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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청하고 있다.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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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실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쳐부술 원수", "불타는 애국심,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언급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의욕을 앞세운 탓에, 암 덩어리가 아닌 건강한 세포에도 메스질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년차 박근혜 정부의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 추진이 큰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규제 숫자 줄이기에 집착하다보니, 국토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막는 환경 규제 역시 '나쁜 규제'에 포함됐다. 환경부는 지난 13일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박 대통령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환경영향평가는 각종 개발 사업에서 환경 피해를 줄이고 환경보전 방안을 마련하도록 담보하는 장치다. 계획 단계에서의 전략환경영향평가(옛 사전환경성 검토)와 사업 실시를 앞두고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환경부의 동의 여부는 개발 사업 승인에 반영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환경부가 사업자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조정 요구 횟수를 두 차례로 제한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초안 작성과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담겼다. 이를 두고 안 그래도 제 역할을 못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아예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크다. 특히, 4대강 후속 사업인 친수구역개발 사업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대강 대재앙을 연 '부실' 환경영향평가

지난해 여름 낙동강 중류 지역인 달성보 상류 부근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중류지역에 녹조과 광범위 하게 형성됐다.
 지난해 여름 낙동강 중류 지역인 달성보 상류 부근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중류지역에 녹조과 광범위 하게 형성됐다.
ⓒ 장하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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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업자는 부실한 평가서를 내고, 환경부는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환경부는 2009년 11월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무리하면서,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야생 동식물 등 주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두고 졸속·부실 평가라는 비판이 일었다. 사계절 변화를 고려한 평가가 이뤄져야 했지만, 634km에 이르는 4대강 공사 구간에 대한 평가는 넉 달 만에 끝났다. 남한강 103km 구간에 대한 정부 현장조사에 걸린 시간은 23일에 불과했다. 또한 평가서는 1973년 어류 조사 보고서를 인용할 정도로 부실이었다. 

대가는 참혹했다. 4대강 수질 악화로 '녹조 라떼' 현상과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났다. 환경영향평가 검토 업무를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4대강 사업 사후환경영향조사 분석·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2012년 한강·낙동강·영산강의 수질은 사업 전보다 악화됐다.

또한 습지가 크게 줄어들어 생태계가 파괴됐다. 낙동강의 습지면적은 44.8% 감소했다. 4대강을 찾는 철새의 숫자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맹꽁이, 남생이 등 법적 보호종은 보가 설치된 구간 대부분에서 사라졌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환경부의 법 개정안 입법예고는 이러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는 평가서 반려 조치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8~2012년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한 1282건 중 반려된 것은 단 6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 평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도 전역과 충청북도 북부 지역을 관할하는 원주지역환경청은 지난해 12월 2011년부터 3년 동안 '거짓·부실' 평가서 18건을 적발했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마운트나인 리조트 골프장은 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게 드러나,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사업계획승인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배보람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환경부의 입법예고는 환경부가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주민의견 수렴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은 밀양 송전탑과 제주 해군기지건설 문제에서 나타나듯 개발사업을 둘러싼 주민갈등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 축소, 제2의 4대강 사업에 도움

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부산 강서구 강동동 일대에 조성을 추진하고있는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조감도.
 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부산 강서구 강동동 일대에 조성을 추진하고있는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조감도.
ⓒ 국토해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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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축소는 환경 파괴와 난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2의 4대강 사업'이라 불리는 친수구역 개발 사업이 그 수혜 대상이다. 친수구역 개발은 새누리당이 지난 2010년 12월 4대강 예산과 함께 날치기로 통과시킨 친수구역개발특별법의 산물이다.

첫 친수구역 개발 사업인 부산 에코델타시티 사업 역시 난개발과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2018년까지 5조4300억 원을 들여 부산 강서구 일대 13.35㎢에 인구 7만5000명의 신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8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박 대통령에게 이 사업을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했다.

부산시는 오는 9월 착공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환경부는 승인 조건으로 서낙동강·평강천·맥도강 수질 개선과 재원 확보 방안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8월 사업자가 낸 평가서 초안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환경단체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뒤 마련한 평가서(본안)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환경부는 평가서 보완을 요구했고, 사업자는 다시 제출했다. 현재 재심의중이다. 윤일성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가서에 김해시가 서낙동강 수질 개선 비용으로 8500억 원을 부담한다고 돼있지만, 김해시는 관련 입장을 밝힌 바 없다"면서 "이같은 어려움에 빠진 사업이 개발을 수월하게 만드는 환경영향평가 축소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친수구역 사업인 경기도 구리시 월드디자인시티 사업 역시 환경영향평가 축소 방침의 수혜 대상지역이다. 경기 구리시가 한강변 172만㎡ 지역에 2020년까지 10조 원을 투입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가 상수원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마무리됐다.

환경부가 평가서에 조건부로 동의를 해준 것이다. 환경부는 평가서에 대해 단 한 차례의 보완요청도 하지 않았다. 현재 이 사업은 서울시의 반대,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개발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는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면 제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로 환경영향평가 축소안을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진정성이 없다"면서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축소 적용을 받은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제2의 4대강 사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환경영향평가 축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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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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