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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부산외국어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희생학생들의 합동영결식에서 황귀연 아시아대학장이 조시를 하다 울먹이고 있다.
 21일 오전 부산외국어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희생학생들의 합동영결식에서 황귀연 아시아대학장이 조시를 하다 울먹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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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부산외국어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희생학생들의 합동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1일 오전 부산외국어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희생학생들의 합동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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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해피벌스데이 파파. 1월에 생일을 맞이하다니 아침에 미역국도 같이 먹고 좋아. 벌써 2014년이야. 너무 빠르지? 아빠 내가 벌써 스물한살이야. 아빠는 쉰네살. 너무 슬퍼. 하지만 여전히 잘생겼어 아빠는… 마음같아서는 서류가방 사주고 싶은데, 알바비도 아직 안 들오고 그래서 못 샀어 추석 전까지 돈 많이 저축해서 서류사방 사러가자….우리 예전에 놀러가기로 했었잖아. 빨리 가자. 날 조금 풀리면 바로가자…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난다고 힘드실텐데 항상 꿋꿋하게 잘 견뎌줘서 고마워요… 2014년 1월 9일 예쁜 진솔올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로 희생된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의 합동영결식이 열린 21일 오전 부산외대 체육관. 태국어과 1학년이었던 김진솔씨가 지난달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며 보낸 편지가 친구의 목소리를 통해 식장에 울려 퍼졌다. 유가족은 통곡했고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해군 군악대의 구슬픈 연주가 더해져 1000여 명이 넘게 운집한 식장의 분위기는 비통함에 휩싸였다.

가누지 못하는 슬픔에 일부 유족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사와 조시를 맡은 학생들의 울먹거림에 지켜보던 학생들의 푹 숙인 어깨가 곳곳에서 들썩거렸다.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사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사망한 양성호(25)씨의 친구 조정호씨는 "아직도 귓가에 친구의 목소리가 선하다"며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따뜻하게 여기서 다 밝히지 못한 꿈들을 밝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고싶다 친구야 사랑한다"고 울먹였다.

21일 오전 부산외국어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희생학생들의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21일 오전 부산외국어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희생학생들의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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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는 이날 합동영결식에서 희생자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은 "추위와 암흑 속에서 고통과 두려움에 떨었을 우리 학생들을 떠올리며 온 몸이 산산조각 나는 아픔을 견딜 수가 없었다"며 "너무나 어린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나버린 9명의 학생들을 생각하면 복받치는 비탄에 말문마저 막힌다"고 침통해했다.

조사를 맡은 허남식 부산시장과 서남수 교육부장관, 김세연 의원 등은 한결같이 재발방지 약속을 내놨다. 허남식 시장은 고 양성호씨의 의사자 추진에 부산시가 적극 나서겠다는 다짐도 했다.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안녕을 빌었다.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한 김판수(53·고 김진솔씨 부친)씨는 "내가 지켜주지 못해, 내가 막아주지 못해, 내가 대신 아파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며 "이 못난 엄마, 아빠가 사랑한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모든 사람을 용서해주길 바란다"며 "아빠도 모든 사람을 용서하고 손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합동영결식을 마친 운구차는 학교 곳곳을 누볐다. 부산외대 학생들은 300m 가량의 학교 진입로에 도열해 희생자들의 마지막 하교를 눈물로 배웅했다.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희생자들은 각각 부산·울산·경남과 경기도 광주 등의 장지에서 영면한다.


태그:#부산외대, #마우나오션리조트붕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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