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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주년 삼일절 기념 특별기획전이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 침탈사료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기획전은 신사(神社) 및 군사·경찰 관련 유물과 문서 300여 점을 통해 일제의 무단통치 참상과 황민화 정책을 고발한다.

군산 신사 입구. 옛 군산공원(월명공원) 중턱에 있었다.
 군산 신사 입구. 옛 군산공원(월명공원) 중턱에 있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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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은 주제(씁쓸한 기억, 신사와 무단통치-조선 명당엔 신사가 있었다)에 걸맞게 일제가 서울을 비롯해 각 지방 도시와 명당 곳곳에 설치했던 신사의 다양한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 땅에는 1062개 신사가 세워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중 현재 남아 있는 신사는 옛 소록도 갱생원 신사(등록문화재 71호)가 유일하다.

일제는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하기 전부터 일선동조(日鮮同祖)와 일시동인(一視同仁)의 명분을 내세웠다. 그리고 경술국치(1910) 이후에는 황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신사와 요배소(遙拜所)를 곳곳에 설치하고 조선 백성에게 노골적으로 '참배'를 강요했다. '신사'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이나 국가 공로자를 모셔놓은 사당이다.

서울(조선 신궁)을 비롯해 인천, 강릉, 부산 용두산, 대구, 안동, 경주, 포항, 밀양, 통영, 순천, 소록도, 광주, 장성, 영산포, 정읍, 남원, 태인, 이리, 전주, 강경, 공주, 충주, 해주, 평양 등 전국 각지의 신사와 요배소 사진에서 암울하고 씁쓸한 치욕의 역사가 느껴진다. 그중 신사 공사장에 강제 동원된 무명 치마저고리 차림의 부녀자들 사진은 씁쓸함을 더한다.

자그만 '기념엽서'에서도 침략 야욕 드러나

 1906년 일본이 발행한 평화 극복(?) 기념엽서
 1906년 일본이 발행한 평화 극복(?) 기념엽서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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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에 발행된 기념엽서는 일본과 미국이 1905년 7월 비밀리에 맺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떠오르게 한다. 1924년까지 비밀에 부쳐졌던 이 밀약은 미국은 필리핀 지배를, 일본은 대한제국 지배를 서로 인정하는 양해각서이다. 따라서 일제는 그해 11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조약(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했으며, 미국은 사실상 묵인했다.

자그만 기념엽서임에도 충격을 던져준다. 경술국치(1910) 4년 전임에도 한반도는 물론 만주 일부와 대만까지 연분홍색을 칠해 일본 영토로 표기해서다. 겉으로는 동아시아 평화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조선 식민화 작업을 진행한 일제의 가증스러운 야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동국사 대웅전에 설치한 일제 침탈사료관
 동국사 대웅전에 설치한 일제 침탈사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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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군산 신사의 조선인 결혼 기념사진, 황해도 신천경찰서 신년하례회 사진, 일제강점기 일본경찰이 사용했던 경찰봉, 러일전쟁 참가 기념 술잔, 일본군 소좌의 군도와 계급장, 초등학생용 황은 감사 양은도시락, 위안부에게 지급했던 군용수표, 만주침략 성전 미술도록, 전쟁에 동원된 병사의 일장기, 만선 철도 병기창 제작 단검, 독립운동가와 의병장의 편지 등도 눈길을 끈다.

종걸 스님은 신천경찰서 일본 순사들이 조선의 사찰(寺刹) 내에서 술판을 벌이는 사진을 가리키며 분개했다. 스님은 "대웅전 입구에서 술판을 벌여놓고 회식을 하는 장면인데, 작살로 잡은 것으로 보이는 물고기를 안주로 회를 떠먹고 있다"며 "아무리 문화가 다르다고 하지만, 백번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후손들 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상설 전시장 필요

침탈사료관에서는 답답해진 기분을 잠시 내려놓고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양대 토미이 교수가 제공한 동영상(약 20분)이 매일 연속으로 상영되고 있어서다. 영상에는 1930년대 서울역, 경복궁, 대한문 등 서울의 유적지와 전차, 백화점 등 생생한 시가지 모습이 담겨 있다.

종걸 스님은 "동국사에는 일본 조동종 운상사 주지 이치노헤 쇼고(一戶彰晃) 스님이 조선침략에 대한 참회의 뜻으로 기증한 일제의 조선침탈 자료와 동국사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합해 5000여 점에 달한다"며 "후손들의 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근현대사 상설 전시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기획전은 일본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와 각료들의 잇따른 망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무단통치 참상을 고발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아픈 역사를 되짚어보고 대한민국의 역사 인식을 새롭게 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 동국사, #신사,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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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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