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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3일 오전 10시 32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장혜옥 학벌없는세상 대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장혜옥 학벌없는세상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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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옥(60) 학벌없는세상 대표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장혜옥 대표는 1977년 대학 졸업식 이튿날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그곳의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교단에 섰다. 그의 나이 스물 셋이었다. 장 대표는 이곳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1989년 해직됐다. 1994년 복직한 그는 본격적으로 전교조 활동에 나섰다.

2006년 3월 전교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전교조가 합법화된 후 사상 첫 여성 위원장이었다. 그는 당시 참여정부의 차등 성과급 지급과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며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그해 12월 새 위원장 선거에서 강경파라는 비판을 받으며 낙선했다. 또한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해직 판결을 받았다. 

장 대표의 인생역정은 떳떳했다. 하지만 선거판에서 전교조 활동 이력은 환영받지 못했다. 지난 201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보수 단일 후보로 나선 문용린 교육감은 민주노총·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수호 후보를 상대로 종북몰이에 나서 승리를 거뒀다. 진보진영은 '전교조 출신 후보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혔다.

장 대표는 10일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진보진영 후보들은 종북몰이 공격을 피하려고 애를 썼다"면서 "하지만 저는 반대로 정면승부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주 구차하고 비열하고 저차원적인 종북몰이를 이제 끊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선거공학적으로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하는 게 옳다"고 답했다. 그는 "전교조에서 부당한 정치권력과 20년 넘게 싸운 것은 큰 자산"이라면서 "전교조 위원장으로서 전국적인 조직을 이끈 경험은 다른 후보와의 경쟁에서도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문용린 교육감이 후퇴시킨 혁신교육 회복을 강조하면서 특권 교육을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학교를 통해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줄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특목고를 없애고, 고등학교가 우리 국민 누구라도 향유할 수 있는 보통·보편·평등의 시민 교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와 장혜옥 대표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항마가 되겠다"

"아무리 덕망있고 훌륭한 후보라도 '전교조'라는 낙인이 찍히면, 어려움을 겪었다. 이전 후보들은 종북몰이 공격을 피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이제 정면승부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내가 왜 종북인지 설명해보라'고 맞설 것이다. 아주 구차하고 비열하고 저차원적인 종북몰이를 이제 끊어낼 것이다."
 "아무리 덕망있고 훌륭한 후보라도 '전교조'라는 낙인이 찍히면, 어려움을 겪었다. 이전 후보들은 종북몰이 공격을 피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이제 정면승부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내가 왜 종북인지 설명해보라'고 맞설 것이다. 아주 구차하고 비열하고 저차원적인 종북몰이를 이제 끊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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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한 계기는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해 초 우리 사회의 진보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제가 전교조에서 활동했고, 교육 분야에 몸담았기 때문에 제가 갈 길은 교육감이었다. 출마 권유도 많았다. 또한 정치적인 자유를 제한받는 현직 교사들과 달리, 해직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들이 대거 해직됐고, 지난해에는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폭력적으로 추진했다. 서울시교육감 출마는 여기에 대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 진보진영의 서울시교육감 단일 후보로 뽑힌다면,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용린 교육감은 지난 201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이수호 후보를 겨냥해 "대한민국 교육이 종복·친북 세력의 전교조에게 장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종북몰이에 나섰다.
"아무리 덕망있고 훌륭한 후보라도 '전교조'라는 낙인이 찍히면,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문용린 교육감이 나오면 필패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전 후보들은 종북몰이 공격을 피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이제 정면승부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내가 왜 종북인지 설명해보라'고 맞설 것이다. 아주 구차하고 비열하고 저차원적인 종북몰이를 이제 끊어낼 것이다."

- 시민들 사이에서 전교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전교조 위원장 출신임을 강조할 경우,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지 않겠나.
"종북 딱지를 붙이면서 낙인찍는 게 옳은 것이냐. 선거에서 유불리를 따지면서 선거공학적으로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하는 게 옳다. '해충 잡아 죽이자'라며 전교조를 비난하는 보수단체의 플래카드까지 나왔다. 언사가 점점 거칠어지고 고약해지는데, 이를 바로 잡으려는 용기를 내려고 한다. 또한 전교조는 지금까지 진보교육 의제를 많이 내놓은 곳이다."

- 2006년 12월 13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 당시 상대 후보로부터 '강경 일변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면, 박근혜 정부와의 싸움에 치중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김대중·노무현 정부라는 민주정부와 협력하자는 기조와 민주정부라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비판하자는 기조로 나뉘었다. 나는 후자였다. 2006년 전교조 위원장을 하면서 노무현 정부와 많이 싸웠다.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면,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강하게 비판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항마가 될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잘하고 있어서 협력을 많이 할 것이다."

