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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기찻길에 장승들이 섰다? 왜 장승들이 산이나 집, 마을 입구가 아닌 해안 철길에 자리 잡았을까? 그것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철길인 해운대 기찻길에. 4월 6일 일요일 오후 3시. 해운대 청사포와 미포 사이의 철길에 일단의 문화패와 '해운대 기찻길 친구들'이란 단체의 주관하에 의미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바로 동해남부선 지킴이 장승들을 철길 옆에 세운 것이다.

희망을 적은 리본달기
 희망을 적은 리본달기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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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만 되면 해운대 청사포 기찻길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작년 이 맘 때만 해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길이었다. 그런데 지난 12월부터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되면서 이 호젓한 철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철길은 부전역에서 시작하여 포항까지 연결되는 동해남부선의 일부였다. 총 11.9km가 폐선 되면서 바다와 가까운 해안철길 4.8km가 철로와 더불어 보존되어 있다. 이제 이 철길은 한국에서 기차가 다니지 않는 가장 아름다운 해안 철길이 되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 해안 철길이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해운대역에서 송정역까지 철도가 다니지 않게 되면서 금싸라기 땅이 생겼기 때문이다. 개발 바람이 불고 있고,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안철길에 놓인 픞래카드
 해안철길에 놓인 픞래카드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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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개발 바람을 보면서 안타까운 맘으로 해운대 철길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의미 있는 행사를 하나 열었다. 4월 6일(일요일)에 동해남부선을 지키는 장승과 솟대를 바다가 보이는 해안철길에 세운 것이다. 해운대 청사포 철길은 무척 운치가 있다. 청포도 빛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를 달리는 녹슨 철길. 아련한 향수를 풍기는 자태. 어딘가 모르게 시심을 불러일으키는 정경.

문화패의 흥겨운 놀이판
 문화패의 흥겨운 놀이판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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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욕장 끝자락에는 미포라는 작은 포구가 있다. 이 미포에서 녹슨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사포, 구덕포라는 해운대 삼포 마을을 만나게 된다. 부산 시민들은 주말이면 해안 숲길을 따라 미포까지 걸어가 보기도 했고, 철길을 따라 청사포, 구덕포 마을을 가기도 했다. 바닷가 길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만나게 되는 작은 어촌들. 작고 귀여운 어촌이 주는 한적함은 보는 사람의 맘을 설레게 한다.

장승 세우기
 장승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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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 끝자락에 있는 코끼리 바위를 아는가? 다공질의 바위가 코끼리의 모습을 똑 닮았다. 이 바위에는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혹시 청사포 미역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청사포 너머 바다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생미역은 서울에서 아주 고가에 팔리는 고급 미역이다. 때론 맘씨 좋은 미역 주인이 맛보라며 끄트머리 하나를 툭 떼어 준다. 입 안 가득 밀려오는 짭짤한 맛은 바다의 향 그 자체다. 우리 가족은 또 한 조각 얻어다가 우물우물 씹으며 바닷가를 걸어간다. 그 포근한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장승이시여, 철길 지켜주세요
 장승이시여, 철길 지켜주세요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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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녹슨 철길. 그러나 청사포와 철길은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이다. 변한 것은 사람들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만히 있는데, 괜히 사람들이 개발이다 뭐다 해서 자연을 괴롭히는 것이다. 청사포의 구석구석 속살을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는지. 그 해안 철길에 담겨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질박한 이야기와 사연들, 전설들을 과연 몇이나 알고 있는지. 그 아름다운 사연들을 알고 있다면 함부로 개발이란 말을 꺼내선 안 된다. 

흥겨운 음복 자리
 흥겨운 음복 자리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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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개발하는 순간, 자연은 그 고유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어찌 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한 개발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개발을 하더라도 친환경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 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청사포 철길을 자연 그대로 놓아주면 안 될까? 왜 그걸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생각부터 하는 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영원히 지켜주면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철길은 만나고 싶다.
 철길은 만나고 싶다.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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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해운대 기찻길 친구들'과 문화패인 '들소리'가 주관하여 여러 부산 시민들과 함께 자리했다. 장승 앞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절도 하고 준비한 음식을 흥겹게 나눠먹기도 했다. 모두들 저 장승들이 오래도록 철길을 지켜주기를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 동해남부선 취재



태그:#동해남부선, #동해남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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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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