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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정조절 어떻게 도와줄까> 책 표지
 <아이의 감정조절 어떻게 도와줄까> 책 표지
ⓒ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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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녀석이 학교를 그만뒀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야 하는 녀석인데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쉬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단다. 무척 무모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용기있어 보였다.

왜 그랬을까? 학교를 그만둔 이유가 뭐였을까? 며칠 지나서 물어보니, 학교에서 공부시키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단다. 마치 닭장 속에 갇혀 놓고 사육하는 방식이 말이다. 녀석은 그게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대로 따라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녀석이 머리가 좋지 않아서 그런 걸까? 친구들과 관계가 안 좋아서 그런 걸까? 별별 생각을 다 해봤다. 그런데 딱히 답이 나오질 않았다. 녀석은 내가 알기로는 천재에 가깝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항상 상위권이니 말이다. 정서적으로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나쁜 편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크리스틴 폰세카의 <아이의 감정조절 어떻게 도와줄까>를 읽다 보니 뭔가 실마리가 잡힐 법하다. 머리 좋은 녀석들은 남다른 감정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것 말이다.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말이다. 영리한 아이일수록 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이다.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대부분 영리한 아이들은 낮은 성적이나, 따돌림 같은 것 그리고 위험한 행동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녀석들은 일반 아이들이 겪는 일들을 똑같이 겪는다고. 녀석들도 성적문제와 또래아이들과의 갈등 등 전반적인 문제를 함께 겪는단다.

"아이가 입 밖으로 내는 말과 내지 않는 말을 이해하려면, 일단 부모가 침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목소리만 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마음의 소리도 가라앉히라는 뜻이다. 부모 대부분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아이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지 못한다. 따라서 아이가 전하고자 하는 언어적·비언어적 메시지를 모두 놓치고 만다."(본문 143쪽)

그렇다. 훌륭한 부모든, 훌륭한 선생이든, 훌륭한 코치가 되려면 아이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비언어적인 것까지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야만 아이와 함께 균형 잡힌 길을 헤쳐나갈 수 있고, 새로운 길도 모색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은 그런 면에 취약하지 않을까? 그저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하듯 일방로만 생각할 뿐이니 말이다. 비지시적인 언어보다 지시적인 언어에 익숙한 세대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무엇보다도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따돌림과 관련된 일들은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영재아이들은 격렬한 감정 때문에 친구들과의 상황을 급격하게 만들거나 불안감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더욱 꼬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예를 들어준다. '엠마'는 단짝 친구인 셸리의 따돌림으로 인해 학교에 가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한다. 이런 아이에게 부모는 어떤 감정과 태도로 접근해야 할까? 딸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무조건 가라고 소리치거나 야단을 쳐야 할까?

아이: "몸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학교에 안 가면 안 돼요?"
부모: "집에 있다고 해서 네 기분이 낳아지거나 하진 않을 거야. 그러지 말고 엄마랑 같이 문제가 뭔지 얘기해보는 게 어떠니?"
아이: "너무 힘들어요, 엄마.(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부모: "(부모가 아이를 달랜다) 네 마음 다 알아. 하지만 문제는 피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  나기만 해. 어제 셀리가 널 다치게 했니? 말다툼을 한 거야?"(본문 167쪽)

이런 엄마와 이런 아빠의 대화법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무턱대고 윽박지러나 야단을 치는 부모의 태도와는 정말로 다른 코칭법 대화이니 말이다. 아이의 감정과 충분한 교감을 이루면서도 뭔가 해결점을 위한 길잡이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셀리처럼, 내가 만난 고등학교 1학년 그 녀석이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충분히 외딴 길을 예방했을테니 말이다. 혹시라도 그 녀석처럼 또다른 영재아이들을 둔 부모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깊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 물론 영재가 아닌 보통의 자녀를 둔 부모와 선생들도 말이다.


아이의 감정 조절 어떻게 도와줄까 - 머리 좋은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크리스틴 폰세카 지음, 김윤경 옮김, 우리가(2013)


태그:#영재아이들, #비언어적 메시지, #쌍방향 소통, #훌륭한 코치,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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