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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유교문화박물관
 유교문화박물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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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박물관은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안에 2006년 6월 세워진 유교전문 박물관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핵심인 유교문화의 역사를 정리해,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신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개별 문중이나 서원 등으로부터 기탁 받은 전통문화 자료 중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엄선해 전시하고 있다. 유교문화박물관은 4층 건물 7개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먼저 2층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퇴계와 율곡 그리고 다산의 흉상이 있다. 그리고 정면 가운데 유교와의 만남 코너가 있다. 그 옆 서쪽으로는 유교와 수양 코너가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가운데 재지사림과 유교문화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둘레에 유교와 가족, 유교와 사회, 유교와 국가, 유교와 미래사회 4개 코너가 있다. 마지막 4층에는 유교기록문화관과 특별전시실이 있다.

장량수 급제 홍패(고려시대)
 장량수 급제 홍패(고려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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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박물관에 있는 대표적인 유물은 국보 제181호인 장량수(張良守) 급제 홍패, 보물 제548-2호인 『활인심방(活人心方)』, 보물 제1202호인 '애일당 구경첩(具慶帖)이다. 경북 유형문화재 제314호인 거문고 양양금(襄陽琴)과 창랑보(滄浪譜), 술통으로 쓰였던 사준(犧樽)과 상준(象樽)도 특이한 유물이다. 그리고 퇴계의 양관 대제학 교지, 1613년의 임계계회지도(壬癸契會之圖), 천문관측기구인 혼천의, 목판 등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동의 꿈을 꾸며 인간의 길을 살아간 사람들 이야기

삼강행실도
 삼강행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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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와의 만남을 다룬 제1전시실은 유교문화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먼저 유교문화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연표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유교 이야기에서는 개인의 인격 완성과 대동 사회 실현을 꿈꾸는 유교사상을 다루고 있다. 이것을 유교 용어로 표현하면 수기(修己)와 안인(安人)이 된다. 수기는 수양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고, 안인은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사회적 실천이다. 마지막에는 한국 유학의 맥과 발자취를 따라가는 유물을 보여주고 있다.

유교와 수양을 다룬 제2전시실은 유교적 실천의 출발인 공부 관련 자료를 전시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마음공부의 근본개념인 삼강오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퇴계의 『활인심방』과 류홍원(柳弘源)의 거문고를 보여주어 몸 공부와 육예(六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곳에는 사(射)의 상징인 활, 수(數)의 상징인 산(算)가지도 전시되어 있다.

산(算)가지
 산(算)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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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전통적인 숫자 표현방식이 이채롭다. 산가지를 세로로 하나 놓으면 1이 된다. 다섯 개를 놓으면 5가 된다. 산가지를 위에 가로로 하나 놓고, 그 아래 세로로 하나 놓으면 6이 된다. 10은 세로로 산가지를 하나 놓으면 된다. 그러므로 세로로 산가지를 다섯 개 놓으면 50이 된다. 60은 산가지를 세로로 하나 놓고 그 아래 가로로 하나 놓으면 된다. 그러므로 아래로 산가지를 세 개 놓으면 80이 된다.

애일당 구경첩
 애일당 구경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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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와 가족을 다룬 제3전시실은 유교공동체의 토대가 되는 가족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가정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예식인 관혼상제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바깥주인과 안주인이 거주하는 공간인 사랑방과 안방을 재현해 놓았다. 이곳에 전시된 애일당 구경첩은 농암 이현보가 구순이 넘은 부모의 장수를 경축하는 잔치에 참가한 사람들의 그림과 시를 모아놓은 책이다. 

술통으로 쓰인 사준과 상준 그리고 국자
 술통으로 쓰인 사준과 상준 그리고 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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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와 사회를 다룬 제4전시실은 유학자들의 사회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선비의 하루를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고, 서당 풍경을 한지로 표현해 놓았다. 그리고 서원에서 활동하는 유학자들의 모습과 이들이 즐기는 풍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상적인 것으로 향사에 사용되던 제기가 있는데, 술통과 술잔, 촛대와 국자, 밥과 곡식을 넣는 그릇 등이다. 이들은 놋쇠를 사용했고, 실용성과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유교와 국가를 다룬 제5전시실은 현실 정치에서 유교가 수행한 역할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왕과 신하의 의례를 보여주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관복과 홀(笏) 등이 있고, 경연(經筵)에 대한 기록도 있다. 그리고 유교와 미래사회를 다룬 제6전시실은 유교가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과 그 가능성을 살펴보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영상과 사진자료가 주로 전시되어 있다.

유교기록문화관에서 만난 목판

조천일기유고
 조천일기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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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기록문화관은 4층에 독립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문서와 전적류, 목판, 편액을 전시하면서, 서책의 제작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래픽과 영상을 통해 기록문화를 시청각적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문화관의 기능도 수행한다. 고문서와 전적류 중 눈에 띄는 것은 [조천일기유고(朝天日記遺藁)]다. 천조(天朝)인 명나라에 보내는 사신을 조천사라 하는데, 이들이 기록한 일기를 모아 놓은 책이 [조천일기유고]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다. 1855년(철종6년) 5월 이휘병(李彙炳)이 영남 유생 1만432명의 글을 받아 올린 상소문이다. 영조 때 뒤주 속에 갇혀 죽은 장헌세자(莊獻世子: 1735-1762)의 추존을 청원하는 내용이다. 길이가 96.5m나 되기 때문에 두루마리 형태로 보관되고 있다. 이러한 영남 유생의 정신은 조선말인 1881년 개방과 수교에 반대하는 영남만인소로 이어진다.

