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3일, 최세열씨(남편)가 운영하는 카센터(안성 공도)에서 최세열(42)씨, 야몬케우 나차다(29, 태국), 유금자(시어머니)씨와 함께 우리의 유쾌한 수다가 시작되었다.

기자 :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죠."
최 : "아들 결혼을 위해 기도하시던 제 어머니가 꿈에서 보셨대요. 헉, 갑자기 웬 신비 모드? 하지만, 찬찬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 : "결혼정보회사에서 휴대폰에 있는 태국여성 사진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봤죠. 외모가 외국여성 같지 않고 한국여성 같아서 일단 좋았어요."

기자 : "사실 그러네요. 어디 가서 아내분이 입만 열지 않으면 한국사람 같아 보여요. 공감하는 웃음이 거기에 터진다. 내용을 뒤늦게 알아차린 아내도 웃는다."
유 : "아 글쎄, 아들이 휴대폰에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깜짝 놀랐어요. 어젯밤 꿈속에서 본 여성이었어요. 그래서 아들에게 당장 결혼추진해보라고 했죠."

왼쪽 부터 남편 최세열씨, 아내 빛 씨, 아들 재현, 어머니 유금자씨다. 한 눈에 봐도 단란한 가족임을 엿볼 수 있다. 아들 재현이가 정말 인형처럼 예뻤다. 우리는 모두 'cf 모델' 시켜도 될 거 라며 웃었다.
▲ 가족사진 왼쪽 부터 남편 최세열씨, 아내 빛 씨, 아들 재현, 어머니 유금자씨다. 한 눈에 봐도 단란한 가족임을 엿볼 수 있다. 아들 재현이가 정말 인형처럼 예뻤다. 우리는 모두 'cf 모델' 시켜도 될 거 라며 웃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기자 : "잠깐, 그럼 (태국 이름이 길어서 아내를 '빛'이라고 한다고 했다) 빛은 무슨 마음으로 남편을 만나려고 한 겁니까?"
빛 : "아하. 이 남자 알콜 안 해요. 담배 안 해요. 그거 맘에 좋아 만난 거요. 태국 남편들은 술주정과 담배, 바람피우는 것 등이 잦아 이혼율이 높다고 남편이 말했다."
최 : "사실 아내는 소녀가장이었어요. 아내의 부모님이 이혼하셨죠. 혼자 동생을 키우며 대학 다니며 고생했죠.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고, 사회적으로 이혼이 많아 아내는 결혼하지 않으려고 했대요.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실 아내 사진도 태국의 사촌언니가 억지로 등 떼밀어서 사진을 올린 거라더군요."

기자 : "아 그랬군요. (아내를 보며) 빛! 술과 담배 안 하는 남자라 들었지만, 만나보고 나서 마음이 달라지지 않았어요? 세열씨가 웃으면서 '눈치 보지 말고 말하라'며 아내를 독려한다."
빛 : "'우악우악(화내는 소리를 표현하는 그녀만의 표현법)' 안해요. 짜증도 안하는 거야."
기자 : "그만큼 남편이 친절하고 자상했다는 이야기겠네요. 그래도 결혼을 결심하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빛 : "태국생활 힘들어요. 직장 9시 마치는 거야. 시간 없어요. 동생 돌봐요. 아버지 엄마 때문에 힘들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빛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진다). 그때 이 사람 왔어요. 나 마음으로 결혼할 거야. 바로 직장도 그만했어요."

기자 : "아하. 그 심정 알겠네요. 현실이 어려워 누구라도 손 내밀면 기대고 싶은 심정 말이죠. 나의 이 말에 어머니도 남편도 수긍해준다. 단지 빛과 아들 재현만이 눈을 껌뻑인다."
최 : "저도 사실 한국 여성이랑 결혼할 뻔도 했어요. 인연이 안 되어 깨졌지만."
유 : "맞아요. 여러 번 선도 봤으니까."
기자 : "(짓궂은 얼굴로 아내에게). 빛! 전에 다른 한국여자랑 결혼 할 번도 했다는데 괜찮아요.  남편이 나의 말을 통역(?)한다. 그제야 알아들은 아내가 당장 대꾸한다."
빛 : "아니요. 그건 아니요.(그녀의 얼굴에 질색함과 미소가 섞여있다.) 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바탕 웃는다.'

