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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416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416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416의 의미를 아프게 새긴다. 416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416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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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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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416은 무엇인가?

"총체적 실패다. 위기관리에서 우려하는 모든 것이 모두 터져 나와 재앙을 정조준해 작동되었다. 우리나라 위기관리 역량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최악의 사건이다."

- 416 분석에서 당신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결여다.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네 가지가 결여되어 발생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방 노력의 부재, 사전 준비의 부재, 상황 장악력의 부재, 피해자에 대한 고려 부재가 동시에 발생되었다."

- 예방 노력의 부재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많은 위기 징후가 있었지만 예방을 위한 노력이 없었다. 기술 부문, 전담 인력, 조직 구조, 조직 문화, 경영진의 마인드,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위기 예방 의식이 없었다. 그것이 감독 기관의 무책임과 만나면 대충대충 문화가 되고 대 재난이 된다."

- 사전 준비는 얼마나 부재했는가?
"사전에 위기를 준비하는 과정, 곧 매뉴얼을 만들고 담당자들을 교육 훈련하는 과정이 없었다."

- 상황 장악력의 부재는 어느 정도였는가?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초동 대응의 실패였다. 이것은 조직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된다. 선장이나 해경 어느 누구도 상황을 장악할 수 있는 준비도, 능력도, 의지도 보여 주지 못했다."

- 선장과 해경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이것은 오랜 훈련과 정보처리 능력, 적절한 지식의 보유, 위기에 대처하는 의지에서 비롯되는 기능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이 필수 요소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갖추고 있지 못했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피해자에 대한 고려의 의미는 뭔가?
"위기가 발생하면 피해자 고려가 최우선 사항이다. 위기관리에서 최우선 고려 사항이 피해자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 정부의 위기관리 행동은 무엇이었나?
"안전을 이번 정부의 기치로 내세웠지만, 위기관리를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난 참여정부 이후로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려 왔다. 보수정부가 안전과 재난에 더 무신경하거나 취약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위기 징후를 포착해 위기를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거나 작동하지 않았고,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실제적인 매뉴얼을 준비하거나 현실에 적용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기본적인 노력 없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정부와 관련 기관이 우왕좌왕한 이유가 뭔가?
"원칙을 지킬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위기를 관리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 정부는 무엇을 하지 않은 것인가?
"빠른 대응, 일관성 있는 대응, 개방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사건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고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은 실종자 수조차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일관성이 없었다. 정보를 숨기거나 뭔가 상황을 조작한다는 인상을 주어 피해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이 정부가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대답해야 한다."

- 416에서 선장과 승무원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에서 위기관리의 일차 주체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위기관리를 실행할 지식도, 동기도, 의지도 없었다."

- 해경의 의미는 무엇인가?
"위기관리의 두 번째 주체다. 그들은 위기를 관리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그러나 초기 대응 과정에서 전혀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 승무원과 해경이 이 지경에 이른 이유는 무엇인가?
"더 큰 문제 때문이다. 정부의 관리 감독 소홀, 규제 문제, 국가 위기관리 체계의 문제가 그것이다."

- 우리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없는가?
"위기관리 매뉴얼은 얇은 참고서적이다. 위기취약성을 파악하고, 위기가 일어났을 때 해야 하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식 기반, 연락처, 대응 요령을 적어 놓았다."

-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매뉴얼을 체화하는 것이다. 실제적인 위기 시나리오를 통해 반복 훈련을 하고, 위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하며, 가장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 가장 위험한 생각은 무엇인가?
"바로 지금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었으니 위기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 416과 유사한 사례는 무엇인가, 그 일 이후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1912년에 있었던 타이태닉 침몰 사고다. 수많은 위기 징후를 무시하였고, 위기를 상정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 위기가 가져다준 참혹한 결과가 416과 비슷하다."

- 타이태닉은 100년 전 사건 아닌가? 비교가 가능한가?
"그렇다. 그 이후 선박안전과 위기관리에서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위기관리 역량은 후진국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2005년 카트리나 재난은 미국 위기관리의 실패 사례 아닌가?
"맞다. 그때 그들은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사건 이후 위기관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우리는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를 겪었다. 그러고나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은 416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우리나라 위기관리 연구는 행정과 조직 시스템에 대한 연구,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연구, 커뮤니케이션 접근에 대한 연구가 각각 따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통합 연구가 필요하다. 모든 위기의 원인은 조직의 시스템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직접 연결되지만, 사회 문화적인 요소, 정치적인 규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위험과 위기에 대한 개인의 심리적인 인식, 그것에 기반을 둔 커뮤니케이션 변수의 효과, 커뮤니케이션과 조직 시스템의 조화, 사회 문화적인 변수의 영향력, 정치적인 성향과 규제 수용, 전체 국민의 안전의식 제고와 같은 주제들이 통합적으로 위기관리 연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김영욱
김영욱은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다. <위험 커뮤니케이션>(2014)과 같은 책을 썼고 <위기, 관리와 예방>(2012)과 <위기관리 DNA>(2010)를 번역했으며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 협상연구소에서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연구했다. 그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위기를 예방하고 준비하며 상황을 조정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을 밝힌다. 위기는 갑자기 발생하고 행동을 요구한다. 행동은 책임과 훈련에 의해서만 실현된다. 암기나 약속 따위로는 엄청난 재난의 압력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시민에게 부과된 공동체의 의무, 곧 책임에 대한 용기와 훈련에 대한 헌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매일 발행하는 무료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에 실린 글입니다.
커뮤케이션북스가 발행한 모든 북레터를 <인텔리겐치아> 사이트(http://bookletter.eeel.net)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416, #세월호, #위기관리, #매뉴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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