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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봉(799m)정상에서...
▲ 사천 와룡산... 민재봉(799m)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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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에게 유전되는 것 중에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바이오필리아는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본능을 말하는데 숲에서 시작된 인류의 역사가 새겨놓은 유전자 같은 것이라 한다.

우리가 숲속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듯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 보다. 자꾸만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본능은 마치 모태로 돌아가고픈 무의식적 본능과 닮은 듯 하다. 산은 만나면 만날수록 만나고 싶고 보고 볼수록 또 보고 싶다.

12월 정기산행, 사천 와룡산을 만나러 간다. 오전 8시 30분체 교회에서 출발한 45인승 버스는 문산휴게소를 지나 사천 IC를 거쳐 사천 백천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약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이번 주말엔 무척 춥다고 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포근하고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르다. 백천사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에 오르기 전 모두들 둥글게 모여 서서 몸 풀기 운동을 하고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백천농원 입구를 지난다. 오늘 와룡산 산행은 민재봉까지다.

만나러 가는 길...
▲ 와룡산... 만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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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러 가다...
▲ 사천 와룡산... 만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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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산을 만나러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와룡저수지가 있는 와룡마을 덕룡사로 가는 길도 있고 청룡사사에서 수정굴 방향에서 민재봉으로 가는 길, 청룡사에서 기차바위 쪽으로 해서 민재봉으로 가는 길이 있고 와룡마을에서 도암재, 새섬봉, 민재봉을 만나러 가는 길도 있다.

또 남양저수지에서 약불암, 도암재, 새섬봉, 민재봉을 만나는 길이 있는가 하면 백천사에서 민재봉으로 곧장 치고 올라가는 길도 있다. 오늘은 백천사에서 봄이면 온통 진홍빛으로 물들일 진달래능선을 타고 민재봉으로 곧장 간다.

와룡산(801m)은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 와룡산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고려 제8대 현종이 등극하기 전 어릴 때 이곳에 귀양 와 있던 아버지 욱과 같이 생활하던 곳 즉 장용지처라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도 한다.

너덜지대를 지나며...
▲ 사천 와룡산... 너덜지대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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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답사 산행 때는 품이 넉넉한 민재봉(799m)과 스릴 넘치는 바위 봉우리인 새섬봉(801m)을 모두 만나고 왔지만 오늘은 민재봉만 만나고 얼른 하산해서 삼천포 수산시장도 구경하고 횟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였다. 산행도 즐겁지만 오늘은 특별히 장로님 한 분과 집사님 한 분이 횟집 식사비를 내기로 하였고 기념 타올까지 준비해 모두들 기대하며 마음 설렜다. 저렴한 회비로 산행하고 저녁식사와 기념 타올까지 받으니 모두들 기대에 부풀어 있다.

산은 이미 겨울로 접어든지 오래고 낙엽 쌓인 산길엔 겨울나무들이 깊은 명상에 잠긴 듯 고요하다. 젊은 날엔 봄의 연초록 빛 숲과 가을의 황홀한 단풍 빛 곱게 든 산 빛과 숲과 나무들을 좋아했지만 나이 들면서는 잎도 없고 꽃도 열매도 없이 발가벗은 채 서 있는 나목은 나목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다. 엄동설한에 죽은 듯이 침묵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는 쉬지 않고 봄에 잎과 꽃을 피울 자리를 마련하느라 온몸으로 수액을 퍼 올리고 있을 겨울나무들. 그 침묵속의 인내와 치열함이 보이는 듯하다. 겨울 숲을 보노라면 겸허해진다. 꽉 찬 것도 좋지만 여백도 아름답다. 다 내어주고 비워내고 오롯이 겨울을 견디는 나목도 봄과 가을의 황홀한 빛들만큼이나 아름답다.

