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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안철수 공동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안철수 공동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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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무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무소속, 짝퉁 무소속이 쏟아져 나올 거다. 새누리당은 한 두 명 나오는데 야권에서는 10명까지도 나온다. 누가 적군인지 아군이지 알 수가 없다. 유권자가 어떻게 판단하겠나."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한숨이 깊다.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는 그에게 골이 지끈거리는 문제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기초단체장과 기초 의원 패배는 물론이고 광역단체장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문제고, 유권자가 지역 일꾼을 잘 뽑도록 돕는 정당의 임무를 방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 지역 기초조직은 궤멸할 것이고, 다음 총·대선까지 어렵게 될 것"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지만 '기초 선거 공천제도 폐지' 문제에서 정부 여당은 조금도 의견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우리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무공천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밝히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1단계로 "두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과 (기초선거 공천제도 폐지) 담판을 요구하며 단식을 해야 한다, 의원들도 일제히 청와대에 가서 연좌농성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의 의견 변화가 없다면 2단계로 "당원과 출마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두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의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니 80% 넘는 사람들이 무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원 절대 다수가 반대한다면 대표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무공천을 유지하면 두 대표는 약속을 지켰다는 명분을 가질지 모르나 당은 죽을 거다, 당이 죽는데 대표가 명분을 갖는 게 무슨 의미냐"고 일갈했다. 이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새누리당은 전혀 부각이 안 되고 우리만 함정에 빠진 것"이라며 "두 대표가 약속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길-안철수, '공천제 폐지' 단식 농성해야 한다"

다음은 31일 김상희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 후 지역 상황은 어떤가.
"출마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어떻게 우리를 버릴 수 있나, 만약 총선이었다면 그런 결정을 했겠냐, 당신들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나서라고 하면 수긍하겠냐'고 항의한다. 실제로 문제가 많다. 무공천할 경우 기초 단체장과 기초의원들 패배는 물론이고 광역단체장도 건지기 어렵다.

선거는 대개 패키지로 간다. 기초단위를 무공천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이나 프레임이 확대가 안 된다. 바닥에서 뛰는 기초의원, 단체장 후보들이 우리 당의 공약을 홍보할 수가 있나. 출마자들도 번호가 없으니 자기를 알리는 게 너무 힘들다. 무공천은 정당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중앙당에서 무공천했으니 탈당하라고 요구하는 상황 아닌가.

후보 난립 문제도 심각하다. 어떤 사람은 안철수 대표랑 찍은 사진 붙여놓고 어떤 사람은 김한길 대표랑 찍은 사진, 어떤 사람은 나와 찍은 사진을 붙여 놓을 거다. 누가 아군인지 적군이지 알 수가 없다. 진짜 무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무소속, 짝퉁 무소속이 쏟아져 나올 거다.

이런데 유권자가 어떻게 판단하겠나. 새누리당은 한 두 명 나오는 지역구에 심한 경우 야권에서 10명까지도 나온다. 이걸 내부에서 조정하라는데 그건 준공천 혹은 내천이나 다름없다. 무공천과도 배치된다. 꼼수라고 공격받을 지점들이다. 유권자가 지역 일꾼을 잘 선정하도록 돕는 게 정당이 할 일이다.

그래서 선거의 룰을 합의해서 하나의 룰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이걸 합의를 못해서 두 개의 룰로 게임을 하도록 방치하는 셈이다. 책임 방기다. 대의 민주주의의 엄청난 훼손이다. 하루 빨리 룰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정당공천제 폐지를 관철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것에는 모두 공감한다. 최대치의 투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을 제대로 비판하고 심판해야 한다."

- 최대치의 투쟁 방법에는 어떤 선택지가 있나.
"두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과 담판을 요구하며 단식하는 것밖에 없다. 의원들도 일제히 청와대에 가서 연좌농성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많이 없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고 본다. 총동원해도 안 되면, 당원과 출마자들 의견을 종합해 두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재검토해야 한다고 하는데도 두 대표가 무공천을 강행하면 그건 비민주적인 선택이다. 두 대표는 약속을 지켰다는 명분을 가질지 모르나 우리 당은 죽을 거다. 당이 죽는데 대표가 명분을 갖는 게 무슨 의미냐.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새누리당은 전혀 부각이 안 되고, 우리만 함정에 빠진 거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지역 기초조직은 궤멸할 거다. 다음 총·대선이 굉장히 어려울 질 거다. 현 지도부 책임론이 안 나올 수 없다."

- 두 대표가 무공천을 철회할 것 같지 않다. 
"기초선거 공천제도 폐지라는 약속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좌절된 거다. 그럼에도 우리 당이 무공천을 강행한다고 해서 국민이 감동해 우리를 찍어줄지 회의적이다. 대의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니 80% 넘는 사람들이 무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두 대표가 무공천에 합의했다고 해도 당원 절대 다수가 반대한다면 철회해야 한다. 지도자의 결정이 무오류일 수 없다. 결정했다고 밀고 나가는 건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 두 대표는 겸손해져야 한다.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는 게 민주적 지도자다. 두 대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선거에서 참패한 상황을 가정해 보라. 안철수 대표는 '바보 노무현을 기억하라, 죽어야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이 투신한 거였다. 이건 정당의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헌신을 통해 진정성을 이해시켰고 그래서 대통령까지 됐지만 우리는 여기서 참패하면 일어설 수 없다. 벌써 몇 번째 패배냐.

이번에 져도 진정성을 알리면 총·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데 착각이다. 우리는 풀뿌리의 기반 당원과 지지자들 없이는 승리하기 어렵다. 패배하면 후보자들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은 우리에게 돌을 던질 거다. 어떻게 이런 선거를 치렀느냐고 돌팔매를 맞을 거다."

- 무공천이 여성 정치인 배출에도 큰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겠나? 
"정당공천이 없던 1기 기초의원 중 여성 비율은 1%도 안 됐다. 그러다가 점차 비율이 오르기 시작해 이제 20%를 넘었다. 현재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과 지역구별 여성 1명 의무 공천제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면 새로운 룰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 대안이 없다. 여성·취약 계층의 대의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굉장히 무책임한 일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여성·취약계층의 정치 진입을 보장하는 게 민주주의 발전인데 이것 역시 후퇴하는 거다."


태그:#기초선거 무공천, #김상희,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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