기자 : "지금 같이 사는 식구가 어떻게 돼요."
최 : "지금 앞에 보이는 사람이 모두 같이 살아요. 헉! 순간 말로만 듣던 '한국 시월드'에 사는 그녀를 보게 된다. 그 눈치를 알았는지 남편이 입을 연다."
최 : "아내가 먼저 어머니랑 같이 살자고 했어요." 
기자 : "(남편과 어머니보다 빛의 눈을 보며 묻는다) 진짜에요?"
빛 : "맞아요. '올드 걸(시어머니를 지칭하는 말)'이 혼자 살면 힘들어요."

그랬다. 시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을 했다. 혼자가 된 시어머니를 보며 아내가 먼저 같이 살자고 했단다.

최 : "아내도 한국 오기 전에 한국의 고부갈등 문화를 잘 알고 있었대요. 하지만, 한국 와서 어머니랑 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대요. 무엇보다 아내가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부모님의 사랑이 그리워 그런 거 같아요. 우리의 대화를 눈치 챈 아내가 끼어든다."
빛 : "우리 어머니, 한국 시어머니 달라요." 
기자 : "어머니는 어때요. 며느리와 아들의 눈치가 보이지 않으세요?"
유 : "눈치 보기는요. 그럴 새도 없어요. 아침에 아들과 함께 카센터로 출근해요. 아들 점심도 챙겨주고, 손님도 맞이하고. 아들과 같이 퇴근해요."

참 지혜로운 가정이다. 서로를 배려해서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사니까.

기자 : "빛! 그래도 한국생활 힘든 게 있다면?'
빛 : "한국말 너무 어려워요. '배'는 말 똑같아요. 그런데 달라요. 그거 너무 힘들어요. 의아해 하는 내 옆에서 남편 재열씨가 또 통역(?)을 한다."
최 : "아 예 그건 동음이의어를 말하는 겁니다. '먹는 배, 타는 배, 사람 배' 등이요."
빛 : "높임말 하는 거도 너무 어려워요. 아버지가 왔어. 조카 오셨어요. 왜 달라요. 그 말을 듣는 한국사람 셋이서 한참을 웃었다. '그러게 말이에요'라는 심정으로."

기자 : "어머니! 태국 며느리라 힘들지 않으세요."
유 : "우리 며느리 눈치 빨라요. 한 번 시키면 다 알아 들어요. 나무랄 데가 없다니까"
기자 : "빛! 어머니가 눈치 빠르대요. 눈치, 알아요. 눈치라니 자신의 눈을 가리키는 빛 옆에서 남편이 적합한 단어를 찾아낸다. 바로 '센스'. 그제야 내가 적합한 말로 설명한다. "유어 센스 굿 센스."

알아듣는 그녀도 우리도 모두 또 한바탕 웃음폭탄이 터진다. 

유 : "안동찜닭도 지가 시켜 먹어보고 바로 흉내 내어 만들어내요. 김치찌개 동태찌개 등은 기본이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한국음식에 도전한다니까요."
최 : "내 아내는 태국에서 '빅3'대학을 나왔고, 요리도 잘하고, 눈치도 빠르고, 얼굴도 예쁘고....."
기자 : "빛! 이런 남자를 한국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팔. 불. 출(순간 거기에 또 웃음 폭탄)
빛이 팔불출이라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자 겨우 찾아낸 단어, 바로 '아내바보'다. 아내바보라고 설명해주자 빛도 웃는다."
빛 : "맞아요. 가족사랑 많이 해요. 어머니 사랑해요. 아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최세열씨는 안성 공도에서 조그마한 카센터를 운영한다. 아침에 출근할 땐, 어머니 유금자씨와 함께 출근한다. 아내 빛은 집에서 육아 하느라 바쁘다. 이들은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본분에 충실하고 있다. 남편은 어깨는 무겁지만, 마음은 여유롭다며 모두 아내덕분이라고 했다.
▲ 최세열씨 최세열씨는 안성 공도에서 조그마한 카센터를 운영한다. 아침에 출근할 땐, 어머니 유금자씨와 함께 출근한다. 아내 빛은 집에서 육아 하느라 바쁘다. 이들은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본분에 충실하고 있다. 남편은 어깨는 무겁지만, 마음은 여유롭다며 모두 아내덕분이라고 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내가 빛에게 물었다. 행복하냐고. 빛이 대답했다.

빛 : "네. 좋아요. 행복해요."

행복하다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우린 서로 이런 말을 하며 우리의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에는 '여자를 잘 들이면 집안이 흥한다'는 말이 있다고. 당신의 이름(빛=태양)대로 당신은 그런 사람이라고.  


태그:#이주여성, #외국인며느리, #태국, #국제결혼,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