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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 팔상도 붓다, 히어로의 일생_양경수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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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2일 오전 10시 13분]

춤을 추는 듯 한 모습으로 뒤돌아서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는 히어로. 바로 붓다의 모습이다. 이런 발칙한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붓다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를 새롭게 해석하여 그려놓은 작가 양경수에게 홀딱 반해서 사진 좀 찍자고 했다. 얼굴에 장난기가 다분한 작가. 그림 내공은 장난 아니다. 불화라고 하면 탱화를 연상하고, 정중하고 격식 있는 그림을 생각했는데, 새로운 해석의 이런 그림은 매력만점이다.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 어라의 숨고르기_어라스님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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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불교박람회가 3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리고 있어 지난 8일 직접 가봤다. 작년과 달리 널찍하게 자리 잡은 부스들은 편안하고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붓다아트페스티벌에 참가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굉장히 다양해서 어린연령대부터 어르신들까지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만화부스는 젊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네이버블로그 웹툰 '어라의 숨고르기'의 어라 스님 작품도 있어 반가웠다.

만화부스 가기 전에 '대구무형문화재 제13호 상감입사장 김용운' 부스에서는 보기 어려운 희귀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부스는 상감전문 공방의 부스다. 에를 들어 청동으로 함을 주조한 뒤에 청동 함 표면에 문양을 조각한 후 그 홈에 다른 금속, 예를 들어 은으로 메워 단순하고 우아한 문양을 가진 함을 만드는 것이다. 물건에 새겨진 문양의 무한한 연속성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색다른 아름다움을 주는 그런 기술 같다.

이 부스 한 면에 특이한 유물이 전시돼 있었다. 위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닮았고, 아래는 직사각형 원통형 형상에 주름치마 무늬를 주고 그 무늬에 아주 세밀한 상감으로 무늬를 주었다. 상감이 좀 희미하긴 하지만 고려시대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 대해 김용운 장인은 이런 사연을 들려주었다.

2014 불교박람회 고려시대 유물
▲ 고려시대 주전자_대구무형문화재 제13호 상감입사장 김용운 2014 불교박람회 고려시대 유물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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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려시대 작품이고, 이러한 작품은 전 세계에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김용운 장인이 소장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어느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예술성은 미국 박물관 소장이 더 나으나 훼손이 많이 되었고, 김 장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예술성은 좀 떨어지나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리움 미술관에서 작년에 삼개월간 대여전시를 하기도 했단다.

주름치마 부분의 세밀한 상감은 현재 우리 실력으로는 습작수준 정도는 가능하지만 똑같이 재현은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윗부분의 나뭇잎 같은 부분은 습작은커녕 흉내조차도 내기 힘들다고 한다. 그 부분은 기본 틀을 만든 후 금속을 섬세하게 때려서(단조해서) 나뭇잎 부분을 '단조'한다고 한다. 이 '단조'를 여러 번 시도했는데 모두 다 금속이 깨져버렸다고 한다. 결국 이 작품은 상감장인과 단조장인이 서로 힘을 합해야만 탄생하는 작품인 것이다.

김 장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이 "어르신, 다음다음 세대에서는 재현할 수 있겠지요"라고 했더니 불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당시(고려시대)엔 장인들이 밥 먹고 하루종일 이 일만 해서 기술이 축적되고 전수되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자기 밥벌이를 해 가며 이것을 해야 하니 되기 힘들지"라며 씁쓸해 했다.

신영복의 '변방을 찾아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무소유든 지혜든 (장인정신이든) 그것의 결정적인 결함은 '상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상품이 못 되는 것은 팔리지 않고, 팔리지 않는 물건은 살아남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나 참으로 역설적인 것은 무소유와 지혜 (장인정신)은 팔리지 않으면서도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변방을 찾아서>, 돌베개, 2012)

김용운 장인의 씁쓸함에 이 짧은 글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 우전 마진식 _나무 위에 그린 연꽃의 일부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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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울리는 장인정신의 작품을 보면서 그 옆으로 지나가면 오래된 문이나 나무 위에 그림을 그려놓은 부스가 나온다. 마진식 화백의 작품들이다. 한지관련 전공을 한 마 화백은 오래된 문들이 가진 나무의 결이 좋아서 수집을 하여 보관을 했는데, 그냥 보관하기가 힘들어 그 문 위에다가 야생화를 그려 넣었더니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연꽃 한 송이 그려진 나무는, 나무가 가진 오래된 검은 색을 그대로 살려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나무에 그려진 야생화 그림들은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 여유를 만든다. 꽃밭에서 노닐 듯이 한참을 그 부스에서 구경했다.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 우전 마진식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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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고 난 다음에는 깨달음을 얻으란 뜻일까? 거대한 대작 '의상대사 법성게' 작품이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이현주 작가는 이 작품을 7개월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의상대사가 원효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는데, 원효대사는 해골 물을 마신 후에 유학을 가지 않고, 의상대사는 홀로 유학을 가서 화엄경을 열심히 배워 돌아와 스승에게 글로 적어 올렸더니, 스승은 그 내용이 너무 많다며 그 내용을 적은 종이를 불에 태웠다고 한다. 미처 다 타지 못하고 남은 종이에 글자들이 있었는데, 그 글자들이 바로 의상대사가 지은 7언 30구 210자를 사각인에 담은 법성게라고 한다.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 의상대사 법성게_이현주 작가 2014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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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가운데 법(法) 자로 시작해서 바로 밑의 글자 불(佛) 자로 끝나는 이 작품은 글자 하나마다 배경이 되는 문양들과 그림이 있다. 작가는 이 문양들을 2010년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했던 '고려불화대전'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전체 그림을 보고, 가까이 가서 한글자마다 다른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4 불교박람회 사찰음식 전시경연에서 고려직업전문학교 학생이 관람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찰음식 대축제_조리관련대학생들의 전시경연 2014 불교박람회 사찰음식 전시경연에서 고려직업전문학교 학생이 관람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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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플 때쯤 우린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쪽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늦어 사찰음식 체험관은 대부분 자리를 정돈하는 중이라 참여 못했지만, 사찰음식대축제를 구경하느라 아쉬움은 없었다. 절제된 아름다움과 정갈함 속에 깃든 화려함. 먹으면 무조건 건강해질 것 같은 재료들. 우리 집 둘째는 '야채청국장말이'가 맛있을 것 같다며 먹고 싶다고 한다.

사찰음식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까지 적힌 작은 책자도 받았으니, 곤드레나물밥에 도전해봐야겠다. 이도저도 자신 없으면 사찰음식 전문교육관인 '향적세계'의 문을 두드리든지.

2014 불교박람회 사찰음식대전
▲ 야채청국장 말이_봉녕사 2014 불교박람회 사찰음식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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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유난했지만, '삶에 향기를 붓다'라는 이번 불교박람회는 무척 즐거웠다. '불교박람회'인데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박람회, 불교신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휴식 겸 다녀올 수 있는 좋은 박람회다.


태그:#2014불교박람회, #양경수, #마진식, #이현주,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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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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