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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중에는 '시복 시성식'이 있다. 천주교에서는 시복 시성된 분들을 '복자'라고 부른다. 천주교 신자들은 복자들을 통해 하느님께 기도와 은총을 청한다. 그리고 정해진 절차와 요건에 따라 복자들이 성인으로 시성된다. 그 요건 중에는 '기적'이 일어나야한다.

저는 믿는다. 북녘 신자들이 평화와 화해 미사에 함께하고 이것이 밑거름이 되어 통일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이것이 바로 기적이라는 것을. 우리 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기도드린다."

천주교 마산교구 백남해 신부.
 천주교 마산교구 백남해 신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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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어린이 돕기 활동을 해오고 있는 백남해 신부(천주교 마산교구)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북녘 신자들도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백 신부는 29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8월 14~18일 사이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 면담과 천주교 대전교구에서 주최하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8월 13~17일)에 참석한다.

아시아청년대회에는 15개국 이상의 아시아 국가 가톨릭 신자들이 참석할 예정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 젊은이들과 만남을 갖고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3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주일 즉석 설교로 미사를 집전하면서 "오는 8월 15일 대한민국의 대전에서 아시아 대륙의 청년들과 만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게 돼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때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미사" 집전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남해 신부는 북녘어린이를 돕는 (사)평화삼천 감사로 있다. 평화삼천은 10년 전부터 북녘어린이 돕기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백 신부는 통일부 승인을 받아 그동안 10여 차례 북녘을 방문해 왔다.

백 신부는 평양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대북지원에 대해 논의할 때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언성을 높일 때도 있었다는 것.

"2007년 5월, 화창한 봄날 벌어졌던 일화가 생각난다. 북측 아이들 영양지원사업 때문에 통일부 승인을 얻어 평양을 방문해, 양각도호텔 회의장에서 평양장충성당 신자들과 논의할 때였다. 어찌된 일인지 회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 급기야 화가 났던 평화삼천 운영위원장이 소리를 내질렀는데, '사회주의는 피도 눈물도 없습니까'라고 했던 것이다.

그 옆에 앉아있던 저는 순간 '아, 집에 가기 힘들겠다' 싶었다. 평화삼천 운영위원장도 신부이고, 90년대 엄혹한 시절부터 북녘어린이 영양지원을 해 오던 분이셨다. 어찌어찌해서 일은 잘 마무리 되었고,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저는 그 뒤로도 두 번 더 평양을 방문했다."

백 신부는 "북측과 사업을 하는 것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고, 개인적이거나 사사로운 문제뿐 아니라,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서 일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이라며 "사상과 이념의 차이 속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그만큼 여론변화에 민감하다"고 밝혔다.

"너무 퍼주어도 안되고 너무 감질나도 안 되고 …. 도와주되 당당히 받을 수 있도록 자긍심을 세워주어야 한다. 형제 끼리 나누는 일이니까."

백 신부는 "평양을 방문하고 북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면서 생각해 보았다"며 "사상과 이념을 넘어서는 사랑의 실천이 필요한 이런 일이야말로 종교가 하기 딱 좋다 싶었다"고 강조했다.

"남과 북, 동과서, 부자와 빈자, 신분과 신분으로 갈라져 신음하는 이 땅 모든 사람들의 화해와 화합을 위해서 종교인은 자기 교리의 가르침에 따른 봉사가 필요하다."

백남해 신부는 교황 방한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는 "천주교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가지고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황의 미사에 북측 신자를 초청할 것을 제안했다.

"교황 방한 기간 중에 124위 시복 시성식이 있고,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 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여기에 북측 신자들을 초청하고 싶다. 저는 그야말로 시골의 보잘 것 없는 일개 신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저부터 시작하여 한 분 한 분, 종교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남북통일의 꿈을 안고 여론을 만들어 간다면 가능하리라 믿는다."


태그:#교황, #프란치스코, #평화미사, #백남해 신부, #평화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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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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