유교기록문화관
 유교기록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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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으로는 중국고금역대연혁지도가 눈에 띈다. 조선 후기 학자인 병곡(屛谷) 권구(權榘: 1672-1749)가 만든 일종의 세계사 교육 교재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역사와 왕조사가 판각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나라를 색깔로 구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록색으로, 중국은 노란색으로, 북방 유목민족은 검은색으로 구별했다. 그리고 만든 이가 살던 안동과 풍산 지역의 연혁도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다.

편액으로는 금난수의 시 '유고산(游孤山)'을 듣고, 퇴계 이황이 차운한 '차문원유고산운(次聞遠游孤山韻)'이 보인다. 여기서 문원은 금난수의 자(字)다. 퇴계가 고산정을 노래한 여러 편의 시 중 하나로, 1564년 지었다. 또 하나 매심사(梅心舍)라는 편액이 있다. 매화의 마음을 아는 선비의 집이라는 뜻으로, 추사 김정희의 글씨라고 한다. 이것은 안동대학교 임세권 교수가 기증했다.

옛 선현들의 서명
 옛 선현들의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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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화관을 나오면서 보니 벽에 옛 선현들의 서명을 모아놓은 패널이 걸려 있다. 패널의 위쪽에는 태종, 정조, 고종, 순종의 수결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 조선시대 유명한 정치인과 유학자의 수결이 타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곳에는 정인지, 신숙주, 이현보, 이황, 이이 등 조선 전기의 학자들 이름이 보인다. 김성일, 류성룡, 금난수, 장현광, 정경세 등 퇴계의 제자 이름도 있다. 그 외 윤선도, 송시열, 박세당, 김수항 등 조선 후기 학자들의 이름도 보인다. 그런데 그들의 수결이 모두 달라 흥미롭다. 

현판전시실의 진본 현판이 오히려 마음에 와 닿는다

현판전시실
 현판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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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박물관을 나온 나는 계단을 내려가 현판전시실로 향한다. 그곳에는 안동지방의 명문가, 서원, 누정, 재사에 걸려 있던 현판 원본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동지방 고택답사에서 보는 현판은 대부분 복제본인 셈이다. 그러므로 진본을 보려면 이곳 현판전시실에 와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관광객들은 이곳을 별로 찾지 않는 것 같다.

그 때문에 나는 전시실에서 모든 현판을 독점하며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현판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전시되고 있다. 첫째가 명문가의 당호(堂號) 현판이다. 두 번째가 인간과 사회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서원(書院)의 현판이다. 세 번째가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 지어진 누정(樓亭) 현판이다. 네 번째가 조상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고 있는 재실(齋室) 또는 재사(齋舍)의 현판이다.

당호 현판
 당호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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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당호에는 집을 뜻하는 당, 헌(軒), 와(窩), 려(廬), 암(庵)이 들어간다. 이곳 전시관에는 모두 14개의 당호가 있다. 그 중 미수 허목이 쓴 경류정(慶流亭)과 영천자 신잠(申潛)이 쓴 긍구당(肯構堂)이 인상적이다. 전서 형태로 멋을 낸 개성적인 글씨기 때문이다. 진성이씨 종택 별당인 경류정은 '경사스러운 일이 흘러 들어오는 집'이라는 뜻이다. 영천이씨 종택 별당인 긍구당은 '기꺼이 지을 수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곳에 있는 서원 현판은 모두 9개다. 이들 서원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도산서원과 분강서원이다. 도산서원은 도산면 토계리에 있고, 분강서원은 현재 가송리에 있다. 분강서원은 원래 분천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어 2006년 가송리로 이전했다. 도산서원은 한석봉의 글씨고, 분강서원은 성세정(成世珽)의 글씨다.

누정 현판
 누정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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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정의 현판 역시 좋은 내용과 글씨가 많다. 누정은 누각과 정자의 합성어로, 대개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다. 그래서 누정은 선비들이 모여 풍류를 즐기던 장소로 이용되었다. 누정에서 대개 종친회, 동회, 계회 등이 이루어졌다. 길안면 묵계리에 있는 만휴정(晩休亭),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애일당(愛日堂), 호명면 백송리에 있는 선몽대(仙夢臺), 풍천면 광덕리에 있는 겸암정(謙巖亭), 와룡면 오천리 탁청정 등 이 유명하다.

재사는 죽은 자를 추모하는 은밀한 공간이다. 또 항상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가끔 이용한다. 그래선지 집, 서원, 누정에 비해 뭔가 좀 더 엄숙하게 느껴진다. 현판의 문구 역시 문중이나 가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지어졌다. 이곳 현판전시관에는 이들 네 부류의 현판 외에 특징적인 현판이 몇 개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수(眉叟 유묵, 고운(孤雲) 유묵, 차서헌(此栖軒) 편액이다.

고운 최치원의 글씨
 고운 최치원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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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는 허목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문장가이자 명필이다. 이곳에 있는 편액은 미수가 쓴 동해척주비 내용의 일부라고 하는데, 아무리 읽으려 노력해도 알 수가 없다. 또 하나 고운 유묵은 하동 쌍계사에 있는 '진감선사 대공탑비(眞鑑禪師大空塔碑)'의 전액 일부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알아볼 수 있는 글자는 고(故), 비(碑) 정도다. 명필들은 글씨를 이렇게 어렵게 쓰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씨에서 힘과 기운이 느껴진다. 글(문장)과 글씨, 과거 학자와 선비가 반드시 갖춰야할 재능이자 덕목이었다.


태그:#유교문화박물관, #유교기록문화관, #현판전시실, #목판, #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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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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