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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가는 길목에 놓여 있는 여러 부스들입니다. 모두가 제 곳에서 최선을 다하여 섬기고 있는 모습이었죠.
▲ 팽목항 가는길 팽목항 가는 길목에 놓여 있는 여러 부스들입니다. 모두가 제 곳에서 최선을 다하여 섬기고 있는 모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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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2일. 지방선거 공식선거전이 열린 날이었죠.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36일이 지난 날이기도 했습니다. 한 달 하고도 6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신 16구는 건져 올리질 못했죠.

아침 일찍부터 권사님들이 수건을 예쁘게 접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나 하나 곱게 접어 차곡차곡 플라스틱 함에 담고 있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어 손은 투박하지만 이보다 더 고운 손이 어디에 있을까요?
▲ 북교동교회 권사님들의 자원봉사 아침 일찍부터 권사님들이 수건을 예쁘게 접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나 하나 곱게 접어 차곡차곡 플라스틱 함에 담고 있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어 손은 투박하지만 이보다 더 고운 손이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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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피워보지 못한 그 학생들의 영혼을 누가 감히 달랠 수 있겠습니까? 유족들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그저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는 것만이 살아 있는 자로서 할 수 있는 도리일 것 같습니다.

등대에서 아빠와 엄마가 애타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요? 이제는 돌아오는 발길인 것 같습니다. 뭐라고 위로해 드려야 할까요?
▲ 등대 등대에서 아빠와 엄마가 애타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요? 이제는 돌아오는 발길인 것 같습니다. 뭐라고 위로해 드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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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위로하고 섬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교회 식구들 7명과 함께 그곳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나마 학생들의 영혼과 유족들에게 고해성사를 하며 죄를 씻는 마음이었습니다.

등대쪽으로 가는 길목에 붙어 있는 명찰표였습니다. '내 아들 김OO'이 제목으로 적혀 있었는데, 아마도 그 부모가 적은 글귀 같았죠. 엄마 아빠의 바람대로 하루빨리 아들이 돌아왔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 '내 아들 김OO' 등대쪽으로 가는 길목에 붙어 있는 명찰표였습니다. '내 아들 김OO'이 제목으로 적혀 있었는데, 아마도 그 부모가 적은 글귀 같았죠. 엄마 아빠의 바람대로 하루빨리 아들이 돌아왔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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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러 종교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진도군교회연합회에 합류하여 한 팀은 팽목항에서, 다른 한 팀은 실내체육관에서 그 일을 각각 섬기기로 했죠.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보낸 학생들의 위로 편지였습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사연들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었고, 또 빨리 살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편지들이었죠.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 위로의 편지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보낸 학생들의 위로 편지였습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사연들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었고, 또 빨리 살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편지들이었죠.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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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가 섬긴 일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부스에 부족한 물품을 본부에서 받아와 나눠주는 몫을 감당한 게 다였죠. 여러 음료와 속옷과 양말과 치약과 칫솔과 같은 여러 구호품을 나눠주는 게 그것이었습니다. 유족들을 위로하거나 예배를 드리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죠.

오후 1시가 되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남동지방회에 소속된 지도교회 목사님들이 와서 섬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 일행들은 서서히 빠질 준비를 하고 있었죠. 너무나도 멋진 모습들입니다.
▲ 진도군교회연합회 오후 1시가 되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남동지방회에 소속된 지도교회 목사님들이 와서 섬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 일행들은 서서히 빠질 준비를 하고 있었죠. 너무나도 멋진 모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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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돌아와, 아빠가 기다릴게."

정확한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스가 있는 뒤쪽 등대가 있는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밖을 나가 그곳을 쳐다봤습니다. 아빠로 보이는 한 남자가 저 멀리 바다를 향해 그렇게 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루 속히 아빠 품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이죠.

저 멀리 안산에서 이곳 진도까지 와서 봉사하는 손길을 봤습니다. 이분들 가운데 몇 몇 분들이 우리 일행이 있는 부스까지 와서 음료를 마시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안산제일교회에서 천여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소망의 기도를 드렸다고 말이죠.
▲ 안산시자원봉사센터 저 멀리 안산에서 이곳 진도까지 와서 봉사하는 손길을 봤습니다. 이분들 가운데 몇 몇 분들이 우리 일행이 있는 부스까지 와서 음료를 마시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안산제일교회에서 천여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소망의 기도를 드렸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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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 아이를 건져냈는데, 여태까지 이곳에서 함께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도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사이, 초췌한 모습의 유가족 한 분이 우리 부스로 와서, 인사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 분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랄까요? 우리가 섬기고 있는 일이 결코 초라한 게 아니라 가장 귀중한 일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진도군실내체육관 앞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한산한 모습이죠. 그런데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가족들이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찰이 통제하고 있죠. 이곳에서도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 실내체육관 진도군실내체육관 앞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한산한 모습이죠. 그런데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가족들이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찰이 통제하고 있죠. 이곳에서도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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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1시쯤 됐을 때, 우리 일행과 교체해 주기로 한 팀이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그 분들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남동지방'에 소속된 교회의 목사님들이었죠. 장장 2시간이 넘는 걸음이었지만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이 곧바로 섬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뒤 실내체육관에서 봉사하고 있는 세 분을 차로 태우고, 우리 일행은 곧장 교회로 출발했습니다. 돌아오는 길목에 걸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봉고차 뒤에 타고 있던 권사님들은 모두 편안한 잠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나마 유가족들에게 진 빚을 덜고 왔다는 마음 때문이지 싶었습니다.

실내체육관 쪽에 설치된 부스에서 섬기고 있는 우리 북교동교회 권사님들의 모습입니다. 앞에 서 있는 이일례 권사님은 허리 수술을 했는데도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 실내체육관 실내체육관 쪽에 설치된 부스에서 섬기고 있는 우리 북교동교회 권사님들의 모습입니다. 앞에 서 있는 이일례 권사님은 허리 수술을 했는데도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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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서는 '우리 북교동교회 권사님들, 화이팅!' 하는 소리가 잠잠히 터져 나왔습니다. 이토록 귀하고 보람된 섬김의 현장에 흔쾌히 동참해 준 권사님들이야말로 우리교회에 가장 보배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태그:#팽목항, #실내체육관, #진도군교회연합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남동지방, #북교동교회 권사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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