- 서울시교육감 진보 단일 경선에 나선 나머지 두 후보와 비교해, 어떤 강점이 있다고 보나?
"여성인 점이 강점이다. 지금까지 학교 행정이 지시와 통제로 일관됐다면, 이젠 소통, 나눔, 협력으로 바뀌고 있다. 여성으로서 이러한 마인드 전환에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전교조에서 부당한 정치권력과 20년 넘게 싸운 것이 가장 큰 자산이다. 전교조 위원장을 하면서 전국적인 조직을 이끌었고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다 가지고 있다. 뿌리 깊은 실천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해직 전 경북 안동과 영주에서 국어교사로 있으면서, 시와 음악이 살아있는 수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사연을 담은 책 <눈맞춤 교육은 사랑이다>에서 인문학적 교육을 강조했다.
"더 좋은 교육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경험을 한 것이다. 그때 학생들에게 감수성을 어루만지는 교육을 했다. 지금 감정이 메마른 시대에서 학생들은 혼자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인문학적 수업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수업 방식인 것으로 입증됐다. 무조건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우리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문용린 교육감, 개념없이 움직이고 있다"

"2000년 문용린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이었을 때 전교조 교사대회에 와서 축사했다. 그때 '전교조는 잘 하고 있다, 잘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감이 된 이후 기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오더에 따르느라, 개념없이 움직이고 있다."
 "2000년 문용린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이었을 때 전교조 교사대회에 와서 축사했다. 그때 '전교조는 잘 하고 있다, 잘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감이 된 이후 기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오더에 따르느라, 개념없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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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을 어떻게 생각하나?
"2000년 문용린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이었을 때 전교조 교사대회에 와서 축사했다. 그때 '전교조는 잘 하고 있다, 잘 해보자'고 했다. 합리적인 교육학자로 봤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감이 된 이후 기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노가 치민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중요한 치적인 혁신학교를 탄압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선생님도 아이들도 다 좋아한다. 또한 교육적 철학이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돌봄 학교'를 강조하니까,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돌봄 교사들을 대거 뽑았다. 정치적 오더에 따르느라, 개념없이 움직이고 있다."

- 특목고와 자사고로 상징되는 특권교육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고교 서열화가 이뤄지고 일반고의 학력저하와 소외현상이 커지면서,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
"특목고에 가는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 때 치를 특목고·자사고 입학시험을 두고 초등학교 1~2학년 때 공부한다. 사교육비가 얼마나 들겠나. 특목고·자사고에 가는 아이들은 가정의 지원을 받으면서 선별된 아이들이다. 이들은 특목고에 간 이후 우리나라 최고 대학에 들어간다. 사실상 계급이 나눠진 것이다. 현대판 카스트 제도다. 영어를 배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이들은 이미 계급을 나눈다. 이게 교육인가. 바꿔야 한다."

- 그렇다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
"궁극적으로 특목고를 없앨 것이다. 고등학교가 우리 국민 누구라도 향유할 수 있는 보통·보편·평등의 시민 교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심화된 고교 서열화를 되돌려야 한다. 교육 정책은 원래 평준화였다. 지금 일반고는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만 가는 곳이 됐다.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고 살리기 정책도 만들어야 한다."

- 특권 교육은 사교육비 문제와도 연결된다. 사교육비에서 강남과 강북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교육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교육비가 만들어지는 원흉은 선행학습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되지만 사실상 학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학원에서도 선행학습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주로 영어와 수학 때문인데, 궁극적으로는 교육 과정을 바꿔야 한다.

교육 과정은 국가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교육감의 자율성이 조금이나마 보장되는 혁신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 것이다. 그러면 국민을 설득하고 국가의 교육 과정도 바꿀 수 있다."

- 친환경 무상급식이 예산 문제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문용린 교육감이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를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상급식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이뤄내야 한다. 하지만 교육청 예산을 감안하면 당장은 무리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공약을 내걸었다가 당선된 후 폐기했다. 박 대통령에게 공약을 지키라고 압박할 것이다."

- 학교 폭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까지 학생들은 학교에서 통제받고 복종해야 했다.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맘껏 드러내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 학생들의 자율성이 배양되면, 학교 폭력 문제는 많이 해소될 것이다."


태그:#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장혜옥 대표는 누구, #서울시교육감 진보 단일 후보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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