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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스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식당 낭만창고 간의 갈등 사이에서 범상치 않은 필력을 뽐내며 존재감을 나타낸 단체가 있었다. 이른바 자유육식연맹(아래 자육연) 그리고 자육연 총재 '크로커다일 최'였다.

 

보수대연합 발기인 대회 당시의 일명 '고깃값 미납' 사건에 대해 최 총재가 자유육식연맹의 이름으로 거친 필봉을 휘두르며 비판의 날을 세운 건 지난 9일이었다. 그는 이슈의 중심이 되었다. 지난 15일 <머니투데이>에 최 총재의 단독 인터뷰 기사가 나갔다. 게스트로 출연한 팟캐스트 탁현민의 '밥 한번 먹자' 제8화 '변리바바와 600인의 고기도적'은 22일 업로드가 되자마자 단숨에 팟캐스트 1위에 올라섰다.

 

그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도 난무했다. 변희재 대표에게 1억 원 고소를 당할 것이라는 선전포고(?)를 받기도 했고, 그가 리더로 있는 '피해의식' 밴드를 띄우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루머도 퍼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사상 검증'까지 일었다. 짙은 화장의 거친 로커이자 도발적으로 통통 튀는 SNS 악동, '애육이 곧 애국'이라는 고기 마니아.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어렵사리 그와 일문일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래는 최근 그와 페이스북 대화창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자유육식연맹 총재인 크로커다일 최님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자유육식연맹 총재 크로커다일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첫 질문에, 그는 질문에 있는 말을 그대로 복사하는 '쿨'한 대답을 남겼다.

 

"노이즈마케팅? 밴드의 미래에 도움 안돼"

 

우선 그의 본업인 밴드 활동과 자육연 활동과의 상관 관계가 궁금했다. 누리꾼들의 의견대로 정말 노이즈 마케팅인 것일까? 그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견에 상당한 난색을 표했다.

 

- 총재의 본업과 연맹은 어떤 관계입니까?

"연맹은 공적인 활동이고, 밴드는 개인적인 것이니 분리를 하여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자육연 활동이 '피해의식' 밴드를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설이 있는데요.

"밴드의 경우 저희는 이미 음악으로 승부를 걸고 있었으며, 데뷔 4개월 만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진출하는 등 유례가 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굳이 정치적인 이슈에 개입해 음악성이 아닌 외적인 것으로 승부한다는 게 어째서 밴드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리해서 가는 걸 원칙으로 삼고 싶습니다. 음악은 음악대로, 자유육식연맹은 자유육식연맹으로 좀 구별해 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과 사는 최대한 구분하고 싶습니다."

 

-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갑자기 연맹이 떴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사실 계획에 없던 일이라, 크게 반갑진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분쟁을 통한 여론의 주목은 장기적인 비전을 내다보았을 때 좋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왕 이렇게 됐으니, 불씨를 잘 살려서 본래의 계획을 잘 수행해 나가고자 열심히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저희는 항상 장기적인 비전을 바라보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습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관심이 그렇게 뛸 듯이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음악을 본업으로 하는 로커였고, 밴드 '피해의식'의 활동과 자육연의 활동을 명확히 구분하고 싶어 했다. 그의 모습에서 외부의 시선들 때문에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활동이 제약받는 것은 아닐까 우려됐다.

 

"자유육식연합은 정교하고 체계적인 육식주의자들의 모임"

 

그렇다면 자육연이라는 단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주제를 자육연으로 옮겨보았다. 자육연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단체를 설명하는 여러 글들이 올라와 있으나 다소 모호한 표현들이 많았다.

 

- 자유육식연맹이라는 단체의 정체는 뭡니까? 

"2014년 1월 3일에 창립했으며 현재 가입자는 3700명을 육박하여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24일 오후 3시 기준, 자유육식연맹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FreeCarnismUnion을 '좋아요'한 사람은 4392명이다). 정체는 보다시피 육식주의자들의 모임입니다."

 

- "합법적 법인을 기반으로 한 대외 활동 조직의 일부분" "법인사업체를 토대로 하고 있는 탄탄한 조직 구성의 본 연맹" 등의 표현으로 조직을 설명하신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본 조직은 주식회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법인구성원 중 일부가 자유육식연맹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법인사업체는 개인사업자에 비해 법률적으로 몇 배는 복잡하기 때문에 법인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조직체계가 정교하고 체계적이며 운영 역량이 된다는 '보증'과 같은 것입니다.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업무가 체계적으로 분화되어 있고, 그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과 지성 또한 대단히 높은 수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건전하고 유쾌한 육식문화 전파를 통한 개인과 국가 전체의 발전과 통합이라는 자유육식연맹의 창립 취지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향후 명확하고 중요한 계획이 있으나 변희재처럼 그것을 굳이 일일이 광고하고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장 의문시되었던 부분은, 왜 하필 '자유'라는 명칭을 썼을까 하는 점이었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단체들 중 '자유'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단체들은 대부분 '우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변씨에게 '종북'으로 규정당한 그에게 '자유'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았다.

 

- 왜 '자유'육식연맹인가요? 단체 이름 앞에 '자유'를 붙는 수많은 단체와 어떤 관계인지.

