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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뿐만이 아니다. 1970년대 송전탑이 지어진 전남 여수 봉두마을에 최근 또 송전탑이 세워져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40여 년을 송전탑과 함께 조용히 지냈던 봉두마을 주민들은 왜 지금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밀양의 '미래'가 될 수 있는 봉두마을을 찾아 2박3일 동안(17~19일) 취재했다. [편집자말]
특별취재팀 : 김종술·황주찬·신원경·문나래·소중한 기자

지난해 공사가 시작된 여수산단과 율촌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이 선로가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지나면서 마을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지난해 공사가 시작된 여수산단과 율촌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이 선로가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지나면서 마을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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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아래 한전)이 이미 3개의 송전선로(송전탑 20기)가 지나가는 전남 여수 봉두마을에 또 고압 송전탑을 세우고, 송전선로를 잇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아래 여수산단)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봉두마을에 또 송전선로가 지나가야 한답니다. 여수산단은 과거 몇 차례 정전사고로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전은 여수산단에 공급하는 전기를 단일 전력계통에서 이중 전력계통으로 바꿔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비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봉두마을에 송전선로가 새로 설치되는 것이고요. 즉, 여수산단 정전을 막기 위한 철탑입니다. 사업은 여수 율촌변전소에서 여수산단개폐소(여천변전소)까지 20.1km를 연결합니다.

앞서 말했듯 봉두마을에는 이미 수십 개의 송전탑이 있습니다. 봉두마을 뒤편에는 두 개(154kV, 345kV)의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갑니다. 그 중 154kV 송전선로는 여수 소라변전소에서 서순천변전소로 흘러가는 전선이고, 345kV 송전선로는 여수산단에 있는 여수화력발전소에서 광양변전소로 갑니다. 또 마을 앞 154kV 송전선로는 여수산단을 위해 만들어진 송전선로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6월부터 또 하나의 송전선로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여수산단의 화려한 불빛은 봉두마을의 눈물입니다.

전남 여수에 있는 여수국가산단의 야경.
 전남 여수에 있는 여수국가산단의 야경.
ⓒ 여수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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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송전탑 있으니 좀 더 짓겠다?

웃지 못할 일이 있습니다. 한전이 이번 공사를 하는 와중에 송전탑을 옮기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이 소식이 마을 사람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한전은 봉두마을 앞에 있는 154kV 송전탑 4개를 뽑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 새롭게 송전탑 5개를 더 세우겠다고 발표합니다.

한전은 봉두마을 앞에 송전탑 5개를 세우면서 그 선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내용은 "기설 3개 송전선로가 밀집되어, 주거지역인근 경과, 철탑 분포면적 최소화를 위해 기설 송전선로 철거 4회선 송전선로 신설"입니다.

즉 '이왕 기존에 송전탑이 있던 곳이니 그곳에 좀 더 짓겠다'는 말입니다. 한전은 이미 송전탑이 빽빽하게 들어찬 봉두마을에 더 많은 철탑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이 말 듣고 화내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봉두마을은 이미 송전탑이 충분히 많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가축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거나 앓고 있는 원인으로 송전탑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전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죽음의 마을로 변해가는 봉두마을 상황을 전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한전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전자계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한전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수산단과 이어지는 율촌변전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여수MPC(화력발전소). 이곳에서 나오는 전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봉두마을의 송전선을 지난다. 현재 제 2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여수산단과 이어지는 율촌변전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여수MPC(화력발전소). 이곳에서 나오는 전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봉두마을의 송전선을 지난다. 현재 제 2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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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봉두마을 위해 할 일이 별로 없다"

또 한전 측은 "세계보건기구(WHO)는 833밀리가우스(mG) 이하를 유지하라고 권고했고 2011년인가 2012년에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기준을 더 높였다. 2000mG 이하를 유지하도록 해서 한전에서는 그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법적기준이나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기준을 따르고 그 기준 이하가 나오도록 송전탑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한전은 봉두마을에 송전탑을 세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견해입니다. 봉두마을은 어디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까요? 여수시도 썩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18일 오후 여수시청 지역경제과 담당자와 통화했습니다. 그는 "주민 건강조사는 아직 검토중이다. 주민 건강 예비조사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3일 통화했을 때와 같은 대답입니다. 건강조사 용역발주를 위한 예비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충남 당진시처럼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은 없을까요? 담당자는 "행정지원은 해야 하지만 여수시가 나서서 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자는 "봉두마을 주민들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담당자는 "한전과 주민 사이에 간담회를 수차례 주선하며 중재 역할을 했다"며 "행정기관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고 답했습니다.

봉두마을 고통, 전기 마음 편히 쓰는 우리 모두의 책임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가 뭉쳐 17일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렸다.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앞에 앉아 있다.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가 뭉쳐 17일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철거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렸다.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앞에 앉아 있다.
ⓒ 문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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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는 여수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는 여수산단이 여수를 먹여 살리는 또 하나의 발전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시가 봉두마을 송전탑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듯합니다. 한전은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송전탑에 전선을 걸고 싶어 하겠죠.

봉두마을 사람들은 기존에 있던 송전탑을 좀 더 마을에서 먼 쪽으로 옮기고, 새로 짓는 송전선로가 마을 앞을 지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여수산단의 화려한 불빛 아래 봉두는 죽음의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전기가 어디서 흘러왔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고압 송전선이 집 안방의 콘센트에 이르는 동안 송전선이 지나는 마을은 이처럼 고통을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끊어야 할 책임은 전기를 편히 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봉두마을 입구에 '봉두어르신께 미안한 시민모임' 명의의 "전기는 우리가 쓰고 봉두어르신 미안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봉두마을 입구에 '봉두어르신께 미안한 시민모임' 명의의 "전기는 우리가 쓰고 봉두어르신 미안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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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여수, #봉두마을,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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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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