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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법안처리를 당부하며 오제세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국회 보건복지위 찾은 정홍원 총리 정홍원 국무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법안처리를 당부하며 오제세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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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6일 국회를 방문했다. 여야정 협의체에 이어 여야 원내지도부 막판 협상까지 불발되면서 '벽'에 부딪힌 기초연금법 처리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정 총리만 아니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 각 부처 수장들도 소관 상임위를 방문해 법안 협조 요청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 후퇴 사례로 꼽히는 기초연금법이 2월 임시국회 최대 뇌관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날 기초연금법 관련 TV공개토론을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시간에 쫓겨 대충 합의하기에는 기초연금법은 너무도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국민의 직접적인 판단을 묻고자 한다"는 '명분'도 걸었다. 의견수렴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는 얘기인 만큼 당장 내일(27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기초연금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기초연금법 2월 국회 처리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기초연금 지급을 위해 시행령 및 시행규칙, 신청·접수·급여 결정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만 4개월여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7월 시행'을 위한 마지노선이 2월 국회라고 주장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로 정상지급 가능... 국민연금 연계 말아야"

기초연금 논란은 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불거진 문제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현행 기초노령연금 및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 방침을 밝히며 "도입 즉시 만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A값의 10%)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은 9만4000원이다. 즉, 이 공약은 만 65세 노인 모두에게 약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약속은 대선 이후 연달아 후퇴했다. 201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차등 지급" 하는 안으로 공약을 바꿨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민관합동기구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원칙에 의거, "상위 30%를 제외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10만 원~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마저 '항명성 사퇴' 하는 등 거센 공약 후퇴 논란이 벌어졌다.

반년이 흘렀지만 이 논란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처음 대두됐던 지급범위·액수 후퇴 여부보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운용 방안을 근본적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운용할 경우, 오랫동안 성실히 납부한 국민연금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대신 민주당은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을 조금만 수정하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역차별 우려를 피하면서도 정부가 약속한 기초연금액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상한다"고 명시된 기초노령연금법 부칙 4조 2를 수정, 시기를 앞당기면 된다는 논리다.

이에 따르면, 기초연금법을 굳이 2월 국회에서 처리할 이유도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7월부터 20만 원을 지급하는 데에는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가 없고, 별도의 예산도 필요치 않다"라며 "민주당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별지급 하는 새로운 법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이 현행법에 따라 차별 없이 20만 원을 지급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기초(노령)연금은 지난 2007년 국민연금 혜택을 1/3 줄이면서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이 때문에 지난 2007년 제도 도입 당시 여야가 '두 연금 중 어느 한 연금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연금을 삭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현행법상으로도 소득 70% 이하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조금만 더 노력하면 소득 80%까지도 지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법 불발되면 민주당 석고대죄해야... 미래세대에 빚 지울 수 없다"

정부·여당은 이를 민주당의 '몽니'로 규정하고 압박 중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 등만 아니라 대한노인회 임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며 민주당을 규탄했다. 당초 기초연금 지급대상 확대 등을 놓고 논의하다가 정부·여당이 한 발 물러서자(기존 소득 하위 70% 노인 대상에서 75% 노인 대상으로 확대) 국민연금 연계 문제를 갖고 발목잡기 중이라 보고 있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방침은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부터 시작돼, 대선을 통해 국민적 동의를 받은 것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 간담회 후 "기초연금 발목잡는 민주당은 불효막심한 정당"이라며 "TV 공개토론 제안은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시간끌기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민주당은 '당장'에 쫓겨 '미래'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고,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게 되면 연금재정이 빠르게 소모돼 미래세대의 피해가 커진다는 주장이다. 또 "민주당의 주장대로 하면, 아파트 경비원 등 생활이 어려워 일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은 20만 원을 받지 못하고 '타워펠리스 사는 강남 노인', '에쿠스 모는 사모님'은 20만 원을 받다가 (향후 소득인정액 기준 개선 후) 탈락하는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은 협상 결렬 책임을 지고 간사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대선에 패해) 자신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입장도 아니지 않냐"며 "(기초연금법 처리 후) 향후 제도 개선 등을 약속하는 부칙 신설 등까지 제안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여야 지도부에게 오늘 저녁이라도 협상을 이끌어내고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지급대상 및 액수 문제와 달리, 국민연금 연계 방안이 기초연금법의 핵심임을 감안할 때 여야 지도부 간 막판 빅딜도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미 여야 원내대표단은 서로 이견을 확인하고 등을 돌린 바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 중진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의 헛된 고집으로 내일 기초연금법 처리가 불발된다면 민주당은 어르신들께 석고대죄를 해야 할 것"이라며 "2월 국회를 넘기면 본인들이 고수한 안으로 관철할 수 있다는 모양인데 어림없다"고 엄포를 놨다.

또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은 채 지급대상을 소득 하위 80% 노인으로 늘리면 미래세대에 빚을 전가하고 세금폭탄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라며 "나라 곳간 사정을 알면서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원안 고수' 입장을 천명했다.


태그:#기초연금, #박근혜, #공약 후퇴,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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