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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영업정지 철폐 위한 30만 종사자 총결의 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정부의 영업정지에 항의하며 휴대폰 포장 상자를 거리에 쏟아붓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영업정지 철폐 위한 30만 종사자 총결의 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정부의 영업정지에 항의하며 휴대폰 포장 상자를 거리에 쏟아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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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보조금은 줄고 고액 요금제 혜택은 늘어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아래 단통법) 통과로 이동통신 시장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당장 오는 10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판매점에선 보조금을 공시해야 하고, '신규/번호이동 우대'라든가, '고액 요금제 일정기간 유지' 같은 보조금 차별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물론 지금도 보조금 상한선을 27만 원으로 정하고 보조금 차별 행위에 수천 억 원 과징금과 45일간 영업 정지까지 부과했어도 이통사 보조금 경쟁을 막진 못했다. 단통법 역시 실효성 논란이 여전하지만, 이통사들도 법 시행에 맞춰 마케팅 전략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단통법이 과연 통신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오고, 통신소비자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보조금 차별'은 금지, '요금제 차별'은 인정?

그동안 이통사들도 속내는 조금씩 달라도 단통법을 지지해왔다. 번호이동 시장에서 '제살 깎아먹기'나 다름 없는 보조금 경쟁이 줄면 그만큼 마케팅 비용이 줄고 영업이익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단통법 시행이 결국 이통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7일 통신산업분석 보고서 "이통사는 기존까지 보조금 중심의 일대일 마케팅 경쟁에 치중했지만 (단통법으로) 서비스 본연의 경쟁,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마케팅 경쟁으로 게임의 법칙이 바뀌게 된다"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도 10월 이후 이통3사 마케팅비가 10~1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지급하는 장려금 하락폭이 더 클 전망이다. 새 법이 시행되면 제조사들도 이통사와 마찬가지로 불법 보조금 단속 대상에 포함돼 최대 매출액 3%까지 과징금을 내야 한다. 또 자급제 단말기 출고가와 대리점과 판매점에 직접 지급한 장려금 규모에 대한 자료도 방통위와 미래부에 제출해야 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팬택이 최근 베가 아이언2 출시를 앞두고 출고가 책정에 고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말기 출고가는 부풀리는 대신 음성적인 장려금을 통해 실제 판매가를 낮추는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단통법 시대에 대처하는 통신소비자의 자세는?

당장 새 단말기 출고가를 확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보조금만 줄면 번호이동 시장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번호 이동을 통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동시에 주력 요금제를 5만 원대에서 6만 원대로, 다시 7만 원대로 점점 높이려던 이통사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통3사가 4월 초 8만 원대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앞 다퉈 도입한 것도 번호이동 가입자들을 더 비싼 요금제로 옮기도록 해 결국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을 끌어올리려는 수단인 셈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기존 이통사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통신사를 바꾸면 장기고객 마일리지나 결합 할인 혜택도 사라지고 새 서비스에 적응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지 않기 때문이다.

이통3사와 제조사가 번호 이동에 단말기 값과 맞먹는 보조금을 쏟아 붓는 것도 그만큼 소비자들이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KISDI에서 이통사 변경 이유를 조사했더니 '최신 단말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좋은 통화 품질'을 앞섰고, 그 다음이 '보조금, 사은품', '저렴한 기본료/통화료' 순이었다.

사실 단통법이 시행되더라도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이용해온 소비자들이 체감하긴 쉽지 않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건 보조금을 받는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굳이 보조금 받고 최신 고가 단말기로 바꾸느니 기존 단말기나 저가 단말기를 쓰고 통신비를 줄이려는 실속파에게 유리하다.

또 앞으로는 높은 요금제를 일정기간 사용할 의무도 없어지기 때문에 이통사들도 많은 보조금이 필요한 고가 단말기 가입자보다 값싼 단말기를 쓰더라도 비싼 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 주는 혜택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저가 요금제 가입자들이 받는 불이익을 더 커질 수 있다. 지금도 월 3~4만 원대 저가 요금제를 쓰는 3G나 LTE 가입자들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이용이나 음성이나 데이터 기본 제공량 등에서 고액 요금제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   

10월 단통법 시행 앞두고 '고지전'... 보조금 경쟁 심할 듯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이동통신 유통점이 몰려 있는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이동통신업계 및 상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직접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이동통신 유통점이 몰려 있는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이동통신업계 및 상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직접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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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통3사 영업정지가 끝나는 오는 5월 20일부터 단통법 시행 전까지는 보조금 경쟁이 반짝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증권도 7일 "영업정지가 끝나는 시점부터 약 1개월 동안은 보조금 경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5월부터 10월 사이에 예상 밖의 경쟁 심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굳이 번호이동을 통해 최신 단말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겐 이때가 적기다. 당장 삼성, LG, 팬택, 소니 등 단말기 제조사들도 이 시점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소니가 자급제 단말기인 엑스페리아Z2를 79만 원대에 내놨고, 팬택도 오는 12일 베가 아이언2를 70만원대 후반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는 이달 말 5.5인치 초고해상도(QHD) 액정화면을 장착한 G3를 선보일 예정이고 삼성도 다음 달 QHD로 업그레이드한 '갤럭시S5 프라임'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애플 아이폰 차기 모델도 10월 이전에 국내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준섭 애널리스트는 "(10월 이후엔) 번호이동시장 냉각이 불가피해 가입자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에 유리한 국면"이라면서, 10월까지 마케팅 경쟁을 한국전쟁 당시 휴전을 앞두고 벌어진 '고지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태그:#단말기유통법, #스마트폰, #휴대폰, #이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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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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