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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곤자가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호소하는 피켓 활동을 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곤자가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호소하는 피켓 활동을 하고 있다.
ⓒ 유승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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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인 A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로 출근한다. 그와 8명의 미화부 동료들은 이 학교의 '곤자가 기숙사'와 '곤자가 플라자'를 청소한다. 기숙사는 12층 2개 동에 9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플라자는 10여 개의 카페·음식점, 웨딩홀, 서점, 휴대폰 가게, 꽃집, 유학원 등이 입점해 있는 대학 내 상업시설이다. 이 건물들은 민간자본으로 세운 것이라, 학교가 아닌 용역업체 '동우공영'이 관리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는 다섯 명인데, 한 명이 기숙사 한 동 정도를 청소하는 식으로 배정이 돼요. 학생들이 24시간 생활하는 기숙사이다 보니, 직원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다른 건물보다 일이 더 많아요. 다른 건물은 사람들이 퇴근하고 나서 싹 치우고 가면 그 다음 날까지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지만, 여기는 치우고 돌아서면 또 할 일이 생기죠. 플라자에는 유동인구도 많고, 토요일에 웨딩홀에서 예식이나 행사라도 있으면 일거리는 늘어나요."

기숙사 A동 11·12층의 '게스트룸'(단기 거주자용 침실)을 청소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방이 60개 정도 되다 보니 노동량은 상당하다. 1년에 두 번 기숙사 전체 입·퇴사도 있는데, 이 때 학생들이 비운 방도 다시 정리해야 한다. 2008년 기숙사가 세워지고 나서 1년 정도는 이 때 발생하는 추가 노동에 대해 25만 원 정도의 금액을 따로 지급했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사라졌다.

이들은 기숙사 내의 학생식당에서 오전에 학생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싸두었다가 점심에 먹는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점심시간 피켓시위 때문에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다. 4월 21일과 25일 점심시간에 곤자가 기숙사 지하 1층 휴게실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강대분회장 유승노씨와 청소노동자 A씨, B씨를 만났다.

해고 압박 때문에 노조 가입... 시급 6200원 '생활임금' 원해요   

이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9시간 동안 근무지에 있고, 격주 토요일에는 4시간의 추가 근무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임금은 한 달에 약 104만 원에 불과하다. 시급은 5600원 수준. 곤자가 기숙사가 지어진 2008년부터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아왔다.

이들은 그동안 관리자들이 CCTV로 근무 상태를 감시하고 근무성적에 따라 해고하겠다는 압력을 넣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해 6월 20일 갑자기 노동자들(총 32명)에게 해고통지서가 날아왔다. 보안부 C씨도 이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이 일에 관한 글을 올렸고, 이 글을 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권유로 같은해 7월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다. 해고통지는 7월 24일 무효화됐고, 이후 9월까지 미화부의 청소노동자 6명이 더 노조에 가입했다. 이들은 지금 노조 산하의 '서강대분회'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단출한 식구이지만, 노조에 가입하며 상황은 조금 나아졌다. 곤자가 내의 문제가 알려지게 되면서 회사 측의 '자르겠다'는 압력도 훨씬 줄어들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동료들도 '힘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회사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장 그만두쇼!' 하는 반응부터 나왔어요. 그래서 멀쩡히 일하던 사람들도 자의 혹은 타의로 얼마나 많이 그만뒀는데요. 지금은 그래도 마음대로 자르지는 못하니, 그나마 많이 나아진 거죠."

