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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럽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풍겼던 첫인상이다. 이십 대 초반이 내뿜는 에너지와 재잘거림이 조그만 연습실을 꽉 채운다. 동선이 꼬이고 몸짓에 각이 잡혀있지 않을지라도 그들의 눈빛에서 그동안 땀 흘려 왔을 시간들이 느껴졌다.

 <비망> 공연 연습 중인 대학생들
 <비망> 공연 연습 중인 대학생들
ⓒ 최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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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창작터 수다에서 '5.18 광주민중항쟁 34주년 기념 오월정신계승 뮤지컬 <비망>'을 무대에 올린다. 2011년부터 시작해 4년째 대학생 배우들을 공개모집 해 이어오고 있는 이 공연은 올 해 더욱 특별하다. 2012년에 참가했던 대학생이 2013년부터 직접 작가로 참여했고 올 해는 내용을 더욱 보강했다.

"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의 시작은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2014년을 살아가는 학생들은 5월 광주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가 되었다. 극에서 두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지금의 학생들에게 다시금 80년 5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다"

이러한 기획의도에 따라 준비 과정 동안 단순히 연습만 하지는 않았다. 5·18에 대한 강연도 듣고 <화려한 휴가> 영화도 같이 보았다. 11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올렸던 공연 전 날에는 답사도 다녀왔다. 망월동 묘역을 순례하고서 눈물을 보이는 배우들도 있었다. 그 결과는 이후 배우들의 완전히 달라진 연기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80년, 덕복은 서울에서 소매치기를 하다가 광주로 숨어든 후 항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계엄군의 폭행으로부터 떡볶이 장수 명순을 구해주게 되고 이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 난리가 끝난 뒤에 떡볶이를 만들어주겠다던 명순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덕복은 아직도 그 때의 상처를 마음에 안고 산다. 고등학생 경아 또한 당시 계엄군이었던 아버지의 죄의식을 덜어주고 싶어한다. 노점 강제철거로 다친 덕복과 봉사활동을 나온 경아는 병원에서 만나게 되고, 어느 새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게 된다

 <비망>의 한 장면
 <비망>의 한 장면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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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망>의 한 장면
 <비망>의 한 장면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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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망>의 한 장면
 <비망>의 한 장면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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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망>의 한 장면
 <비망>의 한 장면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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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이 물러간 해방광주의 들썩이는 분위기 속에서 신나게 시작한 아리랑은 시간이 갈수록 곡조가 느려진다. 그리고 하나 둘 눈 앞에 닥쳐오는 죽음 앞에서 희망이 분노가 되어 어느 새 장송곡으로 바뀌어 있다. 독백과 아리랑, 북소리 하나 만으로 무대가 꽉 찬다. 죽은 자의 혼과 산 자의 죄책감이 마주한다. 그 순간 그 곳의 공기는 배우들의 '진심' 그 자체였다. 이 후 연습실에선 배우들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송윤경 (고려대 건축과 4) 학생은 학교에 붙은 배우 모집 포스터를 보고 뮤지컬을 해 보고 싶은 마음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이과이다 보니 역사를 거의 안 배웠어요. 그래서 5.18에 대해선 대략적으로만 알았지 별로 관심이 없었죠. 공연을 준비하면서 극중 인물을 이해해 보려고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역사와 사회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녀는 공연 준비 중 터진 세월호 사건을 보며 남은 자들의 슬픔에 대해 감정이 확 와닿았다고 했다. 2014년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마주했던 80년 오월은 어땠을까. 광주 친구에게 물어서 사투리를 익히고 매 연습마다 눈물바다를 이루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다.

<비망>은 오는 5월 24일(토) 오후 4시, 7시에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비망>
 <비망>
ⓒ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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