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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항구를 떠납니다. 갈매기들이 배를 쫓아옵니다. 사람들에게 뭔가 달라는 듯 힘찬 날갯짓을 합니다.
▲ 출항 배가 항구를 떠납니다. 갈매기들이 배를 쫓아옵니다. 사람들에게 뭔가 달라는 듯 힘찬 날갯짓을 합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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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쪽 바다 잘 봐. 고래가 나올 거야!"
막내 : "어디요? 아무것도 없는데요?"
: "고래는 쉽게 보이는 게 아니야. 눈에 불을 켜야지."
막내 : "안 보여요. 아빠, 거짓말이죠?"

잔물결 없는 바다, 참 아름답습니다. 바다에 봄이 찾아왔습니다. 금오도가 눈앞에 보입니다. 넋 놓고 바다를 보는데 시커먼 물체가 등을 살짝 보이더니 사라집니다. 돌고래입니다. 이 녀석은 '상괭이'라 불립니다. 상괭이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다른 돌고래와 달리 등지느러미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금오도 가는 배에서 열심히 바다를 바라보면 상괭이를 만나게 됩니다.

상괭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금오도 뱃길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재미가 있습니다. 새우깡에 맛 들인 갈매기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갈매기들은 공중에서 날렵한 날갯짓으로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낚아챕니다. 실력이 대단합니다. 종종 경이로운 몸짓으로 사람들 탄성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근성이 대단합니다.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부터 금오도까지 쫓아오는 끈기를 보여줍니다. 금오도는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지루함을 느낄 만한 거리일 텐데 '근성 있는 갈매기'와 '귀하신 상괭이' 구경을 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금오도에 금세 닿습니다. 그야말로, 금오도 가는 뱃길의 숨은 재미입니다.

금오도 가는 길, 근성 있는 갈매기를 만났습니다. 이 녀석들, 공중에서 날렵한 날갯짓으로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낚아채는데 실력들이 대단합니다.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부터 금오도까지 쫓아오는 끈기를 보여주더군요.
▲ 갈매기 금오도 가는 길, 근성 있는 갈매기를 만났습니다. 이 녀석들, 공중에서 날렵한 날갯짓으로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낚아채는데 실력들이 대단합니다.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부터 금오도까지 쫓아오는 끈기를 보여주더군요.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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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보니 은근히 힘이 느껴집니다. 경이로운 몸짓으로 사람들 탄성을 끌어내더군요. 카메라를 들이대니 공중에서 잠시 날갯짓을 멈추는 친절함을 배풉니다.
▲ 갈매기 이 녀석 보니 은근히 힘이 느껴집니다. 경이로운 몸짓으로 사람들 탄성을 끌어내더군요. 카메라를 들이대니 공중에서 잠시 날갯짓을 멈추는 친절함을 배풉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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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가 덩치 큰 소를 태우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 이동 작은 배가 덩치 큰 소를 태우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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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붉은 동백꽃 뚝뚝 떨어진 길을 하염없이 걷고 싶을 뿐입니다.
▲ 동백 다만, 붉은 동백꽃 뚝뚝 떨어진 길을 하염없이 걷고 싶을 뿐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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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백꽃 뚝뚝 떨어진 길, 하염없이 걷고 싶을 뿐

지난 22일 오전, 개구쟁이 삼형제가 여수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온 가족이 금오도로 떠납니다. 이 섬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이맘 때면 꼭 가고 싶습니다.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이라서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천한 섬'이라고 해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도 아닙니다. 다만,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진 길을 하염없이 걷고 싶을 뿐입니다.

아내가 승선권을 끊습니다. 뱃삯은 어른 기준으로 1만2200원인데 여수시민은 절반가인 6100원만 받습니다. 나머지는 여수시에서 책임집니다. 참 좋은 제도입니다. 오전 10시, 온 가족이 한려페리호에 몸을 싣습니다. 배가 항구를 떠납니다. 갈매기들이 배를 쫓아옵니다. 사람들에게 뭔가 달라는 듯 힘찬 날갯짓을 합니다. 선미에 모인 사람들이 새우깡을 꺼내 하늘 높이 던집니다.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잽싸게 낚아챕니다. 놀라운 몸놀림입니다. 갈매기들은 새우깡 받아먹는 일이 익숙한 듯 계속 배를 따라옵니다. 한참 갈매기들 신들린 듯한 몸놀림을 구경하니 금오도가 보입니다. 송도와 금오도 사이에 잔잔한 바다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귀하신 돌고래를 만났습니다. 파란 바다 위로 상괭이들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막내는 바다 위 이곳저곳으로 눈을 굴려보지만 고래를 찾지 못합니다.
▲ 관찰 막내는 바다 위 이곳저곳으로 눈을 굴려보지만 고래를 찾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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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카메라 초점 맞추면 이 녀석은 이미 수면 아래에 있습니다. 지인에게 부탁해서 상괭이 사진 한장 얻었습니다.
▲ 상괭이 상괭이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카메라 초점 맞추면 이 녀석은 이미 수면 아래에 있습니다. 지인에게 부탁해서 상괭이 사진 한장 얻었습니다.
ⓒ (사)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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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흐드러지게 피고 진 꽃길을 조심스레 걷습니다.
▲ 동백 동백꽃 흐드러지게 피고 진 꽃길을 조심스레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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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아지른 절벽 아래 파란 바다가 있습니다. 비렁길 1코스에서 만나는 절경입니다.
▲ 비렁 깍아지른 절벽 아래 파란 바다가 있습니다. 비렁길 1코스에서 만나는 절경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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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눈에 불을 켜고

