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거 시기만 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많은 매체에 게재됩니다. 후보자와 참모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러저러한 의견을 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단지 1~2%p의 차이에 사람들이 환호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눈에는 오차범위니 응답률이니 하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수치만 크게 들어옵니다. 하나하나 잘 톺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의 여론조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6.4지방선거 남경필-김진표 경기지사 후보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양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남경필 새누리당 경지지사 후보, 오른쪽은 김진표 새정치연합 경기지사 후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6.4지방선거 남경필-김진표 경기지사 후보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양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남경필 새누리당 경지지사 후보, 오른쪽은 김진표 새정치연합 경기지사 후보.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흔히들 널뛰기라고 합니다. 여론조사기관마다 다르고 시기나 지역마다 엄청난 편차가 보이는 여론조사를 '널뛰기' 조사라고 합니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맞이해서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 여론조사는 '초특급 널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간 별로 톺아 볼까요?

여론조사가 시행된 날짜에 차이는 있으나 0.8%포인트부터 14.8%포인트까지 결과가 가지각색입니다. 그동안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는데, 최근 지상파 3사가 리서치앤리서치 등 3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19세 이상 성인남녀 1만42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경필 후보의 지지율은 34.8%,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는 35.7%를 얻었습니다. 역전이 된 것이지요. 이번 조사는 유무선 전화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전체 응답률은 12.3%, 서울과 경기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입니다.

MBN이 리얼리터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진표 후보가 지역구인 수원은 물론 안성, 오산, 평택, 화성 등 서남부권에서 절반이 넘는 50.3%의 지지를 받아 40.1%의 지지를 받은 남경필 후보를 10%p 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607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로 진행한 이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2.9%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p입니다.

널뛰는 경기도지사 선거 여론조사 이유가 뭘까

이렇게 각각의 여론조사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현재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그만큼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원인은 세월호 참사와 정부 대응, 후속 조치의 문제점 등의 여러 가지 복합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론조사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가장 기초적인 과정입니다. 환자의 상황에 빗대서 이야기 한다면 엑스레이(X-ray)나 엠아르아이(MRI)를 찍는 것이라 볼 수 있죠. 그런데 엑스레이나 엠아르아이가 해석하기 곤란할 정도로 중구난방이라면 의사 입장에서는 참 곤란하겠죠? 사실 이렇게 여론조사가 정신이 없을 경우 FGI(Focus Group Interview) 조사를 하기도 합니다. FGI의 경우 좀 더 유권자의 심층적인 인식을 짐작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선 최근 JTBC의 자료(조사기관 ㈜현대리서치연구소, ㈜아이디인큐, 트리움 연구소)를 근거로 분석하겠습니다.

지난 5월 14일~17일까지 경기도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남녀 1,25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유선 72.5% + 무선 27.5%) 43.1%에 스마트폰어플리케이션 조사 56.9%를 조사방법으로 선택했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p이며 통계를 내는 과정에서 인구비례에 따라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2014년 3월 현재 안행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를 부여했으며 응답률은 13.5%였습니다. 이에 따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새누리당 남경필 30.9% VS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30.2%, 기타후보(백현종 통합진보당 후보)는 3.3%, 부동층 35.6%

정당지지율에 발목을 붙잡힌 김진표

평소에 정당 지지율이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선거시기가 되면 좀 비슷해집니다. 또 한 쪽이 잘못을 하면 다른 쪽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받기도 하지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여당의 무책임과 무능력이 폭로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야당,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유권자들이 야당답지 못하고, 대안이 아니라고 유권자들이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사실 남경필 후보나 김진표 후보나 지역도 비슷하고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또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집사와 장로로 활동하고 있는, 한 마디로 서로 잘 아는 사이인 거죠. 게다가 정치성향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남경필은 보수적인 새누리당에서 쇄신파로, 김진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정당 지지율이 김진표 지지율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당 지지율을 후보지지율과 비교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추출한 각 정당의 지지율과 현재 선거에 임하고 있는 후보의 개인 지지도
▲ 정당지지율과 후보 지지율 같은 조사에서 추출한 각 정당의 지지율과 현재 선거에 임하고 있는 후보의 개인 지지도
ⓒ 최요한

관련사진보기


표에서 보시다시피 19세~29세의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과 비교해서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이는 수치인 16.0%입니다. 특히 40대 연령의 정당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을 비교해보았을 때 차이가 명확해집니다. 정당지지율의 경우 새누리당 18.1%, 새정치민주연합 26.1%로 8%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에 비해 후보의 지지율은 남경필 23.6%, 김진표 42.5%로 17.9%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정당지지율에 비해 개인 후보지지율이 배 이상 높다는 것이죠. 역으로 이야기 하면 정당지지율이 개인 후보지지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진표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정당지지율에 발목이 잡혀있다, 라고 해석이 되는 부분입니다.

