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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416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416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416의 의미를 아프게 새긴다. 416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416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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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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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연구 분야에서 416은 무엇인가?
"416은 미디어 윤리의 총체적 실종이다. 우리 미디어의 윤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윤리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 지켜야 할 미디어 윤리 가치는 무엇이었나?
"미디어 윤리의 기본은 진실 보도이고 윤리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416 보도에서 우리 언론이 무시한 윤리 규범은 무엇인가?
"진실 보도를 위한 사실 검증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인권 보호를 추구하지 않았다. 핵심적인 윤리 가치를 무시한 것이다."

- 우리 언론의 윤리 불감증의 심각성은 어디서 확인되는가?
"정부 기관의 발표를 합리적 의심이나 배경 조사 없이 그대로 발표한 것은 윤리 위반이다."

- 단순 전달도 심각한 문제인가?
"정부의 발표가 잘못된 것이라면 언론이 단순 전달했다는 변명으로 윤리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 속보 경쟁의 비윤리 요인은 무엇인가?
"추후에 차분히 살펴서 보도해도 좋을 보상금 문제를 서둘러 보도하는 행위도 윤리 위반의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 416 분석에서 당신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미디어의 잘못된 취재 보도 관행, 선정적 보도, 오보, 속보 경쟁, 어뷰징, 사실 검증의 부재, 인권 의식 희박이다."

- 어뷰징은 어떤 비윤리 행위인가?
"어뷰징(abusing)이란 주로 인터넷 언론에서 PV(Page View)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비윤리 행위다. 단순히 제목만 바꾸어 마치 새로운 기사인양 후속 보도하여 클릭 수를 높이는 짓인데 기만적 보도 방식의 한 유형이다."

- 416에서 어뷰징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
"인터넷을 통한 보도와 방송 보도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 시청자를 화면에 잡아 두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 들어온 뉴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속보인 듯 보이게 하는 보도가 많았다."

- 인권 의식의 희박성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가?
"피해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인터뷰를 시도하고 구조된 학생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을 봤다. 인권 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행태다. 구조된 학생들이 담요를 찾았던 이유가 추위 때문이 아니라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지적을 언론은 새겨들어야 한다."

- 언론이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면 왜 하지 않은 것인가?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다. 재난 보도 준칙도 없었고 언론사별 취재 조정도 되지 않았다."

- 무엇을 어떻게 했다면 더 잘할 수 있었는가?
"신속성보다 정확성에 더 큰 초점을 두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속하게 보도하려다 오보가 발생하는데 오보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과 트라우마가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언론이 속보 경쟁의 본능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특종과 속보에 대한 우리 언론 취재 보도의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고급 언론은 언감생심이다."

- 우리 언론이 국민에게 남긴 상처는 무엇인가?
"그래도 언론은 믿어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 언론이 사실을 올바로 보도하려고 노력한다는 일말의 기대감과 신뢰감이 무너졌다. 국가는 물론이고 언론도 믿지 못하겠다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 우리 언론의 윤리 불감증의 원인은 뭔가?
"'언론 윤리'에 대한 준수 의식이 희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윤리 강령이나 개별 보도 준칙 등이 있으나 규정 다 지키면서 보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단 보도하고 문제가 있으면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 그렇게 깊은 보도 관행이 개선될 수 있겠는가?
"각종 매체 관련 법에서 규정해야 한다. 각 언론사 또는 기자협회에서 재난 보도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 기자협회의 인권 보도 준칙이 있지 않은가?
"여기에는 재난 보도 시기의 인권 보호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가능한 한 빨리 개선돼야 한다."

- 416 보도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한 매체는 무엇인가?
"역할을 다한 매체는 찾기 힘들다. 믿을 수 있는 매체와 그렇지 못한 매체는 나눌 수 있겠다. JTBC와 외신 미디어는 제 기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 JTBC도 초기 무리한 취재가 있지 않았나?
"그랬다. 그러나 문제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면서 사건 보도를 사실에 근거하여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외신 미디어가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국내 미디어에 가해지는 사측의 무리한 취재 지시나 속보 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 416 보도에서 우리 매체가 짊어진 첫 번째 책무는 무엇이었나?
"사건 초기에 국민이 하나로 단결할 수 있도록 보도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미디어는 사실의 전달뿐만 아니라 사실을 올바로 해석해 적정한 의미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 윤리를 지키는 언론과 지키지 않는 언론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2013년 <뉴욕타임스>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을 보도할 때 나타난 신중함을 보라. 다른 언론이 신속 보도를 위해 우왕좌왕할 때 그들은 끝까지 사실 검증에 노력했고 다른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았다. 이것이 <뉴욕타임스>를 <뉴욕타임스>로 만든 이유다. 우리나라도 중심을 잡아 주는 언론이 필요하다. 보도의 정확성과 신중함이 윤리를 지키려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의 구분 기준이 될 수 있다."

- 당신의 연구 분야에서 416은 앞으로 어떻게 연구되어야 하는가?
"윤리를 지키는 언론이 좋은 언론이다. 언론이 윤리를 지키지 못하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분석하는 데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한다."

- 당신의 416은 무엇인가?
"안타까움이다. 솔직히 말한다. 우리 언론은 지금보다는 더 잘할 수 있다. 더 잘해야 한다."

이재진

이재진은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다. <미디어 법>, <미디어 윤리>, <한국언론윤리법제의 현실과 쟁점>, <언론과 명예훼손 소사전>, <언론 자유와 인격권>, <인터넷 언론 자유와 인격권>, <저널리즘의 이해>, <표현, 언론, 그리고 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책을 썼고 한국언론법학회 연구이사, 인터넷윤리학회 이사와 같은 일을 한다.

416과 언론의 보도를 지켜보면서 그의 마음에 남은 것은 안타까움이다. 언론이 보도와 의제의 윤리와 책무를 다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차 피해자와 이차 피해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헤어나기 힘든 트라우마에 빠져든 데는 언론의 윤리 실조증이 큰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언론이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매일 발행하는 무료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에 실린 글입니다.
커뮤케이션북스가 발행한 모든 북레터를 <인텔리겐치아> 사이트(http://bookletter.eeel.net)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416, #세월호, #미디어윤리, #저널리즘, #보도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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