금오도의 함구미항 못 미친 곳에서 항상 마주치는 돌고래들입니다. 막내에게 "자세히 보면 고래가 보일 거야"라고 말했더니 눈에 불을 켭니다. 막내는 바다 위 이곳 저곳으로 눈을 굴려보지만 고래를 찾지 못합니다. 고래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일이 상괭이는 다른 돌고래처럼 물 위로 높이 뛰어오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수면 위로 살짝 등을 보일 뿐입니다. 또, 등지느러미도 매우 작습니다. 다른 돌고래와 모양새가 많이 다릅니다. 때문에 막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십수 마리를 봤습니다. 물론,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요. 카메라 초점을 맞추면 고래는 이미 수면 아래로 내려가 버립니다. 그렇게 막내와 옥신각신하다 보니 어느새 금오도 함구미항에 닿았습니다.

아내와 세 아들이 봄빛 가득한 섬마을에 발을 디딥니다. 붉은 동백과 분홍빛 진달래 그리고 샛노란 개나리와 솜사탕처럼 하얀 목련이 들뜬 여행객 마음에 불을 지핍니다. 다리에 힘 한번 주고 금오도 비렁길을 향해 출발합니다. 동백꽃 흐드러지게 피고 진 꽃길을 조심스레 걷습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 밟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해가며 비렁길을 걷습니다.

섬마을 밭에 ‘풍(風)을 막는다’는 ‘방풍나물’이 지천입니다.
▲ 방풍나물 섬마을 밭에 ‘풍(風)을 막는다’는 ‘방풍나물’이 지천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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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밭에는 불가사리를 거름으로 뿌렸습니다.
▲ 불가사리 붉은 밭에는 불가사리를 거름으로 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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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을 한입가득 집어넣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경치가 참 좋습니다. 덩달아 밥맛도 기막힙니다.
▲ 주먹밥 주먹밥을 한입가득 집어넣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경치가 참 좋습니다. 덩달아 밥맛도 기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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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이 선명한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작은 꽃, 참 아름답습니다.
▲ 제비꽃 자줏빛이 선명한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작은 꽃,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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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비렁길, 환상적인 꽃길

섬마을 밭에는 '풍(風)을 막는다'는 '방풍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붉은 밭에는 불가사리를 거름으로 뿌렸습니다. 따뜻한 햇볕이 등을 간질입니다. 하늘과 바다가 한빛입니다. 함구미에서 두포까지 이어진 '비렁길 1코스'를 걷습니다. 송광사 터를 지나니 쉴 만한 곳이 나옵니다. 점심시간입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김치와 깻잎에 싼 '미니주먹밥'을 먹습니다.

주먹밥을 한입 가득 집어넣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경치가 참 좋습니다. 덩달아 밥맛도 기가 막힙니다. 그렇게 좋은 곳에서 배를 채운 뒤 또다시 길을 걷습니다. 두포까지 가야 합니다. 두포 가는 길, 발 아래 앙증맞은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흰꽃, 노란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자줏빛이 선명한 제비꽃도 피었습니다. 작은 꽃들, 참 아름답습니다. 비렁길은 환상적인 꽃길입니다.

작은 꽃에 취해 꿈꾸듯 길 걷다 보니 작고 조용한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행의 종착지인 두포입니다. 두포는 물빛이 참 투명한 어촌입니다. 그곳에서 잠시 피곤한 다리를 주무른 뒤 발길을 돌려 여수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뱃길에도 역시 '귀하신' 돌고래를 만났습니다. 행여나 금오도에 가시거든 잊지 말고 고래를 찾아보세요. 근성 있는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은 적당히 주시고요.  

두포는 물빛이 참 투명한 조용한 어촌입니다.
▲ 두포 두포는 물빛이 참 투명한 조용한 어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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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오도, #비렁길, #상괭이, #갈매기,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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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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