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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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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적게는 50% 중반, 많게는 60%대를 넘어선다. 취임 초 반복된 '수첩인사' 실패로 40%대 초반의 낮은 지지율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세를 회복했고, 집권 2년 차에 들어서면서 대선 득표율을 뛰어 넘었다.

각각 문민정부 출범과 최초의 정권교체라는 상징성 덕분에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지만 하락세가 계속됐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나, 집권 1년차부터 지지율 폭락을 보여준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도 악재가 없지는 않았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국가정보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철도노조의 장기파업 등으로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내 50%대로 복귀하는 유형이 반복됐다. 그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YS-DJ 모델 닮은 박 대통령 지지층... 국정홍보처 역할 하는 종편

우선 지난 대선 당시부터 거론되어 온 유리한 외부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충성도가 견고한 고정 지지층은 당선 후에도 지지율을 지탱하고 있다. 기초연금 후퇴에도 굳건한 지지를 보여주는 60대 이상은 절대적 지지층으로 분류된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 분석센터장은 "박 대통령의 지지층은 노무현·이명박 모델보다는 각각 보수·진보 진영의 대선 후보로서 오랫동안 지지층을 다져오고 지역 기반도 탄탄한 김영삼·김대중 모델에 가깝다"며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보수진영의 유일한 대선 후보로서 지지층을 다져왔기 때문에 집권 1년 차에 지지율이 급락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모두 당 밖(정몽준)이나 당 내(박근혜) 단일화를 통해 대통령이 돼 독자적 지지층이 협소했다"며 "이 때문에 악재가 발생했을 때 지지층 이탈 규모가 컸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 독자적 지지기반이 탄탄한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우호적인 언론환경과 무기력한 야당도 한몫하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대부분 보수적이고 정부에 우호적인 종합편성채널이 존재하는 언론환경은 과거 정부에서는 없었던 현상"이라며 "박근혜 정부에 국정홍보처는 없지만 사실 (종편을 통해) 그 효과는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대선 패배 이후 제대로 정비도 못하고 내부 싸움에만 빠져 있는 야권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야권이 응집력을 발휘해 국정운영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무현-이명박 시절엔 분열한 여당... 박근혜 정부에선 일사불란

취임사를 낭독하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를 낭독하는 노무현 대통령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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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환경에서 오는 어부지리 말고도 박근혜 정부의 전략이 먹혀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집권 1년 차에 지지율이 추락한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박근혜 정부가 안정적 지지율 관리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박근혜 정부는 정권을 잡은 이후 여권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자중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집권 1년차 지지율이 폭락한 참여정부나 이명박 정부는 모두 집권세력이 분열했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갈라섰고, 이명박 정부도 2008년 총선 국면에서 '친박' 세력이 대거 탈당했다

물론 참여정부의 경우 강력한 야당(한나라당)에 발목을 잡혔고, 이명박 정부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탓도 있지만, 집권 1년 차에 내부 갈등으로 집권여당이 분열하는 사태가 지지율 추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부소장은 "집권세력의 분열이 국민들에게는 내부 '밥그릇 싸움'으로 비쳤다"며 "이로 인해 중간층은 물론 지지층 일부까지 이탈하면서 허니문 기간인 집권 1년차임에도 지지율이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일부 잡음이 없지는 않지만 여당과 청와대 내부 갈등이 잘 관리돼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집권세력으로서 안정감을 준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악역은 새누리당이... 효과 본 분업 전략

좀처럼 이탈하지 않는 '중간층'의 존재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다. 여기에는  '꼼수'라고 비판 받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분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실 지난 1년 중간층의 정치적 피로감을 높이고 이탈 요인으로 작용하는 정치적 이념적 갈등 이슈는 많았다. 서해북방한계선 논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악역은 새누리당이 맡았다. 이 같은 이슈를 통한 갈등 유발과 국면 전환은 새누리당이 주도하고 박 대통령은 뒤로 숨었다. 여당이 야당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사이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 등 안보 위기 대응, 해외 순방을 통한 정상 외교, 경제 챙기기 행보에 치중하면서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

정한울 부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이후 4대 개혁입법 등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빚은 이슈를 자신의 의제로 만들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등 여야 충돌의 중심에 서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그대로 지게 됐다"며 "반면 박 대통령의 경우 여당과 역할 분담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 의제도 흡수... 중간층 이탈 막는 양동작전

박 대통령의 이미지 관리와 더불어 중간층에 호소력 있는 이슈를 제기하는 양동 작전도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하지 못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이뤄냈고,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속에서도 CJ, SK, 한화 등 재벌 총수들의 비리사건을 구속기소하는 등 엄벌 기조를 유지하면서 친 재벌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 또 철도민영화 논란은 공공부문 '철밥통'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공공부문 개혁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정한울 부소장은 "보수층 결집을 바탕으로 대야 공세를 강하게 펼치면서도 중간층 이탈을 막기 위한 정책도 병행하는 등 여론의 흐름에 정교한 대응을 해오고 있다"며 "이를 통해 반대파의 반발을 분산하고 중도층 이탈을 최소화하는 유형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보수 우위의 상황에서 통일이라는 진보 의제까지 흡수했고 남북관계에 일관된 대응이 일부 성공을 거두면서 보수층 외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외부적 요인을 뜯어보면 집권 2년차를 맞이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분간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처럼 60%에 가까운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더라도 하향세는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길어지는 허니문... 박 대통령, 높은 지지율의 덫에 빠지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1년, 이대로는 못살겠다 2.25국민파업대회'에 참석한 학생과 노동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자, 경찰이 이를 막으며 저지하고 있다.
▲ '적법한 행진 막는 경찰병력'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1년, 이대로는 못살겠다 2.25국민파업대회'에 참석한 학생과 노동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자, 경찰이 이를 막으며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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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험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50%를 넘어선 지지율에는 '잘 해달라'는 기대감과 경제 상황 악화 등에 '아직은 새 정부에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라는 유보 심리가 반영돼 있다. 역대 정부에 비해 '허니문' 기간이 길어지고는 있지만, 문제는 기대와 유보를 철회하는 시점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특히 박 대통령에게 아직도 기대를 거는 중간층의 경우 국정수행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참사라고 평가받는 박 대통령의 인사, 불통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윤희웅 센터장은 "집권 2~3년차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국내 정치와 경제 등 정책적 성과에 기반한 냉정한 평가 단계로 접어든다"며 "내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지지율의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집권 1년 차에서 보여준 대야 일방통행과 불통, 색깔론과 공안몰이를 통한 국면 전환 등을 반복한다면 중간층 이탈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한울 부소장은 "집권 2년 차에도 체감경기 악화가 계속되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 해처럼 이념 대결구도를 기반으로 국정을 이끈다면 중간층의 견제 심리가 고개를 들 것"이라며 "2010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민생 대신 참여정부 심판론이나 색깔론을 내세웠다가 참패한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6·4 지방선거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택수 대표는 "냉정한 평가가 내려질 지방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여권이 승리하면 박 대통령 지지율도 탄력을 받겠지만 진다면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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