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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을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말을 바꾸자 새누리당 일부에서 헌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과 주변 측근 및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헌법 개정 문제는 블랙홀이다. 헌법 개정보다는 경제살리기가 먼저'라는 이유로 헌법 개정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반면 그동안 꾸준하게 개헌을 요구했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개헌 논의에 당장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간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올랐던 2012년 11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당선을 전제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골자로 한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는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가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강창희 국회의장실에서는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야당 원내지도부를 면담한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상적인 개헌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상적인 개헌안'은 5년 전에도 국회의장 자문기구에서 만든바 있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 자문위원회'에서 09년 8월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 헌법연구자문위원회 결과보고서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 자문위원회'에서 09년 8월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 김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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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연구 자문위원회'는 헌법개정의 필요성과 개정 방향 등에 대한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에 관한 국회의장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2008년 9월 자문위원을 위촉했다.

이후 김종인 위원장을 비롯해 13명의 위원과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3인의 고문은 총 15회의 전체위원회와 3회의 소위원회를 각각 개최해 결과물을 내 놓았다.

당시 위원회는 독일·영국·프랑스 등 선진국 사례를 현지 조사하고 전문가를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정계 학계 원로를 초청해 의견도 청취해 2009년 8월 연구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자문위원회는 연구결과보고서를 통해 권력구조의 1안으로 '이원정부제'를 제시했다. 대통령은 5년 단임으로 국민이 직접 선출하며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갖고 국무총리는 국회(하원)에서 선출한다.

대통령제 2안은 4년 중임제로 국민이 직접 선출하며 부통령을 두도록 했다. 부통령은 대통령의 궐위 자격정지시 권한을 승계하며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고시 권한대행을 맡는다.

연구결과는 이밖에도 사법제도의 민주성과 합리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법원 헌법재판소의 권한과 지위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세계 각국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고 새로운 사회변화에 적응하며 사회적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국가적 틀에 대한 정비를 하고 있다"며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또한 "이런 때일수록 미래를 설계하고 담아낼 청사진을 마련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도약과 비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개정의 필요성은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꾸준히 제기됐다.

자문위원회도 '헌법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1987년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담아 개정된 현행 헌법은 국민 기본권의 실질적 신장과 권위주의 정치체제 타파의 밑거름이 됐지만 20여년이 넘는 기간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의 급변으로 기존의 사고와 패러다임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특히 기본권 분야에서 헌법이 실제 국민생활의 기본적 가치체제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생겼으며 권력구조 면에서도 국가시스템의 골간을 개혁함으로써 입헌주의와 민주주의를 한층 공고히 할 때가 됐다고 적시했다.

또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제와 내각제적 요소의 혼재로 인한 모순과 사법의 독립성 결여, 헌법재판의 불완전성 등 헌법 내에서의 규범 상호간의 충돌 또는 규범 자체의 흠결이 드러남으로써 보완과 해소를 통해 헌법의 완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요청이 거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헌법개정의 필요성이 존재하고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이 국가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유, 불리로 이 문제를 접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면 당시의 결과보고서를 참고해도 충분하다는 게 당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전뉴스(www.daejeon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헌법개정, #헌법연구 자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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