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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전남, 광주 교직원들의 산행 모임인 '풀꽃산악회'의 주관으로 22명(혜초여행사 인솔자 1 명 포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영혼이 성숙한 느낌이다. 5일부터 21일까지 17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산행기를 쓴다. - 기자말

건기에 눈이 내리다[1월 18(토)일]

팍딩(2,610m) - 타도코시콜라(2,580m) - 루크라(2,840m)

산행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차를 가지고 와서 잠을 깨우는 도우미들이 고맙다. 잘 일어날 수 있고 몸도 가볍다. 이틀 정도 쉬면서 준비하여 다시 산에 오를 수 있다면 좋겠다. 단체로 왔으니 그럴 수는 없다.

팍딩에서 가는 길
▲ 길 팍딩에서 가는 길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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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타와(Chhuthawa. 2,592m)에서 법문이 새겨진 바위
▲ 바위 추타와(Chhuthawa. 2,592m)에서 법문이 새겨진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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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타와에서 둗코시와 체르마딩을 보며
▲ 길 추타와에서 둗코시와 체르마딩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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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닝(Nurning. 2,592m)에서 법문이 새겨진 바위
▲ 길 누르닝(Nurning. 2,592m)에서 법문이 새겨진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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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닝을 지나는 길
▲ 길 누르닝을 지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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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닝에서 채소밭
▲ 채소밭 누르닝에서 채소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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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닝에서 본 건축현장
▲ 건축 누르닝에서 본 건축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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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닝 마을 돌담길
▲ 길 누르닝 마을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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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루크라를 향해 출발하였다. 팍딩을 넘어서부터는 땅의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 먼지 나고 메마른 대지가 아니라 촉촉하고 기름지며 녹색 빛이 많다. 나무도 많아져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뚫고 들어가는 듯한 기개가 보인다. 땅과 물, 햇살이 가진 생산력은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타도코시간(Thado Koshigaon. 2,580m)에서 법문이 새겨진 바위
▲ 길 타도코시간(Thado Koshigaon. 2,580m)에서 법문이 새겨진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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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도코시간 법문 바위
▲ 길 타도코시간 법문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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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도코시간에서 본 밭
▲ 밭 타도코시간에서 본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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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도코시간에서 본 둗코시 건너편의 셍마(Sengma)
▲ 마을 타도코시간에서 본 둗코시 건너편의 셍마(Sen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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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플링(Chheplung. 2,660m)에서 새로 지어진 롣지
▲ 롣지 체플링(Chheplung. 2,660m)에서 새로 지어진 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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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플링에서 기원륜
▲ 기원륜 체플링에서 기원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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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플링에서 본 사원
▲ 사원 체플링에서 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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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플링에 2010년 12월 체육복권 스포츠 토토가 지원하여 한국 사람들이 지은  '토토하얀병원'
▲ 병원 체플링에 2010년 12월 체육복권 스포츠 토토가 지원하여 한국 사람들이 지은 '토토하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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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해서 타토코시콜라까지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고 다시 루크라까지 느긋하게 오르는 길이다. 길가에 작은 꽃들이 피어있어 우리를 자꾸 땅으로 굽히게 한다. 어떤 생명이라도 가까이서 보면 예뻐 보이고 사랑하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스프링
▲ 꽃 이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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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아무키
▲ 꽃 슈리아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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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가운데 나무가 없는 곳에 롱딩마(Rongdingma) 초등학교가 있다.
▲ 초등학교 가운데 나무가 없는 곳에 롱딩마(Rongdingma) 초등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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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라에 있는 차우리카르카 중등학교(Chaurikharka school)
▲ 중등학교 루크라에 있는 차우리카르카 중등학교(Chaurikharka school)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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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사로아(Thalsharoa. 2,678m)에서 본 밭
▲ 밭 탈사로아(Thalsharoa. 2,678m)에서 본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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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라
▲ 밭 루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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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사로아(Thalsharoa. 2,678m)를 지나며 둗코시 건너편에 롱딩마(Rongdingma) 초등학교가 보였다. 셍마(Sengma)와 타테(Tate) 중간에 있는 능선에 외롭게 있는 학교는 마치 두 마을을 애써서 연결하는 것 같다. 네팔은 초등학교 5 년, 중고등학교 5 년을 마치면 대학을 간다. 루크라에 중등학교인 차우리카르카 학교(Chaurikarka School)가 있다.

컬스 나무. 맨 밑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나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 나무 컬스 나무. 맨 밑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나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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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라
▲ 밭 루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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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꾼이 감당하는 세상의 무게. 앞에 있는 티자형 나무는 지팡이로 쓰기도 하고 짐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쉴 때 짐을 받히는 지지대로 쓰인다. 짐꾼의 분신이다.
▲ 짐 짐꾼이 감당하는 세상의 무게. 앞에 있는 티자형 나무는 지팡이로 쓰기도 하고 짐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쉴 때 짐을 받히는 지지대로 쓰인다. 짐꾼의 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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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꾼이 나서는 길
▲ 길 짐꾼이 나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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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이 새겨진 바위
▲ 바위 법문이 새겨진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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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라에 들어서기 전의 길
▲ 길 루크라에 들어서기 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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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거대해서 앞에 서면 나무의 기에 움찔하는 기분이 드는 '컬스' 나무를 지났다. 주변에 씨가 떨어져 자라는지 '컬스'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보호수인 타르초가 묶여있는 나무의 위용과는 비교할 수 없다. 무당이 인간과 신을 연결하듯 나무는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나무는 신성하다.

