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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조사리. 포항시 북쪽에 위치한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이다. 평생 갈 일 한 번 없던 이 마을을 지난 3월 31일 찾았다. 1993년 팀 스피리트 훈련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이 평화로운 바닷가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쌍용훈련'이다. 31일 오전, 대북 적대 군사훈련을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약 250여 명의 시민들이 집결한 자리이기도 한 이곳에 나도 있었다.

쌍용훈련은 지난 2월 말에 열린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의 연장선상에 놓인 훈련이다. 이 모든 훈련들을 관통하는 기조는 '맞춤형 억제전략'이다. 이 전략은 북한이 핵이나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일 시, 한미연합군이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게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사용 징후'는 미군이 판단한다. 그 사용 징후가 조금만 보여도 북한에 대한 대규모 선제공격을 가한다는 게 맞춤형 억제전략의 핵심이다. 사용 징후에 대한 단 1%의 오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월 30일에서 31일로 넘어가던 밤 12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 앞엔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 측에서 준비한 '평화버스'를 타고 포항으로 가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45인승 버스가 꽉 찼다. 버스는 자정을 좀 넘어서 신길역을 출발해 새벽길을 달렸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시간은 새벽 5시 30분, 포항에 도착해 있었다. 버스에서 가까이 바다가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아침 식사를 했다. 새벽 시간 한적한 마을의 식당이 50명 가까운 사람들로 가득 차자 식당 주인은 놀란 눈치였다. 평화버스 관계자 중 한 명이 말했다.

"매년 군사훈련 반대투쟁을 할 때마다 사람이 적게 와서 형식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엔 사람들이 많이 왔네. 학생들도 많이 오고···."

하기야 나부터가 직접적으로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년에 비해 참가자 수 10배 가량 증가한 '평화버스'

지난 31일 경북 포항에서 벌어진 쌍용훈련에 참가한 전함이 바다 멀리 보인다.
▲ 바다 멀리 보이는 전함 지난 31일 경북 포항에서 벌어진 쌍용훈련에 참가한 전함이 바다 멀리 보인다.
ⓒ 강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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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바로 근처 바닷가를 거닐었다. 실로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하늘엔 갈매기들이 날아다녔다. 마침 바다에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학생들도 바닷가에서 바람을 쐬는 중이었다. 한 학생이 말했다.

"군사훈련 반대투쟁하러 와서 일출을 보게 될 줄이야."

평화버스 일정 때문에 온 게 아니었으면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다.

그러나 평화로움은 거기까지였다. 잠시 후 현실을 직시했다. 버스를 타고 식사 장소에서 10분 정도 가니, 경찰들이 집회 예정지 앞을 가득 채운 상태였다. 그곳은 유명 포털사이트에 '포항 조사리 방파제'라고 치면 자동검색어가 뜰 정도로 유명한 낚시 장소였다. 바로 그 앞에서 상륙훈련이 벌어질 예정이었다. 바다 위엔 전함이 떠 있었다. 수송함이었다. 관계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저 배에서 군인들이 나와서 상륙작전을 전개할 겁니다."

바닷가 백사장 주변엔 낮은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언제부터 상륙작전을 전개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우리의 계획은 일단 방파제 앞에서 집회를 하다가 훈련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조사교-조사리 해수욕장까지 행진을 하면서 직접적인 훈련 반대투쟁을 하는 것이었다.

집회 현장엔 '한미군사훈련 중단하라!', '최대규모 상륙훈련 쌍용훈련이 통일 대박이냐?', 'Stop War Exercise'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집회 사회자는 아침에 평화버스 관계자가 한 말과 비슷한 말을 했다.

"작년 (상륙훈련 반대) 평화행동엔 전체 약 20명 정도의 사람만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곳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왔습니다. 그만큼 한반도 전쟁위기의 심각성이 커진 걸까요?"

