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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에서 흘러내리는 큰 물줄기가 산허리를 감아 돌면서 연꽃모양의 지형을 이루고 있는 중심에 반야사가 위치해 있다. 특히, 멀리서 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기를 순간 내려 놓았다. 그저 멈춰서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며 내 가슴에 간직하고 싶었다. 아직도 햇빛에 비쳐 출렁거리던 강물의 물빛이 생생히 떠오른다.

굽이 굽이 산아래로 깊이 들어가 반야사는 세속의 떼가 묻지 않은 고요한 사찰같았다. 그래서 더 정겹고 다시 가고싶은 사찰이다. 아직도 유자차의 향기가 코끝에 진동하고 부드러운 청산이의 털이 손끝에 느껴지고, 발바닥에는 따듯한 아랫목의 기운이 남아 있는것 같다.

혼자서 훌쩍 어딘가 떠나고 싶고 나 자신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반야사의 '위로 사찰'이라는 문구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였다. 내가 참가한 1박2일 자율형(휴식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개인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면서도 충분한 위로와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백화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연꽃모양으로 반야사를 감싸주고 있다.
▲ 백화산아래반야사 백화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연꽃모양으로 반야사를 감싸주고 있다.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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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사는 성덕왕 17년 상원스님이 창건한 천년고찰로써, 삼층석탑과 석조부도, 대웅전과 요사채등 국보급 유물 다수와 문화재가 있다. 반야사의 이름은 문수보살의 반야를 상징 한다. 세조가 대웅전에 참배를 할때, 문수보살이 나타나 세조의 지극한 불심을 칭찬하고 인도한 영천에 가서 목욕한 후 세조의 병이 나았다고 하며, 세조때 크게 중창하여 직접 세조가 대웅전 참배를 했다고 한다.

반야사 삽살개 청산
▲ 반야사 청산이 반야사 삽살개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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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사를 바라보면 오래된 파쇄석(破碎石)이 쌓여 자연스럽게 호랑이 형상을 띄고 있다. 이런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서 인지 문지개인 청산이 또한 호랑이를 닮은 것 같다.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개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삽살개인 청산이는 호랑이처럼 늠름하게 밤새 동물이 내려오면 쫓아주면서도 내가 가면 얌전히 앉아 애교를 부리니 예뻐할 수 밖에 없는 청산이다. 나는 청산이의 보호아래 둘레길을 천천히 걸어 보았다.

반야사 우물
▲ 반야사 우물 반야사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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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사 뒤편에 앉아 보살의 자애로운 미소를 바라보며 쉬어 갔다. 엄마의 자궁과 같은 형상의 우물은 엄마의 포근함을 주는것 같았다. 이어 편백나무 숲을 지나다 보니, 대부분의 길이 평지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까 넘어질까 집중하며 땅을 보지 않아도 편안히 걸을 수 있어 더 내 자신에 집중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이렇게 여유로움 속에서 오후 시간을 보낸 후 난로가 있는 찻집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장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유자차는 너무 맛있어서 껍질째 다 씹어 먹었다.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하게 느껴지는 팀장님은 우연찮게 나랑 동갑이었다.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난로안에서 구워진 은행을 신문지에 말아 깨면서 신이난 우리는 금세 어릴적 동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빛이 선한 스님이 따라준 허브차를 마시며 난로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내가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종종 누군가를 위로해 줄때 어설프게 먼저 조언을 하려 하고 뭔가 해결해 주려는 마음에 상대방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었던것 같다.

그저 온전히 함께 있어줌으로써 위로가 된다는 것을 잊게 되는 것 같다. 스님은 온전히 내 옆에서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며 공감해 주셨다.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지 배울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1박 2일은 너무나 짧았지만, 내 마음에 위로라는 씨앗이 생겨 그 씨앗에 물을 주는 일을 계속 할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날이 풀리고 꽃이피면 더 아름다울 반야사에서 다시 위로를 받아보고 싶다.


태그:#반야사, #템플스테이, #충북 영동, #문수보살,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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