"'자유'라는 단어를 조직에 붙이면서 본인과 반대되는 무리를 '자유를 반대하는 무리'로 몰아가는 행태가 그간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이 단어 또한 애국과 마찬가지로 오염이 된 단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좌우 간 대립에서 그동안 오염된 단어들을 정화시키고 '자유'라는 이름을 붙이는 다른 단체들에도 이런 자정의 움직임을 유도하여 좌우 서로의 오해를 풀고 함께 품위 있고 건전한 정치 토론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최 총재와 자육연은 실제로 '자유'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단체들과 몇 건의 갈등이 있었다. 일례로 최 총재는 자유대학생연합(아래 자대련)에 대해 "누가 시켜 준 것도 아닌데도 본인들이 우파 청년의 대표라고 생각하는 걸 보고 있으면 안쓰러움의 눈물만 고인"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 "나라 좀먹고 선동하는 좌빨 때려잡는 자유주의 최전방 용사 자유대학생연합"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자대련 때려잡는 자육연"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공장식 축산 지지하는 육식주의자가 종북좌익?

 

그는 변 대표와의 사건으로 본인과 자육연이 유명해진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 사건과 색깔 논쟁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의연하고 대담했다.

 

-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변 대표의 발언에 '쫄지'는 않았나요?

"저희는 항상 준비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적 앞에서 물러나는 법을 모릅니다. 법적공방이 벌어지는 즉시 조직의 모든 힘을 총동원하여 적을 분쇄할 것입니다. 행동이 무엇인지 누굴 건드린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겠습니다."

 

- 변 대표뿐만 아니라 수컷닷컴, 일베 등에게 공격을 받지는 않았나요?

"공격이라 할 만큼 언변이 있는 자들이 없습니다. 그저 작은 아이들의 하찮은 칭얼거림일 뿐입니다. 그(변희재)를 지지할 정도의 잡병들은 단신으로도 능히 분쇄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저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예봉을 지닌 자들은 품위를 위해 변희재 같은 자와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도발적이기까지 한 그의 답변에 새삼 놀랐다. 그가 하는 음악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모르지만 언뜻 오만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는 당당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자신에게 어느새 덧씌워진 종북 프레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답변했다.

 

- 종북주의자라는 소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장식 축산 지지하는 육식주의자가 어떻게 종북 좌익세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말을 하는 자들의 머리를 열어보고 싶습니다. '이밥에 고깃국'이 꿈인 북한을 압도적인 고기 소비량으로 그 자존심을 짓이겨야 한다는 것이 바로 본 연맹 이사진의 일관된 견해인데, 종북이라는 평가는 참으로 가당치 않은 말입니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생각할 힘을 잃은 사람들의 그러한 평가는 무게도 없고 언급할 가치 또한 없다고 봅니다."


자육연의 본업은 '공장식 축산업' 지지

 

한동안 시끄러웠던 논란이 점차 잦아들고, 자육연도 슬슬 본래의 일로 돌아오고 있는 시기였다. 축산 정책에 대한 질문에 최 총재는 즉답을 피했다.

 

- 대한민국의 여러 축산 정책들 중 지지 혹은 비판하는 정책이 있나요?

"이 문제는 지금 이사회와 외부 자문을 통해 작성 검토중에 있으며, 정확한 비전 제시를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섣불리 정제되지 않은 의견을 내뱉을 계획은 없습니다. 모든 결정은 이사회 회의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육식연맹이 추구하는 노선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3일, 자유육식연맹의 이름으로 올라온 글은 이른바 '공장식 축산업'을 지지하는 글이었다. 이 글은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1월 18일 자로 게시된 뉴스를 참고자료 삼아 작성됐다.

 

글의 요지는 생태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원시적 방목보다 공장식 축산업이 환경 오염을 더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전에도 자육연은 여러 차례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더 싼 가격에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그렇다고 자유육식연맹이 채식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팟캐스트 '밥 한번 먹자'에서 그는 채식주의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고기에는 좌우가 없다. 오로지 앞 뒤만 있을 뿐이다"라는 그의 말은 화제가 됐다. 그는 종북주의자도, 관심을 통해 밴드의 인기를 올리려는 '계산주의자'도 아니었다. 그저 그는 고기를 좋아하고, 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어 하는 미식가였다.

 

시일은 다소 지났지만 그를 향한 관심은 아직 식지 않았다. 누리꾼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모아 직접 답변하는 '썰타임(http://www.ssultime.com/)' 커뮤니티에 그를 향한 질문이 쏟아졌다. 오늘(24일) 자로 마감인 질문 현황은 현재 120개가 넘는다.

 

'피해의식'의 디지털 싱글 앨범을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구매해 들어보았다. 평소에 익숙했던 장르가 아니라 처음에는 듣기 어려웠지만, 귀에 익숙해지고 나니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노래 가사가 왠지 모를 울림을 주었다. 앞으로 그를 법정이나 색깔 논쟁의 장이 아닌, 홍대 앞에서 그리고 근처 삼겹살 집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변희재, #크로커다일 최, #자유육식연맹, #낭만창고,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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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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