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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별에서 온 그대> 제작발표회에서 톱여배우 천송이 역의 배우 전지현과 대학강사 도민준 역의 배우 김수현이 다정한 모습으로 손인사를 하며 웃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404년 전 UFO를 타고 조선 땅에 온 외계인이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서울에 살고 있다는 황당한 상상에서 시작, 외계에서 온 남자와 지구를 떠나고 싶은 여자의 위험천만하고 발랄달달한 이야기를 담은 팩션 로맨틱 코미디다.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별에서 온 그대> 제작발표회에서 톱여배우 천송이 역의 배우 전지현과 대학강사 도민준 역의 배우 김수현이 다정한 모습으로 손인사를 하며 웃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404년 전 UFO를 타고 조선 땅에 온 외계인이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서울에 살고 있다는 황당한 상상에서 시작, 외계에서 온 남자와 지구를 떠나고 싶은 여자의 위험천만하고 발랄달달한 이야기를 담은 팩션 로맨틱 코미디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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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인기와 더불어 드라마 속 '상품'들도 덩달아 뜨고 있다. 600만 원짜리 '전지현 야상'과 100만 원짜리 '김수현 패딩'을 비롯해 주인공들이 걸치고 나온 옷이나 액세서리, 화장품이 '완판'되는가 하면 승용차나 책, 인형, 망원경 같은 소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이 정도면 '60분짜리 CF'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60분짜리 CF' 드라마 뜨면 간접광고도 뜬다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란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에 기업 이름이나 상품 로고를 노출시키는 광고로, 이미 개그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인 '시청률의 제왕'에선 드라마 내용과 생뚱맞은 협찬 상품을 등장시켜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 코너 원조 격인 SBS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에서도 간접광고 때문에 마지막에 대본까지 뜯어고쳐 오렌지주스를 등장시키는 '막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건 지난 2009년 방송법을 바꿔 간접광고를 대폭 허용하면서부터다. 외주 제작사나 연기자 협찬 등으로 음성화된 간접광고를 양성화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방송사들만 밥그릇을 키웠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최민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3년 1~9월 KBS·MBC 간접광고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KBS 2TV 주말연속극이 '내 딸 서영이', '최고다 이순신' 인기에 힘입어 간접광고 109건으로 15억 원을 벌었고, MBC 수목미니시리즈 간접광고 매출도 13억7800만원에 달했다.(관련기사: 역시 <무한도전>... 간접광고 매출 1위 )

당시 자료에 따르면 아웃도어나 의상 1회 '출연료'는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6000만 원에 달했고,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 같은 전자기기도 평균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정도 광고비를 지불했다.

그렇다고 모든 드라마 속 소품들이 값비싼 '협찬료'를 내야 하는 건 아니다. 때론 드라마 전개에 꼭 필요해 협찬 받은 소품들이 시청자 눈길을 끌어 '대박'이 나기도 한다. '별그대'에 등장한 뒤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꿰찬 동화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비룡소)이 대표적 사례다. 

