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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규칙으로 분류하고 있는 율이
▲ 50피스 퍼즐 준비중인 아이 자신만의 규칙으로 분류하고 있는 율이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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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한 번쯤 내 아이 집중력은 어느 정도 일까, 아니면 집중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도의 고민은 합니다. 왜?, 집중력을 높이면 책도 많이 읽을 것이며 결국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성장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대다수의 부모가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부부도 그 생각과 고민을 확 던져버리지 못하는 평범한 부부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여건은 더더욱 아닙니다. 솔직히 맞벌이하는 부부라면 하루 아이를 마주 대하고 앉아 차근차근 무얼 가르치고 이것저것 해 볼 시간은 없습니다. 기껏해야 주말 정도인데 이것도 아이와 함께 외출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콧바람 쏘이고 나면 그마저 있던 시간도 없습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집안일 하랴 집안 대소사 챙기랴 내 몸뚱이 쉴 시간 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아이의 집중력이 하루하루 저절로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손 안고 코 풀려는 얄팍한 욕심이니 무엇이든 하긴 해야 합니다.

스스로 글을 읽을 나이가 안된 율이는 아직 엄마가 책을 읽어 줍니다. 많은 부모가 그렇듯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저희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행위가 훗날 아이 스스로 책을 내 분신처럼 생각하며 옆에 두고 읽을까요?

제 생각은 '아니다'입니다. 그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림책을 시작으로 천천히 글이 조금 삽입된 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이 스스로 하는 행위가 아닌 부모에 의한 수동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책을 읽어주면 언젠가는 스스로 재미를 붙여 TV 안 보고 시간만 있으면 책을 붙잡고 있기를 바라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가 책에 애정을 가지고 또 재미를 붙인다면 다행이지만 말이죠.

가위로 색종이를 오려 붙이기, 색칠공부 하기, 블럭 쌓기, 붓과 물감으로 색칠하기, 등등 많은 것을 해 보았지만 길어야 며칠 그것도 스스로 하려는 의지보다는 반은 타의에 의한 강요된 행위였습니다.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에 한계를 점점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는 육아서의 지침이 절실히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집안 정리를 하다가 율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돼서 지인에게 받은 퍼즐 찾게 되었는데 한 판에 10개 정도의 큼지막한 퍼즐이었습니다.

완성된 직소퍼즐
▲ 50피스 직소퍼즐 완성된 직소퍼즐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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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해보라고 주었는데 생각보다 곧잘 하려고 했고 가끔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 집어 던지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그냥 하려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단 눈에 보이는 곳에 항상 두었는데 다음 날이면 또 하고 있고 다음 날이면 집어던지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완성된 퍼즐을 보고는 아이는 너무 좋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퍼즐은 아이의 어떤 승부욕? 혹은 성취감 그리고 집중력을 자극하는 도구인 것 같습니다. 퍼즐을 하면서 엄마와 시합을 하고 누가 먼저 할지 정내놓고 하면 아이는 작은 승부욕을 느끼고 퍼즐을 완성하게 되면 성취감을 함께 느낍니다. 또한, 승부욕과 성취감을 이루기 위해 집중력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 봅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지나친 승부욕은 물론 좋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억누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만 하면 된다는 자칫 1등 지상주의의 과욕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항상 게임이 끝나면 엄마는 질문합니다. "1등이 좋은 거니? 꼴찌한 엄마는 어떻게 하니?"라고 질문을 하면 아이는 괜찮아 '다음에 1등 하면 돼 혹은 1등이 좋은 건 아니야'라며 엄마를 위로하는 아이로 만든다면 약간의 승부욕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처음 고정판이 있는 10개 조각으로 시작한 퍼즐 놀이는 어느새 고정판 없는 직소 퍼즐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어렵습니다. 아빠인 내가 처음 이 퍼즐을 맞닥뜨렸을 때 망설여지고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이걸 과연 할까? 이 생각이 100%였습니다. 아내가 인내를 가지고 아이와 조금씩 한 결과 이렇게 멋지게 해내는 율이를 보면 참으로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아이는 과연 이 복잡한 퍼즐은 어떻게 할까? 정답은 하나지만 가는 방법은 다 다르듯 아이도 스스로 규칙을 어느새 터득한 듯합니다. 일단 같은 색깔별로 조각을 모는 방법, 또는 집이면 집, 자동차면 자동차, 블럭이면 블럭을 끼리끼리 모은 다음 시작을 합니다. 아무리 어렵고 조각이 많아도 이런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시작하면 허둥대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율이도 조금씩 자신만의 규칙을 정하고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한참 겨울 왕국에 빠져있는 율이 입니다. 결국 어린이날 선물로 겨울 왕국 퍼즐을 사 달라고 해서 찾아보니 100피스가 넘는 것이라야 보기도 좋고 캐릭터들의 모습이 제대로 구분될 수 있어 보이더군요. 40~50피스를 즐겼던 율이가 '100피스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저의 생각은 괜한 걱정이었나 봅니다. 물론 처음은 지루해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겨울 왕국 좋아하는 아이가 완성한 퍼즐
▲ 100피스 직소 퍼즐 겨울 왕국 좋아하는 아이가 완성한 퍼즐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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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모나 내 아이가 책을 많이 읽고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고가의 전집을 들여놓기도하고 책과 함께 방문 선생님의 지도도 받는 가정이 많습니다. 그것이 잘못된 교육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모든 아이의 성격과 성향이 다르듯 아이의 호기심 또한 다르게 마련입니다. 억지로 아이가 책을 읽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부모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도 부모는 무엇에 씌었는지 아이의 눈앞에 책을 밀어넣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성화에 마지 못해 읽는지 부모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책이 아니어도 다른 무언가에 집중력을 보인다면 독서도 충분히 호기심을 가지고 접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아이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방법은 많이 있는 듯합니다. 꼭 퍼즐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는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더 나아가 재미를 가질 수 있는 많은 소재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호기심으로 출발해서 재미를 느끼고 지속력까지 갖춘다면 더 바랄 게 뭐 있겠습니까.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지요. 퍼즐 몇 번 했다고 이것이 다가 아닌 줄 압니다. 그러나 최소한 부모라면 아이의 눈에 그 소재들을 보여주고 찾아 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퍼즐에 싫증을 느끼면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오늘도 고민하는 아빠입니다.


태그:#퍼즐, #집중력, #직소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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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시민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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