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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마을(귀래3리)의 한 농가에서 빤히 올려다 보이는 채석장. 산의 한 면이 완전히 벗겨져 나간 걸 볼 수 있다.
 사두마을(귀래3리)의 한 농가에서 빤히 올려다 보이는 채석장. 산의 한 면이 완전히 벗겨져 나간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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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동안 동네 뒷산 채석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소음 때문에 고통을 겪어온 마을 주민들이 최근 동네 채석장의 허가 취소를 요구하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귀래리 사두마을의 채석장 반대 주민들은 마을 내 석산 개발 회사 중 하나인 ㈜두원개발이 마을 주민들과 맺은 '협약서'와 원주시청이 발급한 '허가증'에 적힌 사업 이행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 허가 취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원주시청이 사업 허가를 취소해 석산 개발을 막는 데는 상당한 난관이 가로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반드시 사업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으나, 원주시청은 "협약서 내용 일부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는 사업 허가를 취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원개발 채석기간 연장 허가증에 첨부된 허가 취소 사유 조항.
 두원개발 채석기간 연장 허가증에 첨부된 허가 취소 사유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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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서는 지난 2012년 5월 사두마을 주민대표와 두원개발 대표이사 사이에 체결됐다. 당시 이 협약서는 "채석장에서 발생하는 공해로 인한 주민 피해 발생의 예방과 마을 주민의 복지 향상"을 꾀할 목적으로 작성됐다. 협약서 내용 중에는 ▲ 주민 발전기금 지급 ▲ 골재 운반차량 통행의 피해 대책 ▲ 채석장 발파 분진 소음 등에 대한 피해 대책 등이 포함돼 있다. 협약서를 작성하는 데는 원주시청이 직접 개입했다.

그러고 나서 원주시청은 2012년에 이 협약서를 토대로 두원개발에 2019년 12월 31일까지 토석채취 기간을 연장해주는 '토석채취(기간연장)허가증'을 발급했다. 당시 원주시청은 두원개발에 허가증을 내주면서, 이 허가증에 10개 조의 허가 조건을 달았다. 그리고 그 허가 조건 중 '8조'에 8개 항목을 덧붙이고 두원개발이 그 8개 항목 중 하나라도 지키지 않을 때는 기간 연장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돌 분쇄기를 거쳐나온 자갈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떨어지고 있다.
 돌 분쇄기를 거쳐나온 자갈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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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항목에는 ▲ 기 제출한 협약서 내용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 지속적으로 채석으로 인하여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한 때 등을 비롯해 ▲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사실이 발견될 때 ▲ 공익을 심히 해한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발생한 때 ▲ 산지관리법 제28조 제1항 제5호 본문 규정에 의한 장비 등의 기준에 미달하게 된 경우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주민들은 협약서와 허가증에 적힌 내용 중에서 특히 두원개발이 주민발전기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은 점과 석산 개발로 민원이 계속 발생하는 문제 등을 허가 취소 사유로 삼고 있다.

협약서를 보면, 두원개발은 2012년 말까지 1억여 원의 기금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두원개발은 협약서에 적힌 것과 달리 약속한 기금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각종 민원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두마을 채석장피해대책위원회 조인환 위원장은 "원주시청이 두원개발에 내준 채석기간 연장 허가를 마땅히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두원개발이 무엇보다도 협약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만큼, 허가증에 명시한 허가조건 8조에 따라 토석채취 허가를 취소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위원장이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데는 두원개발이 협약서를 이행하지 않는 데만 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좁은 도로 달리는 골재 운반 차량에 위협 느낄 때 한두 번 아니다"

주민들은 비산먼지와 소음으로 일상적인 피해에 노출돼 있다. 마을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25톤 덤프 트럭도 큰 골칫거리다. 이 마을에 석산 개발 허가를 내줄 당시에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골재 운반 차량의 운행 속도를 (시속) 20km 이내로, 그리고 협약서에는 "마을 권내에서는 (시속) 10km 이하로 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 마을의 도로 위를 달리는 골재 운반 차량의 운행 속도는 규정 속도를 넘어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석재를 가득 실은 채 마을의 좁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덤프 트럭. 트럭 너머로 멀리 하얗게 속을 드러내 채석장이 보인다.
 석재를 가득 실은 채 마을의 좁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덤프 트럭. 트럭 너머로 멀리 하얗게 속을 드러내 채석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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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환 위원장은 "마을의 좁은 도로 위를 달리는 골재 운반 차량으로 인해 위협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에 따르면, 이 마을 도로로 하루 200대에서 300대가량의 덤프 트럭이 지나다니고 있다.

조 위원장은 덤프트럭으로 인한 피해 말고도 "마을 주민들이 그동안 채석장에서 날아드는 비산먼지와 소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농사를 망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주민들이 지금까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협약서 내용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회사에 더 이상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원주시청에 채석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 석산 개발이 시작된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이 마을 근처에서만 모두 3개의 석산 개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주민들이 '허가 취소'를 벼르고 있는 것에 반해, 원주시청은 현재 주민들의 허가 취소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원주시청은 최근 주민들의 요구를 놓고 변호사들에게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두원개발이) 본 협약서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허가취소 사유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이며, 허가를 취소하기보다는 (2019년 이후에 있을) 허가기간 연장을 불허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허가 취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원주시청은 허가를 취소하는 대신,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원주시청은 조 위원장이 '토석채취 허가 취소' 민원을 제기하자 "(석산 개발회사들이) 환경영향평가 이행 사항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환경청과 시가 협조하여 지속적으로 지도 점검함은 물론, 마을과의 협약 사항을 성실히 이행토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견을 보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토석채취 취소 허가 요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귀래리의 한 채석장, 소음과 함께 뽀얀 먼지를 일으키고 있는 돌 분쇄기.
 귀래리의 한 채석장, 소음과 함께 뽀얀 먼지를 일으키고 있는 돌 분쇄기.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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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채석장, #원주, #귀래리, #사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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