하루에 2시간 30분은 휴게시간으로 계산... 임금 못 받아

곤자가 플라자와 곤자가 국제학사 모습.
 곤자가 플라자와 곤자가 국제학사 모습.
ⓒ 황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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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자가 플라자에는 최근 한 달간 곤자가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는 전단지가 붙었다. 엘리베이터 앞, 화장실 앞 등에 붙은 이 전단지에는 '시급 6200원 보장하라',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서강대분회 조합원들이 붙인 전단지들이다. 그들은 3월부터 매일 점심시간에 기숙사 앞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켓시위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과 휴일 근무시간 인정, 식대, 상여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14년 법정 최저임금은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108만 원 정도이다. 하지만 평일에 9시간 동안 근무지에 있으며 격주 토요일에도 4시간씩 나와서 일하는 곤자가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은 108만 원보다 적은 104만 원 수준이다. 사측이 무급 휴식시간을 길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은 9시간이지만, 사측에서는 점심시간(1.5시간)과 휴식시간(오전·오후 각 30분) 2.5시간을 빼고 실제 근로시간을 6.5시간으로 계산한다. 그러면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지 않기 때문에 토요일 추가수당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하루 2.5시간의 휴게시간은 실질적인 휴게시간이 아니라고 한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치면 그 휴식시간은 우리 맘대로 써도 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아니에요. 휴식시간에 밖에 나가거나 점심에 외부에서 밥을 먹으려면 미리 얘기를 해야 해요. 그런 식으로 보고를 하게 되면 그건 회사의 관리감독 안에 들어 있는 것 아닌가요? 휴게시간이 아닌 대기시간으로 봐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휴일근로 수당이다. 사측은 '평일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이 안 되므로 토요일 추가 수당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반발해 청소노동자들은 토요일 근무를 거부하기로 했고, 실제로 19일부터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동우공영은 17일 '토요일에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문을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쪽으로 보냈다. 사측 관리인은 "토요일에 안 나올 거면 다음 주 월요일에 사표 써 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학교와 용역업체, 서로 책임 넘겨...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

서강대 총학생회와 알바노조 서강대분회 등의 학내단체는 이들의 전단지 부착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다. 매일 점심시간에 피켓시위를 하고 있으면 몇몇 학생들은 음료수 봉지를 건네고, 기숙사에 사는 한 신입생은 매주 휴게실에 찾아와 상황을 물어보고 가기도 한다. 조합원 A씨는 "플라자에 붙인 전단지 밑에 학생들이 '힘내세요'라고 써 놓은 것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학생의 관심과 달리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같은 교내에 있는 서강대 소속 직고용 청소노동자들이나 다른 대학의 청소노동자들 문제는 6200원 시급, 상여금, 식대 지급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거의 해결이 됐다. 하지만 민간자본으로 세워진 곤자가는 원청인 '학교'와 하청인 '용역업체'라는 두 집단이 서로 책임을 넘겨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강대는 4월 29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학교와는 관련이 없으며 동우공영과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답을 했다. 동우공영과는 28일과 29일 네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담당자가 없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동우공영은 노조 측에 "서강대 기획예산팀에서 예산을 책정해줘야 월급을 올릴 수 있다"고 답한 상태이다. 8월 중에 학교-용역 간 재계약이 체결되고 예산이 다시 책정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뿐이다.

동우공영은 현재 '근로시간 7시간 인정', '시급 6200원', '토요일에 일한 근로자는 평일 하루 오후 근무 면제' 등이 담긴 절충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생활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상여금이나 식대에 대한 조항도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들은 "토요일 근무자는 평일 근무를 빼준다고 해도, 결국에는 남은 사람이 하거나 다음 날 와서 일을 더 해야 할 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4월 24일에도 동우공영과 노조의 협상이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노동자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진짜 고용인'인 학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4월 7일 서강대 기획예산팀에 직접 찾아갔으나 보안직원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서강대분회 분회장인 유승노씨는 "우리도 학교 내에 있는 노동자인 만큼 총장님이 나서서 해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총장실도 찾아가고 싶지만 어딘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이 상황이 얼른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학교나 회사는 우리를 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최대이익을 남기기 위한 최저비용으로 보는 것 같아요. 한 인간으로 대접을 못 받는 거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서 그린 곤자가 청소노동자 이야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서 그린 곤자가 청소노동자 이야기.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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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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