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느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용사의 집. 이들은 황실근위대였다는 이유로 재산은 몰수되고 외곽으로 쫓겨났다.
 어느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용사의 집. 이들은 황실근위대였다는 이유로 재산은 몰수되고 외곽으로 쫓겨났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화천군(군수 정갑철)은 오는 3월 에티오피아를 방문, 2014년도 '한국전쟁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 선발을 실시한다. 이 제도는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의 학교성적을 기초로 가정환경 및 참전용사 후손 여부 등 전반적 조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왜 38선 이북에 위치한 산골마을 화천이 에티오피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할까?

에티오피아 장학금, 이렇게 운영된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해 있으며,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서쪽에 있는 나라로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300달러 밖에 되지 않는 빈국이다. 면적은 1,104,300 ㎢로 한반도의 5배에 이른다. 2009년 기준 초등학교 취학률은 83% 정도를 보이나 중등학교 진학률은 13.5%도 못 미친다. 빈곤으로 인한 경제난이 원인이다.

에티오피아의 어느 초등학교
 에티오피아의 어느 초등학교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1년 5월부터 1965년까지 6037명에 이르는 병사를 파병했다. 이 중 121명이 전사했으며, 전상자 또한 536명에 이른다. 한국전에 참전한 세 개의 각뉴(kagnew-황실 근위대)대대 중 제1각뉴 대대의 전투 배경은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지역이었다. 최초 전사자 또한 적근산 인근인 철원과 화천의 경계지점에서 나왔다. 이 전투에는 1185명이 파병되어 47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이후 1974년 에티오피아는 H.M.멩기스투(중령)의 쿠데타로 황제 H.셀라시에의 폐위와 왕정이 붕괴되고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되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병사들과 후손들은 황실 근위대였다는 이유로 재산은 모두 몰수되고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외곽으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에 화천군은 2009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지원 장학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현지조사에 착수해 1차로 61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어 2010년 54명, 2013년 17명을 추가로 선발해 현제 졸업생을 제외한 115명(초등학생 34명, 중고생52명, 대학생 29명)에  6만9750비르(birr-한화 약 5000여만 원)를 지원한다. 화천군에 위치한 군부대도 동참했다. 2010년 육군제7보병사단(사단장 구홍모)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육군제27보병사단(사단장 김종태), 육군제15보병사단(사단장 조국제)도 뜻을 같이 했다. 이들 부대에서는 월 100만원씩 에티오피아 장학금을 후원한다. 일반인들의 동참도 이어졌다. 20명의 인원이 연간 560여만 원을 기부한다.

에티오피아 장학생 선발(대학생) 면접 장면
 에티오피아 장학생 선발(대학생) 면접 장면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장학금 지급대상에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자녀, 손자, 손녀를 포함시켰다. 초등학생은 개인당 450birr(한화 약 2만7000원), 중고생은 600birr(3만6000원), 대학생은 750birr(4만5000원)를 지원한다.

학습동기 유발을 위해 성적이 80점 이상일 경우 100birr씩 추가 지급하며, 60점 미만일 경우 100birr를 차감 지급하는 역 인센티브도 적용한다. 에티오피아의 일반 순경 월급이 700birr임을 감안할 때 장학금은 이들에겐 큰 액수이다.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로도 쓰여진다.

어느 한국전 참전 에티오피아 후손의 집
 어느 한국전 참전 에티오피아 후손의 집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에티오피아 장학금 예산은 년간 1억여 원 규모다. 이중 후원금이 4900만원, 군비가 5000여만 원이며, 잔액은 다음연도로 이월된다.

"일반인 후원자가 20명이라지만, 사실 3만 명 정도 된다고 보셔도 됩니다."

에티오피아 장학사업 담당지인 최인한 주무관의 설명은 이렇다. 화천 평화의 댐 인근에 37.5톤 규모의 세계평화의 종이 있다. 이 종의 탄생 배경 또한 흥미롭다. 분쟁을 겪었던 세계 30개국에서 보내온 탄피와 한국전쟁 유해 발굴 당시 발견된 탄피를 녹여 만든 종이 '세계평화의 종이다. 타종이 가능한 종으론 세계최대 규모이다.

관광객들이 이 종을 타종하는데 500원을 징수한다. 연간 1500만원이 걷힌다. 대략 3만여 명이 참여하는 셈이다. 이 금액은 군 금고에 입금된 후 에티오피아 장학금 예산으로 편성된다.

따뜻한 보은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한 참전용사의 후손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 보이고 있다.
 한 참전용사의 후손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 보이고 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국내 대학도 뜻을 같이했다. 화천군에서 추천한 에티오피아 대학생에 한해 무상입교(석사과정) 제도를 시행했다. 서울대와 한림대를 시작으로 금년엔 명지대도 동참할 계획이다. 국내대학에 입교한 학생들에게 학교 측에서는 학비를 전액 면제해 주고, 군에서는 월90만 원 가량의 생활비를 지원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보은(報恩)의 손길이 이어져 한국전쟁 때 입은 은혜를 갚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2009년부터 한국전쟁 파병 에티오피아 후손돕기에 참여해 온 홍성표씨(경기도 수원시)는 "이젠 이들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우리의 도리가 아니겠냐"며, "많은 이들이 참여를 희망한다"면서 이 운동이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에티오피아, #장학금지급, #한국전참전용사, #화천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밝고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마이뉴스...10만인 클럽으로 오십시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