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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기초연금 등 관련 긴급현안질문 실시의 건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기초연금 등 관련 긴급현안질문 실시의 건을 처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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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다. 불과 1년 전, 국회의원 연금법에 대한 뉴스(관련기사 : 국회의원 연금법 변천사, 기가 막히네요)들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판정 논란만큼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피와 땀이 섞인 세금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0년 넘게 전직 국회의원들의 연금으로 지급된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활활 끓던 냄비는 얼마 후 식었다. 언론도 잠잠해졌고 작년 7월 국회가 '쇄신'이라며 내놓은 연금법 개정안에 관심을 갖는 국민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후 그토록 기대했던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보면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국회의 노력이 어느 정도 엿보인다. 일단 기존 문제가 됐던 사항들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어떠한 기준 하나 없이 하루만 국회의원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고도 헌정회 소속으로 65세 이상만 되면 매달 120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던 법안에 '기준'을 만들었다.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중 일부
▲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일부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중 일부
ⓒ 국회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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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2조 2항에 헌정회 소속 연로회원이라고 해도 연금을 받을 수 없는 12가지 사항이 신설됐다. 여기에는 의원 재직 기간 1년 미만, 공무원 재직이나 공기업 임직원에 있으면서 급여를 받는 자 제외 등이 포함된다. 또한 유죄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아도 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내용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20년 넘게 진행된 연금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믿기 힘든 사항이다. 그리고 특히 눈여겨 볼 점은 다음 부분이다. 개정된 법안은 연금을 지급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소득과 부동산 기준에서 다음의 두 가지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첫 번째 소득금액 부분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2012년도 기준으로 449만2364원/월)이 넘지 않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연금소득의 2분의 1과 동거인 소득은 제외한다는 꼼수가 존재한다.

두 번째 부동산 부분에서 본인과 배우자 금융자산이 정관으로 정하는 기준액 이상이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관으로 정하는 기준액이 18억5000만 원이라는 꼼수가 존재한다. 이는 지난해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평균 자산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18억 원의 부동산과 월 300만 원의 소득을 가진 전직 국회의원은 월 120만 원의 연금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쇄신'을 운운하며 개정한 국회의원 연금법의 실체다.

헌정회지원 예산안
 헌정회지원 예산안
ⓒ 국회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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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운영위원회의 2014년도 예산안 심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헌정회 지원 예산안에 120억5800만 원이 편성되어 있다. 이 중 '단체지원금'은 직원 1인 증원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6700만 원이 증액됐으며 논란이 되는 연금지원액은 소폭 감소했다. 중요한 것은 세부적으로 이 예산들이 어떻게 쓰이고 헌정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 방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이제 괜찮을까?

분명 개정된 연금법은 기존 존재하지 않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벌써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의원들이 대거 연금을 받지 못하면서 실제 지급액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 지급내역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 지급내역
ⓒ 국회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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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기존 그들이 가진 연금에 대한 특권이 몰상식적으로 컸기 때문이지 지금의 기준도 납득할 수준이라 말하긴 어렵다. 그리고 현 국회의원 연금법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월 120만 원이라는 금액의 문제다. 일반인들은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 월급의 일정 금액을 매달 반 강제적으로 내야한다. 그렇게 해서 65세 이상이 되면 받는 돈이 월 100만 원이 되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몇 년간 의원직에 있으면서 연금으로 돈 한 푼 내지 않고 단지 국회의원 이유 하나로 월 120만 원의 금액을 받는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놓고 봐도 납득이 어렵다. 특히 시간이 지나며 여야의 합의로 지급 금액이 지속적으로 상승되어 왔다는 점은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이유다.

둘째, 연금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국민이 국회에 대해 갖는 불신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물론 의원직에 있으면서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국민 정서를 감안한다면 당장 폐지해도 모자랄 판이다.

셋째, 지급받는 의원들의 소득과 부동산 기준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꼭 도움이 필요한 의원들의 기준이 아닌 일반 국민의 평균 이상에 맞춰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냄비 아닌 뚝배기처럼

국회의원 연금법 논란은 20년이 넘게 지속됐지만 국민의 관심은 아주 잠깐 끓어올랐다가 식기 일쑤였다. 그 사이 여야는 힘을 모아 관련 법안을 처리했고, 현재까지 국민의 피와 땀이 섞인 세금은 매년 전직 국회의원들의 연금으로 쓰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연금법 폐지를 외쳤지만 그것도 잠시 뿐, 실제 법안 처리에서는 말과는 다른 행동을 보일 때가 많았다. 전직 의원에게 월 12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넘어 국회의원 연금법이 가진 의미가 커진 것도 국회 '쇄신'이 이뤄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국민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권력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특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있다면 국회의원 연금 폐지는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 잘못된 사항을 지적해도 쇄신보다 법을 이용한 꼼수를 찾는 형태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국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일가? 정답은 금방 냄비가 식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처럼 국민이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를 외쳤다면 지금까지 이 문제는 지속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이 아닌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면 냄비가 아닌 뚝배기처럼 국회와 정부의 일에 관심을 갖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또한 입으로 '새 정치'를 말하기보다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정치인에게 힘을 주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냄비가 아닌 뚝배기가 되길 바라며



태그:#국회의원연금법,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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