이날 집회 연설자들은 대체로 박근혜 정부의 '이중성'에 대해 성토했다. '통일대박'을 논하면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미국과 함께 벌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Stop War Exercise! 공격적 한미연합 상륙훈련 즉각 중단하라!'라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공격적 한미연합 상륙훈련 즉각 중단하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Stop War Exercise! 공격적 한미연합 상륙훈련 즉각 중단하라!'라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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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비핵개방3000'과 같은 내용 되풀이"

한충목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까지 가서 통일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발표한다기에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발표한 내용은 '북한이 비핵화를 실시하면 어떤 무언가를 하겠다'는, 이명박의 '비핵개방 3000'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려고 독일까지 비행깃값, 드레스값 들여가며 갔단 말인가"라며 비판했다.

백창욱 대구경북 예수살기 위원장의 절규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키 리졸브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등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위험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그 이유로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동조죄'에 걸린 상황이었다. 백 위원장 역시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 독일 가서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겠다, 경제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등 좋은 말은 많이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 이런 상륙훈련을 벌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훈련의 내용이 '작전계획 5027'에 연관되어 있다면서, "원산에 상륙하여 원산-평양 이남을 봉쇄한 다음 평양을 점령하겠다는 계획과 연관된 게 이 훈련"이라며 훈련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작전계획 5027'. 지난 2002년과 2003년 각각 '한국과 상의 없이 북한을 폭격할 수 있다'는 내용과 '북한을 일방적으로 선제공격하는 게 가능하다'는 내용 때문에 논란이 된 대북 선제공격 계획이다. 이 계획은 미군의 신속억제전력 배치(1단계), 북한 전략목표 파괴(2단계), 북진 및 대규모 상륙작전(3단계), 점령지 군사통제 확립(4단계), 한국 정부 주도의 한반도통일(5단계)의 5단계로 구성된다. 이번 상륙훈련은 그 중에서도 3단계의 '북진 및 대규모 상륙작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쌍용훈련에 참가한 병력들이 31일 오전 포항 조사리 바닷가에서 훈련을 벌이는 장면. 공수 양측이 터뜨린 연막탄으로 인해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 연기 자욱한 바닷가 쌍용훈련에 참가한 병력들이 31일 오전 포항 조사리 바닷가에서 훈련을 벌이는 장면. 공수 양측이 터뜨린 연막탄으로 인해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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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경, 경찰이 차벽으로 바다가 안 보이게 막았다. 상륙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집회를 중단하고 행진을 시작했다. 바다 멀리 보이지 않던 상륙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상륙정들은 바다를 한가득 메웠다. 상륙정들이 육지에 접근하던 순간, 갑자기 '쾅' 소리가 났다. 폭발음이 나면서 백사장 곳곳에 소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훈련소에서 수류탄 던질 때 목격한 것과 비슷한 물기둥이 일었다. 이어서 '펑' 소리가 났다. 실제 전쟁과 같은 효과를 내고자 연막탄을 터뜨린 것이다. 하얀색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 올랐다.

'대북 선제공격 계획' 작전계획 5027의 일환인 상륙훈련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달아 또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백사장에서 갈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갈색 연기는 해병대 장갑차들이 상륙하면서 쏜 연막탄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상륙부대는 백사장에 상륙하기 시작했다. 국군의 상륙돌격장갑차도 바닷가에 상륙했다. 장갑차들은 굉음을 내며 바닷가를 달리더니 정지했다.