산상 뷔페...
▲ 사천 와룡산... 산상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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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천농원 입구를 지나 마치 쏟아질 듯 쌓인 넓고 긴 바위 너덜지대를 지났다. 잠시 너덜지대 바위에 앉아 해바라기 하며 간식을 나누어 먹고 다시 오른다. 너덜지대 바위들을 어루만지듯 12월의 겨울 햇살이 아낌없이 쏟아지고 하늘은 푸르다. 오를수록 경사는 점점 높아진다. 이제 백천재.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가 서로간의 간격이 크게 벌어져 백천재에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뒤이어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휴식하고 뒤에 오던 사람들이 도착해 한숨 돌리는 사이에 또 먼저 온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채색의 겨울 숲은 물들인다.

능선 길을 지나고 드디어 민재봉 정상에 도착했다. 넓은 안부로 돼 있는 민재봉 정상(799m)에는 중천에 떠오른 해가 쏟아져 내린다. 바람이 조금 불긴하지만 햇살이 따사롭다. 민재봉 정상에서는 지리산이 멀리 보이고 사천만과 다도해가 멀리 조망된다. 저만치 능선 길 끝에 새섬봉도 우뚝하다. 와룡산 정상 적당한 장소를 잡고 삼삼오오 들러 앉아 행복한 점심식사를 하고 와룡산 정상에서 보이는 지리산과 다도해, 사량도 지리산 등을 일별하고서 이제 하산한다.

겨울 숲...
▲ 사천 와룡산... 겨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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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백천사 주차장에 도착해 삼천포시내로 향했다. 시간이 조금 일러 삼천포수산시장을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삼천포수산시장은 원래는 비좁고 열악한 환경이었으나 올 6월에 새롭게 단장해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곳으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단다. 수산시장 안은 깨끗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미인대회라도 하듯 길게 도열해 있다. 겨울철 수산시장은 비릿하고도 싱싱한 것들로 풍성도하다. 그냥 둘러만 보려고 왔다가 살아서 펄떡거리는 꽃게도 사고 굴도 사고 미역도 사고 멸치도 샀다. 함께 시장을 둘러보던 일행들의 손에도 이것저것 시장을 본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이제 삼천포 수산시장을 마주 보고 있는 '대구회수산'으로 들어간다. 오늘 우리의 저녁만찬을 준비하고 있는 횟집이다. 겨울철 싱싱한 생선회는 풍성하고 달고 맛있었고 물매기 탕도 깨끗하고 시원한 맛이 속가지 시원하게 했다. 도시를 벗어나 산행을 하고 겨울철의 싱싱한 생선회와 물매기탕도 먹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식사는 달고 얼굴엔 행복감으로 번졌다. 행복한 산행과 풍성하고도 행복한 저녁식사, 멋진 어울림의 시간이다.

수산시장...
▲ 삼천포... 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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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에서 싱싱 회도 먹고 물매기탕도 먹고 즐거운 저녁...
▲ 산행을 마치고... 횟집에서 싱싱 회도 먹고 물매기탕도 먹고 즐거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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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과 전혀 다른 점, 다른 생물체에게는 절대로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바로 '간직한 일'이라고 일본 작가 디자이 오사무는 ('사양'이라는 소설에서) 말했다. 우리는 함께 '간직한 일'이 있다. 함께 산을 만나면서 쌓여진 것들... 그 '간직한 일'들이 오늘도 차곡차곡 쌓여간다. 행복한 12월 송년 산행, 그리고 행복한 만찬이었다.


산행수첩
1. 일시:2013년 12월 21일(토) 맑음: 12월 정기산행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44명(운전자 포함 45명)
3. 산행시간: 4시간 45분
4. 진행: 백천사 주차장(10:35)-백천농원 입구(11:00)-너덜지대(11:200-너덜지대(11:35)-백천재(11:40)-민재봉(799m,12:30)-점심식사후 하산(1:40)-백천재(2:20)-너덜지대(2:30)-너덜지대(2:35)-백천농원(2:55)-힐팬션(3:05)-백천사 주차장(3:20)
5. 교통: ① 교회 45인승 버스
       ②포도원교회(화명동8:35)-문산휴게소(9:40)-사천IC(10:00)-백천사주차장(10:25):1시간 50분


태그:#사천와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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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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