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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먹거리 두유다.
 소박한 먹거리 두유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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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방송에 나가기는 나갔어, 처음에는 호기심에 했는디, 그것이 얼마나 신경 쓰인다고... 이제는 TV 방송 거절해."

할머니의 맛집이다. 소박한 곳이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미닫이 유리 창문에 두유라는 글이 선명하게 보인다.

45년 세월 오직 한길 두유를 만드는 할머니(공노희)다.
 45년 세월 오직 한길 두유를 만드는 할머니(공노희)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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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시작하던 해에 중고로 구입했다는 맷돌이다.
 장사 시작하던 해에 중고로 구입했다는 맷돌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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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서니 좁은 공간에는 탁자 하나와 주방이 있다. 주방에 놓인 맷돌이 시선을 붙든다. 장사 시작하던 해에 중고로 구입했다는 맷돌은 45년 세월을 할머니(78·공노희)와 함께했다. 무등산에서 길어온 물에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끓여냈다. 이것이 이집에서 유명한 할머니표 두유다. 소금과 설탕으로 적절하게 간을 해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추운께 뎁혀 드려야지."

한때는 유명세를 날렸다. 방명록을 살펴보니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물들이 많이도 다녀갔다. 지금은 한산하다. 아는 사람들만 찾아온다고 한다.

"구 도심이라 노인네들만 살아요.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고 별 것이 없어. 이제는 나이 들어 이것도 힘들어."

두유에 소금과 설탕으로 적절하게 간을 해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두유에 소금과 설탕으로 적절하게 간을 해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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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먹거리다. 두유(小 3000원) 한 대접에 천일염을 볶은 소금과 설탕이 전부다. 강진 병영산 콩을 사용한다는데 두유 맛이 진하고 좋다. 콩물국수의 콩국과는 근본이 다르다.

"진하게 한께 우리는 이익이 별로 없제, 집세 내고 그라면 택도 없어. 짜잔해도 내 집인께 하고 앉었어."

정성을 다하는 할머니의 소박한 맛집 '두유'다.
 정성을 다하는 할머니의 소박한 맛집 '두유'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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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두유집을 연 사연을 이렇다. 할아버지(86·오동환)가 젊은 시절 병원에 갔었는데 의사가 말하기를 "술 담배를 안 참으면 5년 밖에 못산다"고 했다. 돈도 없고 어려웠던 시절이라 변변한 치료도 못하고 있었는데 아는 한약방에서 두유(콩물)을 먹어보라고 권했다. 이후 할아버지는 하루 수차례 수시로 두유를 마셨다. 3년여가 지나자 건강을 되찾았다. 지금까지 계속 두유를 마시는데 돋보기 없이 깨알 같은 신문도 다 읽는다고 한다.

진짜배기 두유의 진한 맛을 경험해보라. 한 대접 마시고 나면, 이내 그 순수한 맛에 알 수 없는 행복감으로 가득하다. 두 어르신들이 건강한 몸으로 오래오래 가게를 운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두유, #할머니의 맛집, #무등산, #맛돌이, #건강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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