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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씨가 알바데이 행사에서 노래하고 있다.
 한예슬씨가 알바데이 행사에서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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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부르는 한예슬(알바노조 성공회대분회)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예슬씨의 슬픈 음색에 길을 가던 행인들도 멈춰 섰고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떠올랐는지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숙연해졌다. 예슬씨는 "내 노래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이별을 겪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기타를 들었다.

알바노조는 5월 1일 종로 보신각에서 '알바데이'를 개최했다. '알바데이'는 아르바이트의 약어인 '알바'와 노동절을 의미하는 '메이데이'의 뒷글자 '데이' 합해 만든 행사 이름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라'고 주장하며 처음으로 열렸다.

2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에는 아르바이트 비정규 노동자와, 기본소득네트워크, 나눔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 노동당과 한국비정규센터, 그리고 편의점 가맹점주 협의회 등 200여 명이 함께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하는 공연과 퍼포먼스로 떠들썩했던 지난해와 달리 행사 분위기는 차분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숙연해진 사회 분위기 탓이었다. 참가자들은 노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죽은 뒤에도 차별당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는 알바데이 참석자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는 알바데이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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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데이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알바데이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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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숨진 알바생들이 참사 2주가 지나도록 탑승사실도 제대로 확인돼지 못했고요. 장례비마저 회사가 책임질 수 없다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알바를 사람대접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알바노동의 현실을 엮었다. 그는 "기업들이 돈만 밝히는 세상에서 알바들이 낮은 시급과 법조차 무시되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감시하고 제재해야 할 정부가 능력과 의지도 없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바를 일하는 기계, 단순한 비용으로 생각하는 자본의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규탄했다.

실제 세월호 참사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하는 기업과 국가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초기 4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사고대책본부의 승무원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숨진 방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는 아르바이트라는 이유로 세월호 운영회사인 청해진해운 측에서 장례비 지원에 대한 확답도 받지 못했다. 정규직 승무원만이 대상인 상조회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보다 못한 인천시가 급하게 병원 측에 장례비 지급보증을 서면서 가까스로 장례를 치렀다. 인천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5월 1일 인터뷰에서 "회사(청해진해운) 측에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책임자가 수사 중이란 이유로 회사는 장례비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키는 대로 대기만 해서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사회"

발언중인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발언중인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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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석한 여정훈(30)씨는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벌어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며 "사람의 생명보다 효율성과 이윤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정훈씨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발표한 세월호 참사관련 입장글을 소개하며 "우리는 그 눈물을 너무도 쉽게 닦았고 아픔을 너무도 쉽게 잊었다. 아직은 거룩한 분노를 잠재울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언에 나선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선배 노동자로서 비정규 청년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자기 살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봉사를 하든지 데모를 하든지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또 불행해질 것"이라던 세월호 희생자 유족의 발언을 소개했다.

허 전 부위원장은 "시키는 대로 따르고 대기만 해서는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사회"라며 "이번 알바데이가 청년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 "최저임금 1만 원까지 올려라" ▲ "일터의 차별을 없애라" ▲ "대기업-건물주의 횡포를 없애라" ▲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등 주요 4개 요구안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서울노동청 방면으로 행진했다.

오늘 알바데이를 시작으로 알바노조는 알바노동계에 만연한 임금체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6·4지방선거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알바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후보로 직접 나서는가 하면 기성정당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정책질의를 통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행진중인 알바데이 참가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행진중인 알바데이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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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데이 행사 도중 피켓을 든 참가자
 알바데이 행사 도중 피켓을 든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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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알바, #알바노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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