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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가 황새 따라하면 가랑이 찟어진다"는 속담은 분명 뱁새에게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내용이다. 속되게 표현 된 뱁새는 하천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작은 새이다. 하지만 황새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아니다. 현재의 희귀성을 근거로 한다면 황새의 가치는 뱁새보다 분명 높다. 속담이 있을 정도라면 과거 쉽게 볼 수 있었던 새였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 많이 서식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새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 1950년대 황새는 논 주변 작은 마을의 큰 나무에서 어렵지 않게 번식하는 것을 확인 할수 있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개발과 사냥, 농약 사용 등으로 그 개체수는 점점 감소하여 지금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텃새 황새는 없다. 1994년 '과부황새'가 사망하면서 우리나라의 텃새였던 황새는 멸종했다.

과부황새의 죽음은 황새의 수난사 중 으뜸으로 치는 이야기이다. 1970년대에 충북 음성에 번식중이던 마지막 텃새였던 황새 부부 중 숫컷을 포수가 쏘면서 암컷은 홀로 남았다. 홀로 둥지를 지키던 암컷이 농약에 중독되어 쓰러진 것을 서울대공원에서 구조해 1994년 까지 길렀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시베리아의 숫컷 황새를 수입해 여러 번 번식을 시도했지만 암컷 황새가 모두 거부하면서, 과부황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부1처의 특성을 가진 황새가 '원칙'을 지킨 것이다.

황새의 수난사 중 하나는 대전에서 있었다. 대전의 갑천에서 황새가 찾아와 떼죽음 당한 것이다. 1982년 갑천에 약 15마리의 황새가 찾아와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당시 대덕군으로 3, 4산업단지 앞에 위치한 곳에 귀한 황새가 날아 든 것이었다. 하지만, 황새는 일주일 뒤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 원인은 사이나(청산가리)였다. 사이나에 중독된 물고기 등을 먹어 이차 오염되면서 정말 귀하게 갑천을 찾은 황새는 다시 고향인 시베리아로 가지 못했다.

갑천 황새가 죽은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 / 원인을 사이나로 지목하고 밀렵꾼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 1982년 경향신문 보도내용 갑천 황새가 죽은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 / 원인을 사이나로 지목하고 밀렵꾼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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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나라 텃새 황새가 멸종하면서, 겨울철 시베리아에 서식하는 황새의 일부가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것이 전부이다. 전 세계에 1000~2000여 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귀한 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황새를 멸종위기종목록(Red Data Book)에 등재시켜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겨울철 10~20여 마리 내외가 관찰되는 것이 전부이다. 서산에서 매년 1~5개체가 월동하고 주요 철새 도래지에서 가끔 확인 될 뿐이다. 이렇게 귀한 새이기에 황새가 월동하는 지역에는 늘 탐조객이 있다. 평소 보기 힘든 새이기에 기억과 눈에 담기 위해 사진가들과 탐조인은 먼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귀한 황새가 얼마 전 금강에서 나타났다. 1982년과 1984년 금강유역권에 속한 갑천에서 관찰된 기록을 제외하면 금강에서는 그동안 황새의 관찰기록은 거의 없다. 지난 달 26일 세종시와 공주시 경계에 위치한 산림박물관 인근에서 1개체를 확인했다.

처음 황새를 마주쳤을 때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멈추는 듯하다. 탐조인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의외에 장소에서 귀한 새를 만났을 때 벅찬 희열은 오래 가지 못 했다. 작은 습지에서 주변의 경계를 하며 머물러 있던 황새는 10분간 모습을 보여준 채 다시 비행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10분정도 모습을 보여준뒤 비행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비행중인 황새의 모습 10분정도 모습을 보여준뒤 비행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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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6년간 탐조인으로 살아왔다. 우리나라의 새들 500종 중 320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지만, 16년간 황새를 본 것은 겨우 세 번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보기 어려운 새가 바로 황새이다. 서산 등의 특정한 철새 도래지를 찾아가면 매년 볼 수 있었겠지만, 게을러 그렇게 탐조하지는 못 했다. 특정 종을 쫓기보다는 지역을 쫓아 탐조하는 경향때문일 수도 있겠다.

올 겨울 황새를 금강에서 봤으니 이제 네 번째가 되었다. 그만큼 보기 힘든 황새가 금강에서 월동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1월 황새를 다시 찾아보기 위해 나서겠지만, 급하게 찾지는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의 접근이 황새의 서식을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강은 정비사업 이후 황새가 머무를 수 있을 정도의 낮은 습지가 사라졌기에 서식 환경은 더욱 악화되었다. 갑천에 찾아온 황새마냥 금강에서 유명을 달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황새와 뱁새의 속담에서 가치는 황새가 높지만 생존 경쟁에서는 뱁새가 월등하다. 전국하천의 갈대밭에가면 늘 볼 수 있는 뱁새와 견주어보면 멸종의 길에 이미 접어든 황새는 분명 개발에 부적응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황새를 부적응자로 남겨둘 수는 없다. 황새가 다시 자유롭게 금강에서, 아니 전국에서 날개를 펴고 비행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멸종이 아닌 복원의 길을 마련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26일 금강에서 만난 황새
▲ 작은 습지에 앉은 황새 지난달 26일 금강에서 만난 황새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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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황새는 지금 충남 예산에서 복원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포수 총 한 방에 멸종되었지만 복원과정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15년 방생을 목표로 추진중인 황새복원이 잘 이루어져 충남에서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 많은 황새들이 대한민국을 터전 삼아 살아가기를 바란다. 복원이 아닌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여 시베리아에서 금강을 찾아온 황새가 번식하여 고향으로 택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다. 복원으로라도 황새의 우아한 날개짓을 뱁새처럼 쉽게 볼 수 있는 날을 바라본다.


태그:#황새, #멸종위기종,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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