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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 앞 천막농성장에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집단 휴진의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회의를 하고 있다.
▲ 불 밝힌 의사협회 천막농성장 병원 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회관 앞 천막농성장에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집단 휴진의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회의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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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예정된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 아래 의협) 총파업에 정부가 7일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등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박근혜 정부와 의협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이달 하순에 예정된 6일간의 2차 파업을 15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벼랑끝 대치'가 이어질 조짐이다.

의협은 10일 오전 9시부터 집단 휴진 형식의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은 지역 개원의 중심으로 이뤄지며 대형 병원의 필수 의료진은 제외된다. 지난달 21일부터 8일 동안 진행된 집단 휴진 찬반 총투표에서 찬성 76.69%(3만7472명), 반대 23.28%(1만1375명), 무효 0.03%(14명)가 나왔다.

의협 "정의로운 투쟁 위한 파업"... 정부 "국민의 생명 볼모로"

파업 명분은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 반대다. 의협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 및 병원의 영리 목적 자회사 설립 허용을 '의료 영리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의사-환자 간의 대면 진료를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정보통신 기술로 대체하는 시스템이다.

의협은 원격진료가 대형 의료 산업체를 배불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정부가 병원 영리 자회사 허용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에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반박하지만 의협은 동네 병원의 숨통을 조이고 대형 병원으로 자본이 쏠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상혁 의협 투쟁위원회 간사는 "이번 파업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바로 잡고자하는 정의로운 투쟁"이라며 "정부가 어떤 압박을 가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파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건강을 위한 이번 총파업 투쟁은 모든 회원의 의무"라며 "우리의 투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자"고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정부는 파업에 단호하다. 행정력과 공권력을 총동원해 파업 저지에 나서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6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담화문을 내고 "의협이 정부와의 협의 결과를 거부하고 불법 휴진을 결정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휴진은 있을 수 없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문 장관은 "시·도와 시·군·구에 10일 진료명령 발동지침을 하달했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받게 됨을 유념해달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앞서 집단휴진 결정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사업자 단체의 금지행위' 위반 혐의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검찰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열린 공안대책 협의회에서 불법 집단행동의 경우 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 등에 따라 처벌하고 복지부 장관 등의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하는 의료인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처벌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당시 의협 주도의 집단 휴업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판례를 들어 집단적 진료 거부도 소속 병원 및 대학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돼 처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 참여에 따라 규모 좌우... "수도권 중심으로 참가 확산"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1월 27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의료영리화 반대 기자회견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생각에 잠긴 의사협 회장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1월 27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의료영리화 반대 기자회견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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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영향은 대형 병원 의료진의 참여율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대학 병원 교수들은 파업 참여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병원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입장이 불투명하다. 특히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집단휴진 참여에 결정적인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몰려 있기에 의료 파행이 빚어질 수 있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수도권 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들의 총파업 참여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8일 열리는 전국 전공의대표자회의에서 투쟁 열기가 고조된다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방상혁 간사는 "전공의 참여 확산은 총파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며 "모든 전공의가 참여해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 세우자"고 독려했다.

한편, 집단 휴진에 대비해 서울시는 비상보건의료대책본부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집단휴진 기간에도 서울건강콜센터(전화 119)와 다산콜센터(전화 120)에 문의하면 응급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건강·의학 상담도 제공한다. 또 보라매병원을 비롯한 8개 시립병원의 일반 진료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한다.


태그:#의료 파업, #대한의사협회, #박근혜 정부, #의료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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