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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1일 오전 전날 오전 원유 유출사고로 인한 기름띠가 밀려온 전남 여수시 신덕마을을 방문해 주민의 항의를 들으며 코를 막고 있다. 해당 마을은 1995년에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마을로 이번 기름 유출로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1일 오전 전날 오전 원유 유출사고로 인한 기름띠가 밀려온 전남 여수시 신덕마을을 방문해 주민의 항의를 들으며 코를 막고 있다. 해당 마을은 1995년에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마을로 이번 기름 유출로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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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7일 오후 3시 20분]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웃으며 해임 받아들일 겁니다."

6일 오후 한 누리꾼이 온라인 공간에 올린 의견이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으면서도 '큭큭' 하는 웃음을 참지 못한 것을 비꼰 것이다. 윤 장관의 정무 능력과 상황판단 능력 부족에 대한 비판도 담겼을 터다. 이 글에는 'ㅋㅋㅋ'라는 댓글이 연달아 붙었다. 윤 장관은 경질되는 순간까지 전 국민의 놀림감이 됐다.

동정론도 있지만 윤 장관이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1일 여수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을 방문했지만 성난 피해 주민들 앞에서 손으로 코를 막았다. 또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보고받아 심각하지 않은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울분을 터트렸다.

윤 장관의 경솔한 언행은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라고 말한 지 5일 만에 나온 것이다. 윤 장관은 이후 코를 막은 것은 독감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구설에 오르는 이유는 인기 때문"이라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박 대통령이 4일 윤 장관에게 경고했지만, 그의 입을 막을 수 없었다. 윤 장관은 같은 날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1995년 시프린스호 사건 이후 여수 주민들이 재차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에 "(유출된 기름) 양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튿날 당정협의에서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 어민들은 2차 피해자"라고 말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6일 여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고, 윤 장관은 전격 경질됐다. 지난해 4월 임명된 이후 10개월 만의 일이다. 윤 장관 경질을 둘러싼 논란은 박 대통령 책임론으로 번질 전망이다. 윤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박 대통령은 귀를 닫았다.

'박 대통령은 왜 윤 장관 임명을 강행했을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질문을 바꿔보자.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윤 장관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성실한 연구원이었지만... 전문성 부족, 책임 떠넘기기로 구설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윤진숙 장관은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부산여대(현 신라대학교)에서 지리학을 공부한 뒤, 1979년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1990년 '일제하 부산시의 도시구조'라는 논문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공부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는 여러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전전하며 지리학을 가르쳤다.

윤 장관은 199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이 된다. 그는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해양지리정보시스템 분야 인력으로 채용됐다. 그는 성실한 연구자였다. 해양 환경 쪽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해양 수산 분야를 아우르는 데에 부족함을 보였다는 평가다. 2009년 '연안실태에 관한 기초조사' 보고서에서 큰 오류가 드러난 적이 있었다. 당시 연구책임자가 윤 장관이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이정환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윤 장관은 의리가 있고, 공명정대하고 일처리가 괜찮은 사람이었다"면서도 "하지만 항만, 해운, 수산, 해양안전 등의 분야는 전문성을 요한다, 하나를 안다고 전체를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개발원에서 함께 일한 동료의 말이다.

"윤 장관이 본부장을 할 때 아르바이트생을 뽑은 적이 있었다. 당시 실업급여를 받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월급을 받을 경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윤 장관은 아르바이트생의 친언니가 알바를 한 것처럼 꾸몄다. 그 후 이 일이 들통 났다. 당시 실무자가 책임을 졌다. 윤 장관이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윤 장관은 경솔한 언행으로 비판을 받았다. 2009년 노사 갈등 상황에서 윤 장관은 전·현직 노조위원장 2명을 해고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노조 관계자들에게 "해고하면 노사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봤다"고 말해 이들의 분노를 샀다. 이후 전·현직 노조위원장은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개발원으로 복귀했다. 윤 장관을 비롯한 당시 인사위원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윤 장관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야당 보좌관은 "장관에 내정된 이후 (윤 장관이) 직원들을 불러모아놓고 해양수산부의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가, 당시 원장으로부터 '일이나 잘하라'라는 질책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개발원에서도 자주 웃었다. 개발원 관계자는 "무안한 상황에서 자주 웃는다, 습관이 됐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자신의 성격을 "낙천적이고 소탈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윤진숙 장관을 이어준 토론회... 그 진실은?

