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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아일랜드 출신 자원봉사자들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자원봉사 참여 호소 글을 읽고 신덕마을로 달려왔습니다.
▲ 다국적 자원봉사자 캐나다와 아일랜드 출신 자원봉사자들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자원봉사 참여 호소 글을 읽고 신덕마을로 달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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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자원봉사자가 너무 없어요. 태안 사고 때는 사람 많았어요. 그래서 냄새가 심했지만 즐겁게 작업했죠. 여수는 너무 이상합니다." - 김주영 자원봉사자

"기름이 모래 밑으로 50cm정도 내려갔습니다. 빨리 갯닦기를 해서 방제해야 합니다. 자원봉사 하겠다고 오는데 누가 막나요. 미친 짓입니다" - 신덕마을 주민 김아무개씨

"한꺼번에 많은 인원 오면 작업복도 많이 소요되고 해서 자원봉사자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방제를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도 이 상태로 자원봉사자를 통제할 것입니다." - 이한곤 여수시 어업생산과 과장

지난 8일 기준으로 GS칼텍스 원유 2부두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9일이 지났습니다. 사고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원유와 납사로 마을 해변이 직격탄을 맞은 신덕마을에서부터 소치마을을 거쳐, 모래가 아름다운 모사금 해변,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 해수욕장까지 둘러봤습니다.

현장에는 방제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했습니다. 다급한 기름유출사고 현장답지 않았습니다. 여수시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좁은 해변에 몰리면 작업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랍니다. 방진마스크와 방진복도 많이 소모되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합니다. 자갈밭을 조금만 파보면 기름 천지입니다. 해가 나면 자갈이 번들거리고 냄새가 납니다. 추우면 냄새가 덜한데 기온이 올라가면 기름 냄새가 더 많이 납니다. 기름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 오염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합니다. 자갈밭을 조금만 파보면 기름 천지입니다. 해가 나면 자갈이 번들거리고 냄새가 납니다. 추우면 냄새가 덜한데 기온이 올라가면 기름 냄새가 더 많이 납니다. 기름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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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을 통에 넣고 40℃로 3시간 가량 끓입니다. 한통에 자갈 1.5톤이 들어갑니다
▲ 가열 자갈을 통에 넣고 40℃로 3시간 가량 끓입니다. 한통에 자갈 1.5톤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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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사단 여수대대가 사고 당일부터 투입한 군인은 약 1000명입니다.
▲ 군인 31사단 여수대대가 사고 당일부터 투입한 군인은 약 1000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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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닦은 자갈, 40℃에서 3시간 끓인다"

때문에 여수시는 바닷가 마을 주민과 공무원, 군인, GS칼텍스 직원들로 방제 팀을 꾸려 이번 기름유출사고 현장을 복구하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일손이 부족한 이유입니다.

사고 이후, 9일이 흐르는 동안 여수에는 많은 비와 눈이 내렸습니다. 그 탓에 기름 제거할 시간은 더욱 부족했습니다. 손 놓고 흘려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기름은 점점 더 모래밭 밑으로 깊게 파고듭니다. 결국, 사람 손이 닿기 힘든 곳까지 숨어듭니다.

깊은 모래와 자갈 속에 숨은 기름은 서서히 독성물질을 바다로 흘려보냅니다.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움직입니다. 때문에 빠른 시간에 갯가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해야 합니다. 헌데, 여수시는 자원봉사자들을 막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행동입니다.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 해수욕장을 둘러봤습니다. 가장 먼저 자갈을 삶고 있는 큰 통이 보였습니다. 자갈 세척중이랍니다. ㈜동양에서 나온 송아무개씨(65)는 "1차로 기름을 닦은 자갈들을 통에 넣고 40℃로 3시간 가량 끓입니다. 한통에 자갈 1.5톤이 들어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군인들이 보였습니다. 100명의 군인과 주민들이 갯닦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31사단 여수대대 군인들입니다. 이들도 총 내려놓고 손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31사단 정훈장교 한충희 중위와 통화하니 "신덕마을에 있다가 만성리 쪽 투입 요청이 있어서 이곳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사고 당일부터 매일 군인 100명을 투입해 현재까지 연인원이 1000명 됐다"고 밝혔습니다.

만성리 해수욕장은 검은 모래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수중방파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사 때문에 설치한 오탁방지막이 이번 사고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사진은 모사금 해변 방파제에서 오일펜스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입니다.
▲ 오일펜스 만성리 해수욕장은 검은 모래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수중방파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사 때문에 설치한 오탁방지막이 이번 사고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사진은 모사금 해변 방파제에서 오일펜스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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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금 해변은 신덕과 거리가 좀 떨어져 있습니다. 그나마 기름유출 사고시 펜스 칠 시간이 있었습니다.
▲ 그물 모사금 해변은 신덕과 거리가 좀 떨어져 있습니다. 그나마 기름유출 사고시 펜스 칠 시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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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구들이 다시 바다에 들어갈 날이 올까요?
▲ 어구 이 어구들이 다시 바다에 들어갈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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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리 해수욕장, 오탁방지막이 큰 피해 막았다

다음으로 만성리 자갈밭에서 갯닦기 하는 마을주민을 만났습니다. 만흥동에 사는 서아무개씨는(60)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자갈밭을 조금만 파보면 기름 천지요. 해가 나면 자갈이 반들거리고 냄새가 나요. 추우면 냄새가 덜한데 기온이 올라가면 기름 냄새가 많이 납니다. 기름이 녹아내리고 있어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또다른 만흥동 주민은 "지금은 횟집 문을 닫았지만 5월부터 장사해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여름 한철 벌어서 1년을 사는데 미치겠어요. 일주일 동안 손님 한 명도 없었습니다. 기름 냄새 나는데 손님들이 오겠어요? 우리가 당해 보니까 태안 사람들 심정을 알겠네요"라며 울먹였습니다.

