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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건의에 따라 중국 하얼빈역에 안중근의사기념관과 의거 표지판을 설치하였고, 연달아 철거 위기에 처한 충칭의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옆으로 이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물론 이것은 박 대통령이 이뤄낸 외교적 성과지만, 온전히 박 대통령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하기에도 어폐가 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은 사실 그들의 이익과도 맞아 떨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 대해 심기가 불편한 것은 우리 뿐만 아니라, 같은 침략의 역사를 경험했던 중국 역시 마찬가지로써, 그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일제 침략에 대항한 한국의 영웅을 부각시켜주면서 한국과의 우의도 돈독히 하고, 일본에 더 이상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경고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우리도 중국의 호의에 화답해야

물론 중국 정부의 그러한 조치가, 그들의 기저에 깔린 의도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역사유적을 보존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 정부 역시 그에 화답하는 조치를 통해 중국과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것이 한-중관계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이 우리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을 설치해준 것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려면, 역시 주한중국대사관과 같이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에 그들이 추앙하는 위인의 동상이나 기념관을 건립하는 조치로 화답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해서, 한-중 간의 우의를 이유로 한국에 연고도 없는 인물의 동상을 서울 한복판에 세운다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일이다.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로비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의 좌상
▲ 안중근 의사 좌상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로비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의 좌상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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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중 양국이 모두 존경하는 안중근 의사처럼, 한-중 양국이 모두 존경할 수 있는 중국의 위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이가 누가 있을까? 바로 중국의 국부(國父)인 쑨원(孫文)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후원한 쑨원

중화민국(타이완)과 중화인민공화국(본토)을 아울러 전(全)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이를 쑨원이라고 하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쑨원은 1911년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청나라 황조를 무너뜨리고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국가 '중화민국(中華民國)'을 탄생시킨 혁명가이자, 민족·민권·민생을 강조하는 삼민주의(三民主義)라는 탁월한 지도이념을 창안한 뛰어난 사상가였다. 하여 그는 중국인들에게 국부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우리나라의 독립과 건국을 도와준 한국의 은인이기도 하다.

1919년 4월 11일 수립 이후 국제적인 승인을 받지 못해 곤란해 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21년 10월 예관 신규식(申圭植)을 국무총리 겸 외무총장의 자격으로 중국 광둥정부에 특파하였을 때, 광둥정부를 이끌던 쑨원은 흔쾌히 임시정부에 대한 승인과 원조를 약속하였다. 이처럼 우리 민족이 어려웠던 시기에 임시정부에 대한 지지와 후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쑨원은 외국인임에도 우리나라의 독립과 건국을 도운 공로로 1968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맥아더의 동상도 있는데, 왜 쑨원은 없을까?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의 동상도 세워줄 만큼, 한국에 공로가 큰 외국인의 동상을 건립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독립과 건국에 큰 도움을 준 쑨원의 동상을 세운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중국 정부 역시 별다른 요청이 없었음에도 우리 정부가 자신들이 국부로 숭상하는 쑨원의 동상을 세워주는 것에 대해 크게 고마워 할 것이다.

중국 난징(남경)의 중산릉에 조성되어 있는 쑨원의 좌상
▲ 쑨원 좌상 중국 난징(남경)의 중산릉에 조성되어 있는 쑨원의 좌상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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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즘처럼 한-중 간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시점에, 우리 정부가 쑨원 동상 건립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한다면 한-중 간의 우의가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것을 양국이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상호 우의 증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러한 우의 증진은 양국이 공조하여 일본의 과거사 왜곡 도발에 함께 대응하고, 동아시아의 미래와 평화를 열어가는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대한민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쑨원, #안중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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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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