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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과 비하가 줄을 잇고 있다
▲ 서울역 분신 비하 발언 조롱과 비하가 줄을 잇고 있다
ⓒ 수컷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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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자살한 XX 추모제~~ 문성근이 참석하겠구먼~~ 누군지도 모르는 일반인 한명 뒤졌는데, 하루도 안되서 추모제를 열고 박근혜 책임이란다. ㅋㅋㅋ 시체팔이 해서 선동하는데.. 그런데 안먹혀서 어떻게 하냐??  ㅋㅋ"

지난 1일 오후 10시, '수컷닷컴'으로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실시간 추천게시물'에서 상위를 차지한 글이다. 게시물 바로 아래는 "죽은 인간 남은 빚은 누가 갚no(노)?"란 댓글과 함께 수십 개의 조롱과 비하가 줄을 이었다.

'수컷닷컴'. 지난해 12월 23일 변희재(미디어워치 대표)씨가 '일간베스트저장소(아래 일베)'를 대신할 애국우파들의 포털이라며 새롭게 선보인 온라인 커뮤니티다. 개설 나흘 만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접속 폭주로 서버가 마비됐다. 대단한 반향이었다.

하지만 10분만 둘러보면 알 수 있다. 극우 사이트 '일베'와 큰 차이가 없다. 게시판 형태나 게시물 추천 방식이 유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거의 같다. 다만 일베에 비해 보다 노골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찬양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강경하지 못하다며 쏟아내는 성토 글 또한 많다. 여기까지만 살피면 얼마 전 새누리당사 앞에서 화형식을 집행한 '어버이연합' 온라인판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총 12개의 게시판에 분 단위로 올라오는 새 글의 양이 예사롭지 않았다. 게시글마다 붙은 '캬~'라는 추천 또한 빠르게 증가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공공의 적 노무현·김대중·문재인

'수컷닷컴'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란 이름은 공공의 적이다
▲ 노무현 대통령 비하 사진 '수컷닷컴'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란 이름은 공공의 적이다
ⓒ 수컷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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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한 지 열흘도 채 안 됐지만, 수컷닷컴은 자신의 색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곳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란 이름은 공공의 적이다. 이들 3인의 이름이 거명된 게시글은 여지없이 비하와 욕설이 난무한다. 일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수컷닷컴은 보다 집요하다. 특히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무대포처럼 '한 놈'에 대해서만 더욱 노골적으로 비하한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진보, 노동, 민주주의, 전라도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12월 31일 서울역에서 분신한 이씨의 죽음에 대해 폄훼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아이디 '좌빨박멸투사'라 밝힌 수컷닷컴 회원은 "좌빨들의 분신자살 선동으로 올해가 시작됐다"며 "만일 일베와 수컷닷컴, 티브이조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제2의 월남이 되었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진 댓글들 역시 "좌좀들 진짜로 누구하나 죽기만을 기다렸던듯. 빚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갑자기 민주화 투사가 되더니 열사로 칭송받음"이라 적혀 있었다. 고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여과없이 이어졌다.

유일하게 '님'자 붙는 사람

수컷닷컴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만 '님'자를 붙인다.
▲ 유일하게 '님'자 붙는 사람 수컷닷컴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만 '님'자를 붙인다.
ⓒ 수컷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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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어긋나면 비하대상이 된다
▲ 김무성 의원 비하 여당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어긋나면 비하대상이 된다
ⓒ 수컷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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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닷컴에서 반말은 일상어다. 혹여 존댓말로 게시글을 올리면 "너 좌빨 전라디언 아니냐"는 공격부터 들어온다. 하지만 유일하게 '님'이라는 존칭을 붙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수컷닷컴 홈페이지 머릿글은 "박근혜 대통령님, 국정원을 지켜주십시오"라는 큼직한 광고가 고정돼 있다.

때문인지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나라사랑'이라 명명된 게시판엔 최근 협상을 통해 철도노조 파업철회를 이끈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게시글이 넘쳐나고 있다. 대부분이 욕설과 비방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박성환 연구원은 "수컷닷컴은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박근혜 정권의 친위대를 지향한다"고 정의했다.

"일베의 경우 마초적이고 본능적인 남성들의 개인욕망을 분출하는 장소입니다. 상당히 음침하고 개인적이죠.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요. 하지만 수컷닷컷은 달라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정치색을 강화함으로써 자신들을 공공연히 내보이려 합니다. 수컷닷컴을 통해 청년중심의 박근혜 친위대를 만들려는 의도입니다."

박 연구원의 말처럼 수컷닷컴은 '국정원 지키기'란 게시판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적극적인 '이슈 선점'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는 세력이 되겠다는 의도다.

"처음엔 '일베'나 '수컷닷컴'이나 물불 안 가리고 관심 끌려는 사람들로만 치부했었어요. 소외돼서 마음에 병이 있는 집단으로 본 거죠. 근데 '수컷닷컴'이 포털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아이들 사이에 마치 '쿨한 것'처럼 인식되는 걸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뭔지도 모르고 일베 용어 쓰는 거 보면서 정말 심각하다고 느꼈어요."

대학생 임수진(25·가명)씨는 수컷닷컴의 팽창에 대해 걱정스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판 파시스트와 나치가 우려된다"며 "이탈리아와 독일도 이런 분위기를 용인해 주다 그들의 확산을 막을 수 없게 됐다"는 역사적 사실까지 강조했다. 한국 사회의 급진적 우경화에 대해 제동이 필요함을 나타낸 것이다.

사회철학 평론가 조배준 박사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컷닷컴의 성장이 지금 당장은 미비하지만, 계층간 분열이 심화될수록 이들의 행동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 했다. 더불어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세력화가 진척되면 모니터 앞을 벗어나 자신들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것"이라 했다.


태그:#수컷닷컴, #박근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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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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