지난해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윤진숙 당시 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자,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관들은 '멘붕'에 빠졌다. 윤 장관의 인물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4대 국회에서부터 수산해양 분야를 담당한 김명로 보좌관(김영록 민주당 의원실)은 "윤진숙 장관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윤 장관의 이름이 박 대통령의 수첩에 올랐을까.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그 배경을 밝혔다. "실력으로 말하면 연구한 게 많고, 과거 해수부 폐지 토론에서 윤진숙 후보자가 폐지 반대 발표를 했다,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분야에 여성을 발탁해서 키우려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말한 토론회는 2008년 1월 국회에서 열린 '인수위원회의 해양수산부 폐지 결정 타당한가' 토론회였다. 당시 연구위원이었던 윤 장관은 대표 발제를 했다. 개발원 직원은 "당시는 개발원 전체가 해양수산부 폐지 반대를 주장하고 논리를 만들었다"면서 "윤 장관이 그 자리에서 개발원에서 만든 논리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발제자는 이정환 원장이었지만, 윤 장관으로 바뀌었다.

토론회는 생태지평연구소에서 주관했다. 이곳 관계자는 "박근혜 당시 의원이 토론회 말미에 온 것 같은데, 어떻게 윤 장관의 발제를 봤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박 대통령이 윤 장관의 토론 모습을 잠깐 봤을 텐데, 그걸로 좋은 평가를 내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수첩에 윤 장관의 이름이 오른 것은 '여성 연구원'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 대통령은 '여성 연구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민병주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뽑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대선 승리 이후 내각을 꾸리면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외에는 여성 장관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진숙 장관은 처음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했다, 해양수산부가 처음 시작하는 상태라서, 능력이 있으시고 굉장히 정치력이 있으신 분이 오시기를 바라는 게 해양수산인들의 염원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듯 "저는 정무적인 능력이 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참사로 이어진 인사청문회... "뭔 소리 하는지 본인이 아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4월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부처 관계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4월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부처 관계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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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과 고집으로 이뤄진 인사가 참사로 이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사청문회가 그 무대였다. 윤 장관은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음 띈 얼굴로 "떨리는 것은 별로 없다, 죄송하다, 워낙 발표를 많이 해서 조금 덜 떨리는 입장"이라며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곧 의원들의 질문이 시작되자, 윤 장관의 머리를 하얘졌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하 김) : 수산은 전혀 모르십니까?
윤진숙 장관 후보자(이하 윤) : 예, 수산자원….
김 : 큰일 났네.
윤 : 아니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고요.
김 : 한국의 어업에 대한 GDP 성장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윤 : GDP 성장이요? 명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하 홍) : 항만권역이 몇 개로 돼 있는지 혹시 아십니까?
윤진숙 장관 후보자(이하 윤) : 항만권역이요? 제가 권역까지는….
홍 : 전부 모르면 어떤 걸 뭘 어떻게 하려고 여기에 오셨어요?
윤 : 제가 현안사항으로만 하다 보니까….
홍 : 이게 그냥 적당히 대답하고 웃으면 넘어가는 일이 아닙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하 김) : (산하기관 인사를) 누구한테 자율로 맡긴다는 거예요?
윤진숙 장관 후보자(이하 윤) : 아니, 핵심 하는 곳은 저희... 아니, 공기업이니까 이건 제가 딴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이야기는 아니고요.
김 : 지금 뭔 소리 하는지 본인이 알고 있어요?
윤 : 죄송합니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될수록 여야 의원들의 한숨이 늘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해양과 수산 관련된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능력이 과연 있으신가 걱정이 앞선다"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윤 장관의 자격 논란이 거셌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윤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한 새누리당 의원은 윤 장관을 두고 "눈치 없는 푼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직 장악 못한 장관... "박근혜 대통령이 방치한 것"

최근 한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회 보좌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장관이 부처 망신을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장관이 경질될 때까지 해양수산부 조직을 전혀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장관이 유류 사고 현장을 가는데 마스크가 준비되지 못했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개발원에서 4급 공무원인 중앙부처의 과장과 소통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인물이 이례적으로 장관이 됐으니, 부처 공무원들에게 영이 설 리 만무하다. 윤 장관의 전문분야인 해양 환경이 해양수산부 내 비주류인 점도,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2014년 해양수산부 해양환경분야 예산은 1851억 원이다. 해양수산부 전체 예산(4조3809억 원)의 4.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3년에 비해 9.8% 줄어든 것이다. 반면, 해운·항만 등 교통·물류분야 예산은 2조1399억 원, 농림수산분야 예산은 1조9006억 원이다. 두 분야를 합치면 전체 예산의 92.2%를 차지한다. 또한 두 분야는 작년에 비해 예산이 늘었다.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해양수산부에 큰 관심이 없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윤 장관을 방치했고, 결국 정권 바람막이로 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질된 후 윤 장관은 입을 닫았다. 큰 상처를 입었을 터다. 윤 장관은 박 대통령을 원망하고 있을까, 아니면, '웃으며 삽시다'라는 인생관에 따라 홀가분함을 느끼고 있을까.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4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에 출석해 여수 기름유출 사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도중 웃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웃음 보이며 여유로운 윤진숙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4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에 출석해 여수 기름유출 사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도중 웃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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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진숙 인물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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