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입춘(立春, 2월 4일)이 지났어도 영하의 맹추위에 몸을 움츠리게 된다. 입춘은 이제 막 봄기운이 생기는 때이다. 그래서 한자로 들어온다는 입(入)자가 아닌 세운다의 설입'립'(立)을 쓴다.

이때부터는 슬슬 농사준비를 하는 시기로 농촌에서는 밭에 거름도 내고 종자도 준비한다. 개나리가 피는 완연한 봄이 되려면 우수(雨水, 2월 19일), 경칩(驚蟄, 3월 6일) 지나서 춘분(春分, 3월 21일) 절기가 되어야 한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감자는 생육기간이 약 100일 정도이며 봄부터 가을까지 수확이 가능한 이모작 작물이기도 하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감자는 생육기간이 약 100일 정도이며 봄부터 가을까지 수확이 가능한 이모작 작물이기도 하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봄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감자

도시 텃밭에서는 첫 농사로 시작하는 작물이 '감자'다. 아직 꽃샘추위와 서리가 남아 있을때지만,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감자를 심기에는 어려움이 없다. 감자는 씨앗이 있기는 하지만, 채종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대부분 덩이줄기를 먹는 감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종자로 쓴다.

혹시 집에서 먹다 남은 감자를 심는다면 수확은 보장할 수가 없다. 반드시 저온에서 일정하게 유지된 온도에서 보관한 '씨감자'를 종묘상 등에서 구입하여 심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웃자라듯이 줄기만 크게 자라고 감자는 탁구공처럼 작다.

"감자 심을 때 나뭇재를 꼭 묻혀야 하나요. 잘린쪽을 아래로 해요 위로 해요? "
"어느정도 간격과 깊이로 심어요. 물을 안주고 심었는데 괜찮나요?"

감자 심을 때가 되면 많이 듣는 내용들이다. 감자의 크기에 따라서 씨눈을 2~3개 남기고 2~4조각으로 자르면 상처부위에 혹시 병원균이 침투할 수 있어서 그늘에서 3~4일정도 두면 상처부위에 새살처럼 막이 생긴다. 또는 나무를 태운 재나 숯을 묻히면 소독효과가 있어서 바로 심을 수 있다. 물론 그냥 심는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씨감자가 작으면 자르지 않고 통째로 심는다.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것은 감자의 잘린면을 아래로 놓느냐 위로 놓느냐, 결론은 어느 뱡향이어도 괜찮다. 위치에 따라서 수량이나 크기가 다르다는 말도 있지만 수 년간 두가지 방법으로 해본 결과 뚜렷한 차이점은 없었다. 심는 간격은 25~30cm 정도로 해주고, 15cm이상 깊이 심어줘야 감자알이 커지면서 흙 밖으로 나오는것을 방지할 수 있다.

씨눈 2~3개를 남기고 두쪽이나 넷쪽으로 잘라준다. 완전 절단보다는 끝을 조금 남기고 절단하면 수분이 보존되며 4~5일 그늘에서 건조후 심는다.
 씨눈 2~3개를 남기고 두쪽이나 넷쪽으로 잘라준다. 완전 절단보다는 끝을 조금 남기고 절단하면 수분이 보존되며 4~5일 그늘에서 건조후 심는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감자는 꽃이 피고 열매도 달린다

감자가 햇볕에 노출되면 녹색으로 변하는것은 뿌리가 아닌 덩이줄기 작물이라서 그런것이다. 즉, 우리가 먹는 감자는 줄기에 해당하며 광합성작용으로 햇볕에 노출되면 녹색으로 변한다. 감자처럼 몸체를 심는 작물은 자체 수분으로 싹을 키우므로 물을 안주며 줄기가 나오고 본 잎이 생겨나면서 필요에 따라 물을 준다.

감자를 심고 약 한 달정도 지나면 녹색의 줄기와 잎이 올라오고 날이 더워지면서 잘 자란다. 5월경에 피는 꽃줄기를 잘라주면 꾳으로 가는 양분이 감자로 집중되어 조금 더 크게 자란다. 감자꽃 아래로는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감자열매가 달렸었지만, 요즘 감자는 품종개량으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불임종자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꽃을 따주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도 한다. 실제로 감자꽃을 딴 것과 그렇지 않는 감자를 비교해봐도 여러개씩 달린 감자들의 크기가 제각각이라서 큰 차이점은 구별할 수는 없다.

"감자줄기가 다 쓰러지고 누렇게 변했어요. 병든 것 같은데 어떡해요"

6월 말 장마철이 시작될 쯤이면 또 한번 자주 듣는 말이다. 감자의 생육기간은 약 100일정도로 더 이상 크지 않으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줄기가 쓰러지는것은 수확할 때가 된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을 앞둔 6월 말~7월 초순경에 줄기가 쓰러진 감자를 캐낸다. 캐낸 감자의 껍질이 젖어있거나 곰팡이가 보이면 물빠짐이 안 좋은 밭이라는 증거다, 반대로 껍질이 건조하고 깨끗하면 물빠짐이 잘 되는 밭으로 감자가 별 탈 없이 튼실하게 잘 자란다.

감자꽃 아래에 열매가 달리지만 품종개량된 감자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감자꽃 아래에 열매가 달리지만 품종개량된 감자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봄부터 가을까지 이모작이 가능한 감자

11월말, 김장배추를 수확하러 텃밭에 나온 아이들에게 감자를 구워주겠다며 모닥불을 피우자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에 텃밭에서 감자를 굽기 위해 봄에 심은 감자를 캐지 않고 조금씩 남겨두고 있다.

호미로 흙을 긁어내자 감자가 튀어나오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감자는 서늘한 기후에도 잘 적응하므로 물빠짐이 잘 되는 밭에서는 늦가을까지 남겨둬도 된다. 줄기는 쓰러져서 생육이 멈췄기 때문에 더 이상 크지는 않는다.

감자의 이런 특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일까? 수확기인 6월 말 강원도 지역을 지나면서 수천평은 되어보이는 감자밭에 줄기가 녹색으로 푸르고 꽃이 한창 피었다. 궁금하여 마을주민에게 물어보니 별거 아니라는듯이 약을 쳤다고 한다. 무슨 약?

"감자줄기를 죽이지 않고 키우는 농약이 있어. 수확할 때는 죽이는 약을 치면 (줄기가) 쓰러져 그러면 기계로 캐내지."

그 말을 들은 뒤로는 판매하는 감자가 어른 주먹보다 큰 것들이 많아 보였다. 농산물이 상품이 된 후로는 크고 때깔좋은 것만이 제 값을 받는 현실에서 농민들을 탓할 수는 없다. 감자는 서늘한 기후와 물빠짐이 잘되는 흙에서 잘되며,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재배가 가능해서 지역에 따라서는 일년에 두 번 재배하는 이모작이 가능하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감자의 품종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두껍고 거칠은 껍질로 싸여있어서 굽거나 찌면 껍질이 터지면서 보슬보슬 고소한 맛이 있는 '두백' 품종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요리에 감자가 사용되면서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은 '수미' 품종이 절대적으로 많이 생산된다.

감자는 줄기아래에 여러개의 감자가 달리는 덩이줄기 작물이다.
 감자는 줄기아래에 여러개의 감자가 달리는 덩이줄기 작물이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태그:#감자, #씨감자, #덩이줄기, #입춘, #수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