정지한 장갑차 뒤편으로 마을이 보여서 기묘한 풍경을 이뤘다. 장갑차 예닐곱 대 정도가 바닷가에 자리 잡았다. 행진 대오 옆을 지나던 지역 주민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장갑차들을 바라봤다. 바닷가 근처의 소나무 숲에선 따발총 소리가 났다. 이곳에 군사훈련이 벌어지는 줄 모른 채 왔다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두 번째 시리즈 제작이라도 하는 줄 착각할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건 결코 영화 촬영이 아니었다.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미군의 최신예 다목적기 MV-22 오스프리가 포항 조사리의 마을 위를 날고 있다.
▲ 마을 위를 나는 오스프리 다목적기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미군의 최신예 다목적기 MV-22 오스프리가 포항 조사리의 마을 위를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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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국군 해병대 장갑차가 포항시 조사리의 한 바닷가 마을 앞을 지나고 있다.
▲ 마을 앞을 지나는 장갑차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국군 해병대 장갑차가 포항시 조사리의 한 바닷가 마을 앞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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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은 바다와 땅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행진하며 '상륙훈련 중단하라', '평화협상 시작하라' 등의 구호를 목이 찢어져라 외치는 내내, 하늘에는 온갖 헬기들과 전투기가 날아다녔다.

이미 상륙훈련 초반부터 몇몇 정찰 헬기가 날아다니면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런데 한참 행진 중, 난생 처음 보는 모양새의 군용기들 세 대가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옆에 행진하던 한 남성이 "저게 바로 오스프리입니다, 이번에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곳으로 22대가 왔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 군용기들은 바다 위를 날더니만 우리 행진 대오 바로 위를 지나 내륙의 산 쪽으로 향했다. 훈련하는 지역 일대를 왔다갔다하며 병력 수송을 하는 걸로 보였다.

이건 '영화 촬영'이 아닙니다

오스프리에 이어 전투기도 날아다녔다. KF-16 전투기 편대였다. 전투기들은 '윙' 소리를 내며 재빨리 산 쪽으로 사라졌다. 전투기들이 향한 쪽을 바라보니, 방금 전 바닷가에서 장갑차들이 쏜 연막탄 때문에 하늘에 갈색 연기가 자욱했다. 갈색 연기 뒤로는 산이, 아래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이 훈련 때문에 혹시라도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됐다.

잠시 후, 또 다른 전투기가 하늘을 천천히 나는 듯이 보였다. 긴장감이 한껏 오른 상태에서 다시 살펴보니 갈매기였다. 전투기와 갈매기가 분간이 안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때 사회자가 말했다.

"잘 보이진 않으시겠지만, 저 논발 일대 곳곳에 미군 병사들이 엎드려 쏴 자세를 한 채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군이 입은 복장은 옅은 갈색으로, 들판의 색깔과 완전히 똑같았다. 미군이 거기에 없는건지, 아니면 있는데 복장과 들판의 색깔이 똑같아서 분간하기 힘든 건지 헷갈렸다.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한 미군 병사가 총을 겨눈 채 훈련에 임하고 있다. 미군 병사의 웃는 표정이 눈에 띈다. 미군 병사들 앞엔 경찰들이 둘러서 있었다.
▲ 총을 겨눈 채 웃고 있는 미군 병사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한 미군 병사가 총을 겨눈 채 훈련에 임하고 있다. 미군 병사의 웃는 표정이 눈에 띈다. 미군 병사들 앞엔 경찰들이 둘러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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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가 행진하는 도로 곳곳엔 해병대전우회 노인들과 사복 경찰들이 서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해병대전우회나 보수단체 사람들과 충돌이라도 있진 않을까 긴장되기도 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좀 더 행진하니 미군 병사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미군 병사가 황급하게 내 옆을 뛰어갔다. 사회자가 외친다.

"여러분, 우리 우측의 숲을 보십시오." 

그 옆의 광경을 보고 놀랐다. 숲 속엔 장갑차가 몇 대 서 있고, 그 앞에 미군 병사들이 엎드려 쏴 자세로 앞쪽, 그러니까 우리 쪽을 향해 총을 겨누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미군 병사들 앞쪽에 경찰들이 서 있었다. 한 미군 병사는 총을 겨눈 채 웃으면서 우리를 바라봤다.

