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년간 근무를 마쳐야 이들 북한 여성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지 씨엠립의 북한식당 여성들은  이 식당을 찾는 천여명이 넘는 관광객들 앞에서 하루에도 최소 3~4번 이상 같은 공연을 펼친다.
▲ 북한식당 여성 종업원의 공연 모습 3년간 근무를 마쳐야 이들 북한 여성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지 씨엠립의 북한식당 여성들은 이 식당을 찾는 천여명이 넘는 관광객들 앞에서 하루에도 최소 3~4번 이상 같은 공연을 펼친다.
ⓒ 박정연

관련사진보기


오늘(7일)도 저녁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대형관광버스들이 씨엠립 시내에 위치한 북한식당 앞 주차장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한국관광객들이었다. 근래 한국의 모 유명여행사가 북한식당 출입 거부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500여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이 대형식당에서는 오늘도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다. 멋진 노래와 춤, 바이올린 연주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퍼포먼스에 관광객 대부분은 넋을 잃고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일부 관광객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그녀들이 공연을 펼치는 무대 뒤에 TV모니터가 보인다. 놀랍게도 대부분 우리나라 한 전자업체 제품이다.

예전에 기자가 프놈펜에 있는 한 북한식당 종업원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여기 설치된 TV가 남한에서 생산되는 제품인 줄 아냐?"

그 종업원은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일본이 만든 제품보다 우리 동포들이 만든 제품이 더 좋지 않습니까?"라며 예상치 못한 답을 건넸다.

캄보디아에 북한식당이 처음 생긴 건 지난 2003년께다. 지금 북한식당이 있는 씨엠립 시내는 어느새 호텔들이 빼꼭히 들어서 시내중심지가 되어 버렸지만, 당시만 해도 주변에 들판과 공터가 보이는 외진 도로변에 북한식당이 자리를 잡았다. 식당 초입은 비포장길이라 비만 오면 질퍽거려 들어가기조차 망설여지는 그런 불편한 곳이었다. 게다가 개업 당시는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던 식당이었다.

북한여성의 얼굴이 그려진 식당광고판도 조잡해 보였고, 식당측도 직접 홍보에 나서지 않는 눈치였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늘 대문마저 굳게 닫혀 도무지 식당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외국인관광객들은 물론이고 현지인들도 이곳에 북한식당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대로변 간판을 보고 찾아온 배낭족이나 개인여행객들이 거의 손님의 전부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 북한대사관 건물은 지난 2012년 10월 세상을 떠난 노로돔 시하누크 구국왕의 개인사저다. 과거 북한과의 친밀한 관계 때문에 그동안 이 건물을 북한측은 40년간 무상임대 조건으로 사용해왔다. 최근 40년간의 무상임대기간이 만료되어 캄보디아정부측과 임대료 관련 협의중이란 소문은 있지만, 북한대사관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 수도 프놈펜에 있는 북한대사관의 전경 지금 북한대사관 건물은 지난 2012년 10월 세상을 떠난 노로돔 시하누크 구국왕의 개인사저다. 과거 북한과의 친밀한 관계 때문에 그동안 이 건물을 북한측은 40년간 무상임대 조건으로 사용해왔다. 최근 40년간의 무상임대기간이 만료되어 캄보디아정부측과 임대료 관련 협의중이란 소문은 있지만, 북한대사관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 박정연

관련사진보기


이후 한 한국인 여행사 사장이 북한식당을 찾아 한국인 단체손님들을 받아줄 수 있냐고 책임자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예상외로 북한식당 책임자의 반응이 좋아 내친김에 단체손님 할인을 요구했지만, 책임자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한다.

"단체손님들이 오면, 당연히 우리들도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고 준비도 그 만큼 더 많이 해야 하는데, 힘든 만큼 음식가격을 더 올리면 올렸지, 어떻게 내릴 수가 있느냐."

당시 협상은 잘 이뤄지지 않았으나, 6개월 뒤 북한식당 책임자가 여행사로 찾아왔다고 단체손님 음식가격을 협상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한국계 여행사들도 손님들을 데리고 찾기 시작하면서 한국관광객들이 찾는 주요관광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거의 3년 만에 찾은 북한식당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기자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식당 한쪽 벽면에 걸린 전 시하누크 국왕과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 액자였다.  아마 국왕생일축하공연을 마친 후 찍은 기념촬영사진인 듯했다(참고로, 지난 2012년 10월 15일, 세상을 떠난 노로돔 시하누크 캄보디아 국왕은 과거 70년대 망명시절 김일성주석의 도움을 받아 북한에서 생활할 만큼, 북한과는 오랫동안 친분을 쌓은 사람이다. 생전 그는 생일 때마다 종종 북한식당 종업원들을 왕궁으로 초대해서 축하공연을 펼치게 하고, 답례로 선물도 나눠주곤 했었다).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세계적인 관광지 씨엠립에 위치한 평양랭면관에서 일하는 북한여성종업원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루에 최소 3~4번 이상 같은 공연무대을 펼친다.
▲ 캄보디아 씨엠립 북한식당 여성의 공연모습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세계적인 관광지 씨엠립에 위치한 평양랭면관에서 일하는 북한여성종업원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루에 최소 3~4번 이상 같은 공연무대을 펼친다.
ⓒ 박정연

관련사진보기


구하기 힘든 자료라는 생각에 무심코 카메라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여종업원 한명이 기자 앞을 가로 막고 섰다. 눈살까지 찌푸리며, 그 여성은 "공연 외 사진촬영이 절대 안 된다"고 기자에게 주의를 주었다. 언뜻 보니 낯선 얼굴이었다.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웃던 다른 북한 여성들은 그 사이 3년간 근무를 모두 채우고, 거의 대부분 평양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조금은 민망한 기분으로 자리로 돌아와 나머지 공연을 감상했다. 30여분 동안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진 북한여성들의 공연은 "다시 만나요"라는 제목의 곡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어느 북한식당을 가더라도 늘 보고 들어온 비슷비슷한 '고정 레퍼토리'라서 별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처음 공연을 본 관광객들의 표정은 예상했던 대로 몹시 감동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잘 가십시오, 또 오십시오"라는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자리를 떴다.


태그:#북한식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