'김삼순의 모모' 이어 '도민준의 신기한 여행' 베스트 셀러

동화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별에서 온 그대> 인기에 힘입어 1월 마지막주 현재 9만 부 이상 팔리며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동화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별에서 온 그대> 인기에 힘입어 1월 마지막주 현재 9만 부 이상 팔리며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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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 방영된 드라마에 주인공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 분)이 이 책을 읽는 장면이 나간 뒤 3주 만에 9만 권 넘게 팔렸다. 이 책은 2009년 국내에 출간된 뒤 꾸준히 팔리긴 했지만 지난 4년간 판매량은 1만 권 정도에 불과했다. '사랑을 받을 줄만 알고 할 줄은 몰랐던 차가운 도자기 토끼 인형' 에드워드 툴레인이 여행을 통해 사랑을 알아가는 모습이 도민준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민음사 출판그룹의 아동문학브랜드인 비룡소는 지난 2005년에도 당시 선풍적 인기였던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덕을 본 적이 있다. 당시 드라마 주인공 김선아가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모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간 뒤 미하엘 엔데의 원작 동화 <모모>가 100만 부 넘게 팔린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책은 엄밀히 말해 '간접광고' 상품이 아니다. 작가가 드라마 내용 전개상 필요해 출판사에서 협찬을 요청했고, 출판사는 '협찬료'를 전혀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수진 민음사 홍보기획부 팀장은 29일 "박지은 작가가 원래 이 책 내용을 알고 있었고 주인공 김수현의 상황이 책 속에 등장하는 도자기 토끼 인형과 잘 맞다고 생각해 선택한 것 같다"면서 "드라마에 책이 노출된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게 아니라 이야기 전개와 밀접하고 복선 역할을 하면서도 책 자체에 대한 독자 만족도도 높아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출판업계엔 서재를 꾸미는 데 필요한 소품 협찬과 별도로 드라마 속에 특정한 책을 노출시키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책 표지만 보여준다든지, 드라마 내용과 동떨어진 경우엔 시청자들도 '책 광고'로 인식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천체망원경에 소품을 협찬한 썬포토에서 진행중인 이벤트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천체망원경에 소품을 협찬한 썬포토에서 진행중인 이벤트
ⓒ 썬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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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도민준이 사는 집 거실과 침실에 놓인 천체 망원경도 그가 400년 전 먼 외계 행성에서 왔고 우주를 지켜보며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드라마 설정과 잘 맞아떨어진 사례다. 이 소품 역시 제작사에서 광학기기 전문업체인 썬포토에 협찬을 요청한 것이다. 이 업체는 현재 드라마에 등장한 제품과 동일한 모델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상훈 썬포토 차장은 "제작사 요청으로 미국 미드사에서 만든 전문가용 천체망원경 2대를 협찬했고 별도 협찬료를 지불하진 않았다"면서 "이런 150만~200만 원대 고가 제품은 평소 한 달에 10~20대 정도 팔렸는데 드라마에 나간 뒤 10여 일 만에 판매량이 30~40대로 늘었다"고 밝혔다.      

카톡이 하면 라인도 한다?... 노골적인 간접광고 역효과도

하지만 이들처럼 단순 협찬 제품은 드라마 속에서 책 제목이나 브랜드가 노출되지는 않는다. 대신 광고비를 지불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나 제품을 노출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첫 드라마 '제작 지원'으로 눈길을 끈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대표적이다. 라인은 국내보다 해외 사용자 비중이 높은 탓에 주로 대만 등 해외 드라마 제작 지원을 해왔다.

네이버 라인은 지난 16일 방영된 '별그대' 10회분에서 주인공 천송이가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도민준에게 말을 거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한 뒤 둘 사이의 소통 매개체로 단골 등장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천송이 집 거실 소파 위에 라인 캐릭터 인형들까지 출연시켰다.

네이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라인 사용자들에게 천송이와 전지현 캐릭터 스티커를 무료 배포해 효과 극대화에 나섰다. 이전 작품인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등장해 관심을 끌었던 '국내 1인자' 카카오톡에 대한 나름 대응인 셈이다. 

네이버 라인 로고가 그대로 등장하는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간접광고 모습과 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는 천송이 스티커 이벤트
 네이버 라인 로고가 그대로 등장하는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간접광고 모습과 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는 천송이 스티커 이벤트
ⓒ SBS·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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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네이버 홍보팀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사와 회사간에 서로 필요가 맞아 제작 지원이 이뤄졌고 협찬비 등 계약 사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드라마가 나간 뒤 효과를 체감하고는 있지만 라인 본사가 일본에서 있어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인' 역시 삼성전자에서 '제작 협조'한 갤럭시 노트3와 더불어 '삐삐'만 쓰며 세상과 단절해온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의미 부여도 나름 가능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인 '브랜드 노출'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별그대'는 현재 시청률 25%를 넘어 수목 드라마 1위를 달리며 간접광고 시장의 '갑'이 됐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별그대'는 극 중간 중간 현대와 조선시대, 구한말 등을 오간다. 간접 광고가 불가능한 정통 사극 대신 제작사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이른바 '퓨전 사극'의 전형이다.

또 드라마 속에선 경쟁자였던 한유라 죽음 이후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천송이와 그 어머니를 매몰차게 외면하는 '협찬사'들의 비정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배우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들여서라도 협찬하겠다고 달려들고, 간접 광고 없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려고 하면 제작비 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간접광고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고 있는 셈이다.  


태그:#별에서 온 그대, #간접광고, #김수현, #전지현,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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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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