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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새벽, 일부 노동당원 및 민주노총 노조원과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종각에서 행진했다.
▲ 세월호 참사 책임 묻는 시위대 5월 25일 새벽, 일부 노동당원 및 민주노총 노조원과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종각에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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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 후보들의 민심잡기를 위한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그런데 한 무리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이들은 노동당 소속 지방선거 후보자들로, 지난 24일 밤부터 25일 새벽까지 종각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세월호참사 책임자처벌, 박근혜 퇴진투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 노동당 6·4 공직후보자 45인

이들은 이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다가, 지방선거 후보자 10명·평당원 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시위에는 노동당원,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일반시민들이 뒤섞여 있었고, 일반 시민들도 연행됐다. 앞서 17, 18일에도 노동당 평당원 4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노동당은 '불법적 강제연행', '폭력행사' 등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윤현식 노동당 대변인은 "당이 경찰청장에 19일 항의서한을 보내고,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1차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또한, "현재 고소·고발자를 모집하고 소송인단을 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윤 대변인에게 "유세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지방선거 후보자로서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세월호 사고가 난 곳이 비록 한 지역이지만, 이미 전국적 사고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 당은 지방문제와 전국문제를 분리하지 않고 다 같이 부담지고 있다"며, "이익에 연연하기 보다는 정치인의 책무를 더 중요시한다"고 답했다.

평당원 강남규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보여줬던 태도는 "내가 책임지겠다"가 아니라, "책임질 사람을 심판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능한 대통령이 자신이 져야 할 책임까지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국가의 리더로서 책임지는 덕목이 부족하고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비포앤애프터' 노동당 후보의 이색 선거 명함

서울시의회의원 선거 도봉 제4선거구 노동당 윤원필 후보 명함이다
▲ 윤원필 후보 명함 서울시의회의원 선거 도봉 제4선거구 노동당 윤원필 후보 명함이다
ⓒ 윤원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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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둔 다른 정당들처럼 낮에는 노동당도 공약 알리기와 민십잡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기자는 노동당 지방선거 후보들 중, 인상적 명함 사진으로 최근 누리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윤원필 후보를 취재했다.

그의 명함에는 "이만큼만 서울을 바꾸자"라는 문구와 함께, 예전 얼굴과 최근의 얼굴이 나란히 올라와 있다. 사진이 포탈과 SNS를 통해 알려지자, 반응은 호의적이다. <오늘의 유머>에는 그의 사진이 베오베(가장 웃긴 게시물을 모아놓는 곳)에 올라갔다. 댓글에는 "마치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의 비포 애프터를 보는 것 같다", "서울시 예산으로 가능할까?", "우리 지역구로 넘기세요" 등의 반응이 달렸다.

그런데 그는 "사실 이 명함사진을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평소 자신은 꽤 밝은 성격이지만, 최근 세월호 참사를 감안해 자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너무 가볍지는 않지만, 의지는 확실히 보여주자는 측면에서 고심 끝 선택했다고도 밝혔다. 실제 유세 현장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바쁘게 다니다보니, 잘 살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선거에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한다.

윤원필 후보가 노상에서 김밥으로 식사를 떼우고 있다
▲ 윤원필 후보 윤원필 후보가 노상에서 김밥으로 식사를 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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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지하철 입구 등에서 명함 몇장 더 드리는 것보다는, 만나뵐 수 있는 분은 적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원 등도 돌아다녀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거 운동의 양적인 측면 뿐 아니라, 교감과 같은 질적 측면도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다짐이었다.

그는 선거 운동 중간중간, 노상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기자가 위 사진을 한 시민에게 보여주며 반응을 묻자, "보통 정치인들이 전통시장에 방문해, 무언가를 얻어먹는 사진을 보면 의도된 설정의 티가 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사람의 경우엔, 정말 천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판단된다. 시민들은 딱 보면, 이것이 보여주기식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렇게 노상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냐고 윤 후보에게 묻자, 그는 "제가 당에서 비정규직 국장을 맡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하다보면 노상에서 식사하는 것 즈음이야 다반사고, 김밥은 주식(主食) 개념"이라고 답했다. 그는 2012년 한일병원 식당노동자 투쟁 때 노동자들과 연대를 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해, 독자적 길 걷기 시작한 지 5년

노동당원 등 시민들이 노동절 행사에 참여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절 노동당원 등 시민들이 노동절 행사에 참여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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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6일, 민중민주 성향을 가진 당원들이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창당 당시에는 노회찬 전 국회의원, 심상정 현 정의당 원내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2011년 9월 25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전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전 대표가 두 당의 통합을 합의하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대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됐다. 결국 노회찬·심상정 전 상임고문, 당 유일 국회의원이던 조승수 전 의원이 모두 탈당하게 됐다. 세 사람과 민주노동당은 통합진보당을 창당했다. 이렇게 노동당은 진보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됐다. 나중에는, 노회찬·심상정·조승수 세 사람 조차도 진보당을 탈당해 정의당을 창당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라는 한 역사를 공유했지만, 각자의 길을 가게 된 '노동당', '정의당', '통합진보당'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윤현식 대변인은 기자가 "일각에서는 노동당이 경제체제 자체에 대한 투쟁을 하다보니,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처럼 현 체제 내에서의 활로를 모색해 나가는 온건적 대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라고 묻자, 윤 대변인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노동당이 단순히 구호만 외치면서, 이상을 지향하는 당이 결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현실 속에서 머물면서 이상을 포기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당 내부에서도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에 참여하시는 당원들이 있을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이를 부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들이 내세우는 논의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공론화를 위해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태그:#노동당, #지방선거, #윤현식, #윤원필,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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