기념문을 통해 나가기
▲ 파상 라무 기념문 기념문을 통해 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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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상 라무 기념문 앞에서
▲ 파상 라무 기념문 파상 라무 기념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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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상 라무 기념문(National Luminary Pasang Lhamu memorial gate)을 통과하여 산행 일정이 완전히 끝났다. 파상 라무는 루크라 출신 네팔 여성 산악인이다. 3명의 자녀와 남편을 둔 상태에서 1993년 에베레스트를 성공적으로 등정하고 내려오다 남벽에서 비박 중 사망하였다.

파상 라무 흉상
▲ 파상 라무 파상 라무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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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상 라무는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네팔의 관습과 고산 등반이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시대의 장막을 뚫고 에베레스트에서 별이 되었다. 이제 루크라에서 에베레스트 산행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은 파상 라무의 품을 통해 산에 들어가고 산에서 나와야 한다.

파상 라무 기념문 앞에 있는 기원륜
▲ 기원륜 파상 라무 기념문 앞에 있는 기원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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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섭섭하다. 다시 걸어라 해도 주저 없이 나설 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할 거대함으로 기가 막히도록 아름다운 풍광을 보았다.

다리가 뻐근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도 계속 움직였던 몸의 격렬함.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도 별 다른 도리가 없는 밤의 무력감.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바람이 불면 알몸을 내맡긴 것 같은 추위.
칼라파타르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이르렀을 때의 희열과 허망.
높은 산에 대한 뜨거운 갈망.
식사와 짐을 책임진 도우미들.
묵묵히 같이 길을 걸으며 말이 없어도 힘이 되어준 동료들.

이제 지나간 시간이 되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흔적은 내 몸과 마음에 남을 것이다. 잘 견딘 내가 고맙고 대견하다.

커피점과 식당 등 상점이 줄지어 있는 루크라 거리를 지나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지도(축척 1:75,000) 두 장을 700 루피에 샀다. 글을 쓰고 사진을 설명하는데 꼭 필요하고 지도를 보면 산행이 그림처럼 살갑게 다가올 것이다.

루크라 비행장 활주로. 왼쪽 녹색 지붕이 '넘버 롣지'
▲ 비행장 루크라 비행장 활주로. 왼쪽 녹색 지붕이 '넘버 롣지'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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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시작 때 들렀던 '넘버 롣지'에 다시 왔다. 가벼운 눈발이 날렸다. 포도주스를 따뜻하게 덥혀서 주었다. 산행이 끝난 뒤에 마시는 따뜻한 '자이'차와 쥬스를 잊지 못할 것이다. 비빔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야채와 나물을 면에 고추장과 함께 섞어서 먹는 것이다. 면을 추가시켜 달게 먹었다.

팍딩에서 루크라까지 8.4km(축척 1:75,000)
▲ 산행지도 팍딩에서 루크라까지 8.4km(축척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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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도는 혜초여행사의 자료임
▲ 산행개념도 이 개념도는 혜초여행사의 자료임
ⓒ 혜초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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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눈발이 굵어지면서 쌓이는 것이 눈에 보일만큼 많이 오기 시작했다. 도우미들이 루크라에서 건기인 이 즈음에 눈이 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 한다. 내일 경비행기로 카트만두에 가는 일정이 어그러질까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지만 누구도 현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온 세상이 금방 하얗게 됐다.

루크라에 건기에 내리는 눈
▲ 눈 루크라에 건기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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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으며 루크라 상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난로가 있는 곳을 찾았다. 일정을 마치고 따뜻한 난로 옆에 앉아 커피나 술을 마시며 눈 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절절한 삶의 여유인가?

루크라에서 난로가 피워진 상점은 한 군데도 없었다. 스타벅스커피점에서 카프치노 4잔을 800루피로 계산하였다. 네팔에서 달러로 계산하면 공식 환율보다 훨씬 더 부담하게 된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며 냉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추위에 허리는 구부리고 다리는 힘껏 오므리고 마셨다.

저녁 식사를 위해 롣지 2층 연회장에 모였다. 식사에 대한 기대가 특히 크다. 산행을 마무리하며 양을 잡아 만찬을 하기로 하였다. 만찬 시작 전에 윤영조의 사회로 이번 산행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평가를 하였다.

"적지 않은 시간과 경비를 들인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산악회 집행부와 인솔자의 애씀 덕분이다. 수평적인 이동보다 수직적인 오르내림을 통해 삶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멋지고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추억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경비가 다소 더 부담되더라도 직항노선을 택하여 오가는 시간을 줄여야하고 산행만이 아니라 문화기행도 포함하여 우리 수준에 맞는 계획을 세우자. 산악회라면 산에 대한 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마신 술은 히말리아라는 큰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현지 안내인 쿠마르가 말했다.

"산을 오르는 것이 가능하려면 일심(一心)이 되어야 한다. 날씨, 의지, 체력, 동료 등 다리에서 머리까지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전부 맞아야 한다. 이번에 칼라파타르에 19명이 함께 오른 경우는 30 년 만에 처음이다. 일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눈은 계속 내린다. 내일 나가는 꿈을 포기하고 맘 편하게 있자고 생각했다. 양고기가 부위별로 나왔다. 간, 창자, 갈비, 살 등의 다르고 독특한 맛을 즐겼다. 양고기는 대단히 부드럽고 고소하다. 지방이 살과 적당히 어우러져 씹는 식감을 좋게 한다.

양고기와 뼈를 함께 삶아 우려낸 양고기탕은 국물이 아주 고소하다. 고기와 국물을 번갈아 먹으며 곁들이는 술은 음식에 풍미를 더한다. 장작이 타고 있는 난로는 뜨겁고 양고기는 입안에서 달보드레하다. 술은 옆에 있는 사람과 가슴을 열게 한다.

여행이 끝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술을 마시고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창밖에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 #에베레스트, #루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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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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