총을 겨누며 우리를 보고 웃은 미군

새삼 2006년 5월에 경기도 파주에서 있었던 사건이 기억났다. 파주 무건리 사격장 근처에서 농로를 막고 있던 미군에게 주민들이 비켜달라고 하자, 미군 하사가 M-60 소총을 주민들의 가슴팍에 들이대며 협박한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분노를 일으켰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아무리 실탄이 없다고 해도 보는 사람 입장에선 충분히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행진 대오는 "양키 고 홈", "Get out of Korea(한국에서 나가라)" 등의 영어 구호를 외쳤다.

행진 대오 앞쪽으로 낮은 산이 보였다. 산꼭대기엔 지휘소 시설이 있는 걸로 보였다. 빨간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그 산꼭대기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있다고 사회자가 말했다. 김 국방장관을 비롯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 그 밖의 군 고위급 관계자들이 그 산 위에 있다고 했다.

어쩐지 행진을 시작할 때부터 그 산에 헬기가 몇 차례 착륙하는 게 이상하다 싶긴 했다. 거기서 김 국방장관이 상륙훈련의 전체 양상을 참관하고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우리는 상륙훈련 반대의 목소리를 군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자는 의도에서 "와" 하고 함성을 발사했다. 바로 앞에 있는 산이다 보니 김 국방장관도 들었을 것이다.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국군 해병대 장갑차가 바닷가에 서 있다. 멀리 바다에 떠 있는 전함도 보인다.
▲ 장갑차, 그리고 먼 바다의 전함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국군 해병대 장갑차가 바닷가에 서 있다. 멀리 바다에 떠 있는 전함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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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쌍용훈련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각지에서 모여든 '평화버스' 참가자들이 행진을 벌이며 '한미연합 전쟁연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 남북관계 전면개선 촉구!' 31일 쌍용훈련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각지에서 모여든 '평화버스' 참가자들이 행진을 벌이며 '한미연합 전쟁연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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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대오는 반환점을 돌아 행진 시작지점으로 되돌아왔다. 놀라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포격훈련을 하던 중 백령도 인근 해상을 향해 100여 발의 포격을 가했단 것이다. 이에 남측에서도 북측 해상을 향해 300여 발의 포격을 가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런 군사훈련할 돈으로 북한 아이들 의약품이나 주자

하늘에서 낙하산 부대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약 6명 가량의 낙하산 부대원들이 막 수송기에서 낙하 중인 상황이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막골에 낙하산 타고 내려와 마을에서 횡포를 부린 한미연합군이 생각날 지경이었다. 이 역시 영화 촬영이 아니었다. 이처럼 육·해·공 차원으로 입체적 상륙훈련을 하는 게 과연 정부 주장대로 '연례적 방어훈련'인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낙하산 부대가 수송기에서 뛰어내려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다.
▲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이 아닙니다 31일 쌍용훈련에 참가한 낙하산 부대가 수송기에서 뛰어내려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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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두려움에 떨었다. 대학시절 내내 막아야 된다고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다녔던 '한반도 전쟁위기'라는 걸 그 어느 때보다도 실감했다. 당장 오늘이라도 이 땅 어딘가에, 어쩌면 우리 동네에 포탄이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 '통일대박'을 원한다면, 미국과의 이러한 대규모 상륙훈련이 아닌, 진정성 있는 남북 대화정책을 추구해야만 한다. 북한에만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하는 형식으론 백 날 시도해 봐야 소용 없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 그리고 박 대통령의 부친 시절에 나왔던 7·4 남북공동성명의 내용을 계승,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백창욱 대구경북 예수살기 위원장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이런 군사훈련할 돈으로 북한의 결핵으로 죽어가는 아이들, 영양실조 상태인 아이들을 위한 의약품과 식량을 보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저절로 평화는 찾아온다."

한미 양국 모두 '진짜 평화'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 이 땅 한반도의 7천 만 구성원들이 갑작스럽게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릴지 모르는 시대를 보내고 있다.


태그:#쌍용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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