사고 발생 당시 만성리 해수욕장은 검은 모래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수중방파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사 때문에 설치한 오탁방지막이 이번 사고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오탁방지막이 밀려오는 기름을 그나마 막아 주었습니다.

하지만 오탁방지막이 없었던 자갈밭 쪽으로 기름이 밀려왔습니다. 검은 모래가 깔린 만성리 해수욕장은 자갈밭을 중심으로 방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성리를 뒤로 하고 고개를 넘으면 모사금해수욕장이 나옵니다. 가는 모래가 곱게 깔린 작은 해변에 닿았습니다.

이곳은 사고가 발생하자 재빨리 오일 펜스를 쳐 큰 화를 면했습니다. 마을 앞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최아무개(58)씨는 "모래밭에는 기름이 많이 안 밀려왔어요. 어제까지 작업하고 오늘부터는 만흥동 쪽으로 갔습니다. 기름유출이 되자마자 펜스를 쳐서 기름 유입을 막았습니다. 신덕과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펜스 칠 시간이 있었죠"라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신덕마을에서는 약 1000여명의 사람들이 갯가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 방제 신덕마을에서는 약 1000여명의 사람들이 갯가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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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할때는 분명 굉장히 춥고 힘든 일이 될것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요. 그렇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며 바다와 지구 환경을 위해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모집 봉사할때는 분명 굉장히 춥고 힘든 일이 될것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요. 그렇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며 바다와 지구 환경을 위해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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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는 셔틀 버스나 다른 대중교통을 알려줘. 봉사를 가고 싶은데 영어로 된 정보를 얻기가 너무 힘들어. 기름이 유출되었다는 소식만 겨우 들었어.
▲ 자원봉사자 신덕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는 셔틀 버스나 다른 대중교통을 알려줘. 봉사를 가고 싶은데 영어로 된 정보를 얻기가 너무 힘들어. 기름이 유출되었다는 소식만 겨우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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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홈페이지에 현장 정보가 너무 없다"

신덕마을에 속한 소치마을 해변을 둘러봤습니다. 이곳에도 기름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방제에 참여하는 사람은 십여 명뿐입니다. 대부분 소치마을 사람들입니다. 기온이 많이 떨어져 춥습니다. 자갈밭에 불 피워놓고 방제 작업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끝으로 신덕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기름에 직격탄 맞은 마을답게 마을 입구에서부터 다양하고 많은 차량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1000여 명의 사람이 넓은 갯가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 밀물과 썰물 시간에 따라 갯닦기를 해봐야 제 앉은 자리 주변만 겨우 닦아내는 실정입니다. 그곳에서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을 만났습니다. 영국 아일랜드에서 우리나라에 온 지 6개월 된 안젤라와 캐나다에서 3개월 전에 온 클레어를 만났습니다. 또,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김주영(전남 순천, 30)씨도 만났습니다.

김씨는 "이곳에 오기 위해 '순천 외국인 커뮤니티'라는 페이스북에 여수 상황과 태안 경험을 올렸더니 많은 외국 친구들이 함께 가겠다고 모이더군요. 하지만 차에 다섯 명 밖에 탈 수 없어서 많이 못 왔어요"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말했습니다.

또 김씨는 "여수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현장정보와 방제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너무 없었어요. 지금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여수시가 자원봉사자들을 돌려보낸다는 소식 듣고 많이 속상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주민 소변검사를 통해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의 체내 잔류 상태를 파악할 모양입니다.
▲ 소변검사 국립환경과학원은 주민 소변검사를 통해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의 체내 잔류 상태를 파악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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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이 신덕 마을 주민들에게 받고 있는 설문지 내용입니다. 조금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설문지 국립환경과학원이 신덕 마을 주민들에게 받고 있는 설문지 내용입니다. 조금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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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원유가 자갈에 붙었습니다. 해가 나면 서서히 녹아 깊은 자갈밭으로 스며듭니다. 바다를 조용히 오염시킵니다.
▲ 원유 검은색 원유가 자갈에 붙었습니다. 해가 나면 서서히 녹아 깊은 자갈밭으로 스며듭니다. 바다를 조용히 오염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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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체내 독성물질 잔류검사 실시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6일부터 신덕마을 폐교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과학원은 주민 소변검사를 통해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의 체내 잔류 상태를 파악할 모양입니다. 또, 대기오염측정 차량으로 신덕마을 인근 대기 오염도를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여수시는 자원봉사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시에 있는 사회단체들의 자원봉사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정중히 사양한답니다. 여수시 측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자원봉사자) 오면 작업복도 많이 소요되는 등 효율적인 방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답니다.

유출된 기름은 고운 모래와 자갈밭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기름유출사고는 점점 방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태그:#GS칼텍스, #기름유출, #신덕마을, #만성리,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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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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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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