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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30일 CBS <김현정 뉴스쇼>(위)와 <시사자키 정관용>(아래)이 '유사보도'로 발표했다.
 방통위는 30일 CBS <김현정 뉴스쇼>(위)와 <시사자키 정관용>(아래)이 '유사보도'로 발표했다.
ⓒ CBS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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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김현정의 뉴스쇼>이 '유사보도'라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CBS 저녁종합뉴스><CBS 낮종합뉴스><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CBS 뉴스><하근찬의 아침뉴스><CBS 노컷뉴스> 그리고 <뉴스타파><고발뉴스> 등을 '유사보도' 프로그램이라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대부분의 지상파 종교방송, 지상파 교통방송과 다수의 등록PP가 앵커, 뉴스·기자 명칭 등 뉴스의 형식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방송사들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의 갈등상황을 보도, 논평하면서 여론, 특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이들 방송을 유사보도로 지정한 이유로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제외한 전문편성 방송사업자는 보도를 할 수 없다(방송법 시행령 제50조). 또한 종합유선방송(SO) 지역채널에서 방송구역이 속한 지역을 벗어난 뉴스를 보도하거나 특정사안에 대한 해설, 논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방송법 제70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반발은 거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1일 성명을 내고 "누가 법외 정권, 유사 정권 아니랄까봐 해괴망측한 별의별짓을 다하는 모양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대선공약이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것도 모자라 정권의 입맛에 맞게 방송을 사유화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며 "신군부처럼 정당성이 결여된 정권이다보니 이제와서 신군부 흉내내기라고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언론노조는 "지금이라도 '유사보도' 겁박을 철회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라. 불보듯 뻔한 싸움을 굳이 하겠다면 언론노조는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우리에겐 국민과 명분이 있다"며 유사보도 규정 취소를 촉구했다.

"전두환 망령 부활"

시민들과 누리꾼들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시인인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Sinenmul)는 "예상대로 방통위에서 CBS를 건드렸다. CBS뉴스, 시사자키 정관용, 김현정의 뉴스쇼 등이 허가없이 해온 '유사보도'란다. 1954년 개국이래 계속해온 CBS뉴스를 강제로 중단시킨 전두환의 망령이 부활했다"고 분노했다.

정중규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편집위원(@bulkoturi)은 "반드시 지켜줘야 할 방송"이라며 "CBS 기독교방송은 특히 70~80년대 민주화 시절 소중한 길벗이었기에 더욱 탄압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비판의 목소리엔 모두 재갈 물리려는 박근혜 정권, 광기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변 이재화 변호사(@jhohmylaw)는 "박근혜 정권이 JTBC 뉴스에 이어 CBS까지 개갈을 물리려고 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은 '유신막장 열차'를 타고 있다. 심판의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인섭 서울대교수(@truthtrail)도 "CBS 등에 뉴스나 뉴스 관련 토크를 못하게 하겠다고요? 세상에 모든 일이 뉴스 아닌가요. 뉴스를 빼고 말하라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거죠?"라고 따져 물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DrPyo) 역시 "늘 정확한 사실과 날카로운 분석으로 청취자들에게 꼭 필요한 바른 언론 역할을 해 준 CBS 라디오와 '김현정의 뉴스쇼'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방통위의 독재적 구시대적 언론탄압 시도에 온몸으로 반대합니다. 힘 내세요"라고 말했다. 

변상욱 CBS대기자(@einkleinbsw)는 "25살 CBS 입사 때 나의 신분은 불법기자였다. 정부의 프레스카드 즉 취재허가증이 없는 뉴스 불허 방송사에 속한 기자였으니 그랬다. 이제는 내가 사이비 기자란다. 유사보도에 종사하는 사이비. 이 정부가 정말"라며 유사보도 규정을 질타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현정 앵커(@newsnme)는 "올 한해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함께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희가 믿고 의지할 곳은 청취자 여러분 뿐"이라며 "방송의 힘은 청취자에게서 나옵니다. 많이 듣고 널리 응원해주신 것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정론을 향한 외침 이어가겠습니다"라고 권력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CBS는 박정희 독재정권 때 '저항'하는 언론이었다. 박정희도 건들지 못한 CBS를 또다른 독재자 전두환은 1980년 '언론통합폐합'을 통해 CBS가 뉴스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했다. 1980년 11월 25일 오전 11시 30분 마지막 뉴스를 진행했던 장미영 아나운서가 "기독교방송은 1954년 12월 15일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방송으로서"라며 눈물로 뉴스를 마쳤다. 당시 이 육성은 아직도 독재정권의 언론장악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2010년 1월 7일 CBS '신군부는 왜 CBS를 말살하려 했나?' 제목 기사를 보면 장미영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스튜디오 밖에 이를 지켜보던 직원들과 한국의 언론 탄압 현장을 취재하던 파란 눈의 외신기자들도 눈시울이 붉게 젖어들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강제해직됐던 권영국(66) 현 <강원일보> 서울지사장은 '회사 선배가 식사나 같이 하자고 불러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갔더니 식당에서 라디오를 틀어놨더라'며 '그 뉴스를 들으면서 보도국으로 올라갔더니 전부 눈물바다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송사고'에 더욱 놀란 것은 신군부였다. 후폭풍을 우려한 나머지 비슷한 사정의 다른 방송사에 '고별 방송에 관한 지침'을 하달하는 촌극을 연출한 것이다. '지침'은 감상적 내용은 배제해야 하며 원고 검열은 물론 사전 녹음까지 하도록 강요했다."

누리꾼들이 박근혜 정권 방통위의 '유사보도' 규정을 "전두환 망령 부활"이라고 비판한 이유가 황당한 주장인 아님을 알 수 있다. 방통위가 문제 삼아야 할 방송은 <김현정 뉴스쇼>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가 아니라 종일 '종북몰이'에 몰두하는 일부 종편이다.

덧붙이는 글 | 오블에 실립니다.



태그:#CBS, #김현정의 뉴스쇼, #방통위, #유사보도, #신군부 언론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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