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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진주시가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것은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그 어느 도시보다 많은 전통문화예술의 자산이 남아 있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예술단체의 숫자나 역량도 우수하다. 다양한 축제들은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풍부한 역사와 전통, 자연이 뒷받침되어 독특한 지역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진주시는 문화관광의 도시를 내세우며 힘을 쏟고 있다. 2014년 진주시는 문화관광분야에 4가지 추진계획을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했다.

4가지 추진계획은 ▲ 편안하고 아름다운 문화관광 도시 육성 ▲ 축제의 자생력 강화 및 명품·세계화 ▲ 시민의 문화향유기회 확대 ▲ 이성자 미술관 건립을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이다. 이를 위해 2014년 진주시 본예산 총액 991,771,913원(약 9천 9백억원) 중 3.8% 에 해당하는 37,852,365원(약 3백7십 8억원)을 문화관광분야에 편성했다. 전체 대비 3.8%에 해당하는 문화관광분야의 예산비율은 전국 평균 2.05%('2013 지역문화지표 지수화를 통한 비교분석'/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비해 적은 수치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한 해 예산은 '중기지방재정계획'이라는 5개년 단위의 재원운용계획을 토대로 수립된다. 다년간의 세입을 예측하여 분야별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재정운용계획을 세워 효율적으로 재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먼저 진주시의 2013년-2017년 문화 및 관광분야의 정책을 살펴보면 '아름다운 문화도시'를 목표로 △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 △ 특색있는 문화축전의 지속적 육성, △ 진주남강유등축제의 세계화, △ 진주성 사적지 관리, △ 생활체육 활성화 지원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문화분야의 중기지방재정계획 정책과 2014년 적지 않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진주시가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실질적인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문화관광의 도시는 지역민의 문화적인 삶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문화적인 삶이란, 단순히 문화적 활동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이 시민들의 삶으로 스며들어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아 이를 통해 개개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본다. 지역민의 문화적인 삶의 태도가 바탕이 될 때, 지역 고유의 색이 녹아있는 지역문화가 만들어진다. 지역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자연스러운 문화관광이 이루어지고 지역경제발전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문화관광의 도시 진주'도 결국 지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진주시는 문화를 통해 지역민들의 삶이 개선한다는 분명한 비전속에 중, 장기 계획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진주시의 5개년 계획에는 지역민들의 삶이 반영된 정책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문화관광을 경제 산업의 영역으로만 보고 시설조성이나 표면적인 성과에만 우선하여 정작 지역주민을 내팽겨친 것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문화관광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초예술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탄탄한 기초문화예술은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토대가 된다. 분야별로 다양한 기초문화예술이 자라나야, 지역민 개개인의 문화예술역량이 강화될 수 있으며 생활문화예술도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시는 기초문화예술에 대한 재원 비율이 너무 적다. 2014년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비율은 고작 0.14%(약 14억)에 불과하다. 중기지방재정계획에서 편성된 15억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5년간의 재원계획도 지방선거가 있는 2014년까지만 일시적인 증액이 있을 뿐, 2015년 이후에는 오히려 급감하고 있다. 이는 진주시가 문화예술분야의 장기적인 지원계획이 없음을 말해준다. 문화 및 관광분야의 전체예산도 3.5% 감소하고 있다.

진주시 2013~2017년 중기지방재정계획
 진주시 2013~2017년 중기지방재정계획
ⓒ 진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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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2014년에 새로 편성된 항목들이 두드러진다. 진주문화원 신축비로 7억 5천만원, 지방문화원 운영보조금으로 7천여만원, 이성자 미술관 운영비로 8천만원 등이 편성되었다. 여전히 기반시설 조성과 같은 성격의 항목들이 눈에 띄며, 항목들의 재원 분배 타당성 여부도 확실치 않다. 2014년 제시한 4개의 계획도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예산을 편성한 것인지 잘 보이지가 않는다. 예를 들면 봄 축제를 활성화시키겠다면, 어떤 계획과 정책이 있는지, 시민문화향유 기회를 확대를 위해서는 어떤 사업에 얼마의 예산을 더 투자했는지 알기 어렵다.

다음으로는 예산과 정책수립에 지역민들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산안을 수립과정의 적절성, 심의과정의 타당성 여부가 개운하지 않다. 어떤 기준을 통해 예산안이 작성되는지, 각 부서의 담당공무원이 제출한 항목들은 지역민의 요구가 적절하게 반영된 것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예산심의 및 의결과정에서는 편성된 항목들의 타당성에 대해 과연 문화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의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의문스럽다.

진주시와 의회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전망을 수립하고, 요구와 비판을 수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업운용과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민간이전사업의 경우 예산편성이후에도 사업주체 및 운용의 적절성 등에 대해 점검과 평가가 요구된다. 지자체가 직접 주관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지역재단이나 위원회 등 전문기관을 통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며, 이를 이듬해 예산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개선될 수 있다.

지역문화정책과 예산은 지역주민의 문화적인 삶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진주시민들이 다른 지역이 아니라 진주에서, 풍성한 문화로 인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http://jinjunews.tistory.com/



태그:#진주시 예산, #문화관광도시, #문화예술예산, #지방재정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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