게 욕을 한 경찰관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인 것을 알았다면, 욕설에 대해서도 항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동서 관계자는 "경찰이 유치인의 요구를 일일이 들어줄 이유는 없다"며, "규정상 유치인을 유치장 밖으로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관련 규정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자 "아니, 규정이 꼭 있다라고 하기 보다는..."이라며 얼버무렸다.

박 경찰관 '떼법' 발언 있었나 없었나

옷을 갈아입은 박아무개 경찰관이 다시 등장하자, 6호실 유치인들은 근무 중인 그를 향해 욕설에 대해 사과하라고 항의했다. 6호실이 소란스러워진 것을 본 1호실 유치인들도 상황을 파악했다. 유치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아무개 경찰관은 유치인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TV 소리를 키우거나 딴청을 피우며 이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그러다가 오전 9시께 '떼법'을 운운하며 6호실 유치인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취재에 응한 9명의 유치인 모두에게서 일관되게 나왔다.

이진경씨는 "박아무개 경찰관이 양손에 주머니를 꽂은 채 소리를 질렀다"며, "그는 우리를 향해 위압적으로 '떼법이야, 떼법', '떼법 부리지마'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배동한씨는 "'떼 쓰지 마라', '떼법이면 다 되는 줄 아냐'와 같은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말했다. 고준우씨는 "'떼법'이라는 단어를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당시에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며, "덕분에 확실하게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성동서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이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처음에 CCTV에 해당 장면이 전혀 촬영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하던 성동서 관계자는, 오전 9시에 녹화된 영상도 확인했냐는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오전 7시 30분 이후 몇 십 분 정도의 영상만 확인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관계자는 "1시간이 넘게 욕설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경찰관이 흥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오전 9시 정도면 청문감사관이 동석했을 시간인데, 감사관 앞에서 폭언을 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유치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경찰은 유치인들이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는 박아무개 경찰관의 이름이 실명과 일치하는지, 직책은 무엇인지, 성동경찰서에 현재 근무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범도 익명으로 보도하지 않느냐"며, "해당 경찰관의 인권과 명예를 위해 사실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태그:#성동경찰서, #화장실, #연행, #욕설,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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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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