조사 결과에 나타난 부동층을 보면 더 명확해 집니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냐고 물어봤을 때보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냐고 물어봤을 때 부동층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지를 하겠지만 막상 지지정당을 물어봤을 때는 없거나, 모른다거나, 무응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남경필은 개인지지율과 정당지지율이 비슷하게 움직인다(큰 차이가 없다) ▲김진표는 정당지지율이 개인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큰 차이가 있다) ▲연령이 낮을수록 무당파/중도층이 많아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바람·구도·텃밭이라는 선거의 3요소

선거의 승리를 결정짓는 3요소를 바람과 구도 그리고 텃밭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체를 규정짓는 '프레임'이라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지요. 이 요소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남경필 vs. 김진표'의 대결을 정리해 보죠.

우선 바람,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선거에는 '세월호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니, 선거의 주된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죠. 초기에 큰 차이로 김진표 후보를 이기던 남경필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습니다"라고 주장하다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력이라고 본다"라고 말을 바꾼 것도 남 후보의 조급한 처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 다음으로 구도. 백현종 후보는 통합진보당 후보입니다. 지지율을 보자면 3~6%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거대 두 정당의 후보에 비해서는 보잘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제 5회 지방선거시기에 서울의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고작 0.6%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는 초박빙 양상이 벌어진 것, 그리고 노회찬 후보의 득표율이 3.26%에 이른 것을 감안했을 때 현재와 같은 초박빙 상황에선 백현종 후보의 득표력은 선거 판세를 좌우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즉, 선거판세가 초박빙으로 가면 갈수록 통합진보당 기호 3번의 표 값이 올라가는 구도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텃밭. 사실 경기도를 새누리당 텃밭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2002년 한나라당 소속 손학규 지사의 당선, 현 김문수 지사의 재선 성공 등 최근 12년 간 경기도는 '보수의 성지'라 불릴 만합니다. 더군다나 늘 선거 시기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휴전선과 접경해 있는 경기 북·동부 농촌지역은 경우는 그 동안의 선거 경험상 '새누리'를 비롯한 보수정당의 '몫'이었지요.

바람·구도·텃밭 차원에서 보자면 김진표 후보는 '바람'이라는 요소 외에는 그다지 유리한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리하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 바람·구도·텃밭을 포함한 선거의 '프레임'은 어떻게 규정되고 있을까요?

일꾼론 vs. 심판론 프레임

여론조사 기관별로 제각각의 예측을 내 놓고 있다.
▲ 조사 기관별 경기도지사 여론조사 결과 여론조사 기관별로 제각각의 예측을 내 놓고 있다.
ⓒ 최요한

관련사진보기


올해가 시작되면서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프레임은 '지방정부 심판'론 이었습니다. 야당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우지 못하고 그저 '정권 견제론' 정도로만 그쳤지요.

하지만 4월 16일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비껴가고자 지역의 발전을 위한 '일꾼론'을 프레임으로 내세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다시 빼앗겼던 프레임인 '심판론'을 정면으로 배치했습니다.

'일꾼론 VS 심판론'으로 단순화된 현 구도는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진표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세월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워지지만 그렇다고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새누리는 맞불로 지역발전과 개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토건사업 약속 등 '일꾼론'으로 맞서는 것입니다.

이 프레임은 김진표 후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절묘한 정치상황이 빚어낸 어젠다 충돌인 셈입니다. 김진표 후보에게 굉장히 유리한 판이 벌어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경기도지사 선거 역시 두 편에 나눠서 싣습니다. 결론 부분은 뒷 부분입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서 몇몇 언론에서 예상했던 '친노'때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의도가 뻔히 읽혀지는데요, 나중에 이에 대해 부연 설명하겠습니다.



태그:#경기도지사 선거, #남경필, #김진표, #여론조사, #착한 정치컨설팅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