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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통장님들의 모임인 통친회 회원들이 빨래봉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통친회 회원들 20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통장님들의 모임인 통친회 회원들이 빨래봉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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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주민자치 센터의 자치기구 중에는 '통친회'라는 모임이 있다. 제대로 발음을 하자면 "통장친목연합회'라고 보아야 한다. 각 주민센터의 통장들이 모인 모임이다. 주민센터각 통의 통장들이 모인 이 통친회는 지역의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주민들과 상담을 하고, 주민들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장안구 경수로 757에 자리하고 있는 연무동주민센터. 그 뒤편으로 돌아가면 컨테이너 건물이 한 채가 있다. 문 옆에는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이라는 작은 간판을 달고 있다. 회원 45명의 통친회가 모여 봉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말 그대로 통장님들이 모여 빨래방을 운영한다. 그 빨래방 이름이 바로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이다.

2012년 9월 24일 개소한 빨래방

이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은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홀몸어르신들에게 희망과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컨테이너 안에는 17kg 형 드럼세탁기 4대와 건조기 2대가 자리하고 있다.

아침에 각 가정을 돌면서 수거 해 온 빼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 세탁 아침에 각 가정을 돌면서 수거 해 온 빼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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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마다 통장님들 6~7분이 나오셔서 오전 9시 정도에 홀몸어르신들의 빨래를 모아가지고 나오십니다. 그러면 빨래를 하고 건조를 해서 오후 3시쯤에는 세탁된 빨래를 다시 갖다 드리고는 하죠. 빨래 배달까지 마치면 하루해가 다 가는 것이지만, 45명이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한 달반 만에 한 번씩 봉사를 하시는 꼴이죠."

안내를 맡은 연무동 총무담당 조남진 주무관의 설명이다. 세탁실인 컨테이너 안은 봄맞이 정리를 하느라 부산하다. 몇 분의 통장들이 겨울 동안 사용을 하지 않던 장비며 세정제 등을 정리하고 있다. 세탁기 4개는 연신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2012년 처음 문 연 '반딧불이 실버빨래방'

2012년에 처음으로 시작을 한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은 운영을 위해 1100만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후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2013년에는 420만 원을 사용했다. 2013년 한 해 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20회가 운영되었으며 봉사자 211명에 이용자가 155명이었다.

이 날 봉사를 맡은 통친회 회원들이 빨래통에서 빨아진 빨래를 들고 있다
▲ 빨래 이 날 봉사를 맡은 통친회 회원들이 빨래통에서 빨아진 빨래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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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물은 주로 홀몸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이불빨래 등이 가장 많았다. 이 사업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와 홀몸어르신 등 124세대가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빨래감을 걷으러 가기 전에 미리 알아서 세탁물을 쌓아 놓는다고 한다.

통친회 변명숙(연무동 11통장) 간사는 "통장님들이 목요일 아침에 어르신들을 찾아가 빨랫감을 수거해 오세요, 그러면 빨래하고 건조해서 갖다드리고는 한다"며 "이제는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한다.

변 간사는 "더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집에서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양말에 속옷까지 발아서 갖다 드린다"고 말했다.

주민위한 봉사 당연하다는 통친회 회원들

주민들을 위한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는 통장들은 매달 통친회 기금 중 10만 원씩을 발래방 운영기금으로 사용한단다.

"빨래방 운영을 하다보니 그 외에 경비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세탁기만 있었는데 시장님 순시 때 말씀을 드려서 건조기가 두 대 들어왔어요. 그런데 전기가 약해서 건조기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변압기를 한 대 더 다는데, 통친회 기금이 40만 원 들어갔어요.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운영비는 통친회 기금으로 이용을 하고 있어요."

세탁기에서 빤 빨랫감을 건조기에 집에 넣고 있다.
▲ 건조기 세탁기에서 빤 빨랫감을 건조기에 집에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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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동은 홀몸어르신들과 기초수급자들이 타 동에 비해서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 빨랫감도 많아질 수밖에.

"어르신들을 잘 모셔야죠. 그분들이 정말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는데요. 지금 연세가 드셔 빨래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남들에게 추하게 보인다면 저희들이 더 죄스럽죠. 그래서 딴 일은 젖혀두더라도 빨래방 운영하는 날은 빠질 수가 없어요."    

가득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서 한 통장이 이렇게 말했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봉사를 하는 통친회 회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반딧불이 빨래방, #수원, #연무동, #통친회,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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